정원에 소담스런 ‘텃밭 만들기’
텃밭에서 방금 따온 야채로 식사를 해본 사람은 절대 그 향과 감칠맛을 잊지 못한다. 싱싱함이 살아있는 상추 한 잎, 고추 한 개를 입에 넣어보면 달콤함과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모두 섞인 오묘한 맛에 빠져들어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게 되는 것.
그렇듯 집에서 가꾸는 채소의 매력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시간과 정성을 많이 쏟아야 한다는 우려에서 선뜻 밭을 직접 만들어 가꾸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채소밭을 시작하는 계절로 봄과 가을을 꼽기 때문에 이미 철이 지났다고 생각하여 포기할 수도 있는 일. 그러나 남가주는 사철 태양빛이 강렬하고 기온 변화가 크지 않은 덕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여름에도 채소밭을 시작할 수 있다. 더욱이 6월은 적당히 구름 낀 서늘한 기온으로 시작해서 햇살 가득하고 건조한 오후로 이어지는 기후가 지속되기 때문에 어떤 정원 작업도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올여름 직접 재배한 채소로 건강한 식탁을 가족에게 선사하고 싶다면 작은 텃밭 만들기에 도전해 보자.
■ 장소 선정
채소밭은 크기 보다도 햇빛, 수분, 그리고 흙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루 최소한 6시간 이상 직접적인 햇빛을 받는 자리를 찾아 정하고 단단한 찰흙과 굵은 모래 중간 정도의 흙을 준비하면 된다. 수도가 가까이 있거나 물통, 또는 호스를 가져가기 편리한 장소면 더욱 좋다.
■ 채소 선택
먼저 본인과 가족이 좋아하는 채소를 나열해서 그 중 가장 기르기 간단한 몇가지만 추려낸다. 토마토, 상추, 래디시, 고추, 양파, 써머 스콰시, 그린 빈 등이 초보자에게 적합하다. 옥수수와 같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거나 아스파라거스처럼 2년 이상부터 수확이 가능한 채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
■ 배치 방법
넓은 정원에서는 채소를 한줄로 나열하여 심고 열과 열 사이에 걸어다니는 길을 만드는 열심기(Row Cropping)에 따라 터잡이를 할 수 있지만, 작은 공간에서는 사이를 두지 않고 여러 채소를 붙여놓는 모아심기(Intensive Cropping)를 할 수 밖에 없다. 공간 활용 가드닝법에서 교과서처럼 쓰이는 ‘스퀘어 푸트 방식’(Square Foot Gardening)을 응용하여 준비된 공간을 바둑판처럼 나누고 1푸트 공간에 채소 한 종류씩 심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전체 크기는 사방 어느쪽에서든 팔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거리로 제한하는 것이 좋고, 큰 채소 옆에 작은 채소나 약초를 심고, 그 옆에 다시 큰 채소를 심는 방식으로 하면 붐비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
■ 흙 고르기
채소밭은 물이 잘 빠지는 부드러운 흙을 준비해야 한다. 밭을 만들고 싶은 자리에 물을 흠뻑 준 다음 하루 뒤에 흙을 한줌 집어들고 세게 눌렀을 때 수분이 흘러나오면 물이 잘 빠지지 않는 토양이고, 공처럼 동그랗게 만들었을 때 흙이 푸석하게 산산이 흩어지면 지나치게 건조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경우 모두 땅을 일구면서 가든샵에서 구입한 흙, 퇴비, 이끼 등을 섞어 좋은 흙으로 만들거나 판을 구입하여 아예 새 흙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땅을 일굴 때는 틸러(tiller)나 갈고리로 골고루 6-12인치 깊이까지 흙을 뒤집어준 뒤 물을 흠뻑 주고 3-4일 후에 작업을 시작한다.
■ 가꾸기
초보자는 씨를 뿌리기보다 모종을 옮겨 심는 방법이 높은 성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씨와 모종 중 어느 방법을 선택하던 깊이나 다른 채소와의 간격 등을 설명서 대로 하는 것이 좋다. 물 주는 양과 기간은 토질과 날씨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특별히 많은 수분을 필요로 하는 채소가 아니라면 흙의 표면에서부터 1인치 깊이 땅이 말랐을 때 물을 주는 것이 좋다. 또한 하루 한번 정도는 채소밭을 살펴 잡초를 뽑아주고, 필요에 따라 비료를 뿌려준다.
■ 6월에 남가주에서 심을 만한 채소, 약초, 그리고 과일
토마토, 스콰시, 옥수수, 고추, 벨페퍼, 옐로 헝가리안 페퍼, 할라피뇨, 당근, 오이, 상추, 뉴질랜드 스피니치, 양파, 호박, 래디시, 민트, 베이즐, 오레가노, 파슬리, 로즈메리, 타임, 멜론, 캔털로프, 수박, 아보카도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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