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 지진, 두꺼비, 그리고 욥기
최근 전 지구적 재앙이 잇따르고 있어서 두려움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자연 재해가 대체로 방비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여 우리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아픔이 진정되고 다시 밝은 삶이 이어지기를 기도한다. 아직 슬픔이 가시지 않았지만 재앙의 와중에 주목해야만 하는 현상을 보면서 생각하기 원한다.
중국 쓰촨성 대지진이 발생하기 3일전, 약 10만의 두꺼비 떼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한 방향으로 대이동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이 뉴스는 유튜브에도 올려져 있다.마을 주민들은 대재앙의 징조라고 말하면서 불안해 했다. 많이 배운 사람들 일수록 터무니 없는 미신이라고 일축했다.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사람들은 환경이 좋아져서 두꺼비들이 밖으로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적으로 데이터를 모아 기상을 연구하는 이들은 재앙이 온다고 할 만한 아무런 징후가 없다고 안심하라고 했다. 과학적인 증거로는 그럴 일이 없는 것이다.
마침내 3일 후 대지진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두꺼비는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안 것이고, 우리 인간은 모른 것이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 두꺼비가 인간보다 똑똑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질문은 던져야 한다.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과학은 3일후에 일어날 엄청난 땅속의 변화를 알지 못 했는데, 하찮은 미물인 두꺼비는 어떻게 그것을 아는 직관적인 능력을 가졌는가?
지진 직전에 이동한 두꺼비 떼를 보면서,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인간은 만능이 아니다. 모든 면에 월등한 존재가 아니다. 과학적인 우리가 “안다”(지식) 는 것과 동물이 “안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것이다. 진화론자에게 묻고 싶다. 하등동물인 두꺼비보다 최고의 단계로 발달한 동물인 인간은 두꺼비가 가진 그 정도의 예지 능력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안 그런가? 땅에서 기는 파충류보다 두뇌가 월등한 우리 인간이 그런 대재앙을 왜 느끼지 못하는 걸까?
세계를 지배하고 조작하는 능력을 무섭게 배양하고 있는 인간은 과학이 빛의 속도로 발전함을 보는 동시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그 대가로서 맞이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과학은 양날의 칼인 것이다. 재앙과 위기는 과학의 문제인 동시에 윤리적, 철학적 문제이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욥기를 펼쳐 보도록 권하고 싶다. 욥기는 대개“고난에 관한 책이다”라고만 알고 있다. 매우 피상적인 앎이다. 고난의 문제로 시작하지만, 욥기가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깊다.
욥기는 인류 최고의 문학이요, 인간에 대한 가장 심오한 성찰과 고난에 대한 대화가 담긴 책이다. 고통을 다룬 어떤 작가의 작품과 비교할 수 없다. 신학자들이 마지막에 다루고 싶어하는 책이다. 그만큼 어려운 책이다.
욥기의 후반부 38-39장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거기에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하나님이 욥을 향하여 (인간을 향하여) 하신 말씀인데, 자연세계의 현상에 대한 인간의 무지를 확인하는 내용이 있다. 인간의 감탄을 자아내는 동물들의 본능적인 직관력에 대하여 노래하고 있다. “강물이 범람할 것이라고 알리는 따오기에게 나일 강이 넘칠 것이라고 말해 주는 이가 누구냐? 비가 오기 전에 우는 수탉에게 비가 온다고 말해 주는 이가 누구냐? (38:36)”등등 이다.
욥의 눈 뜬 세계는 창조주가 부여한“인간이 못 가진 능력”을 가진 질서있는 자연의 세계이다. 고통 중에 욥이 알아야 할 것들이 있었다. 세계는 정복의 대상이 아닌 경외의 대상인 세계이다. 인간이 야생의 세계라고 부르는 세계는 그 자체로 질서있는 창조된 세계이다. 그들의 능력은 우연이 만든 것이 아니라, 만든 이에 의하여 부여된 인간으로서는 존중해야 할 능력들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 재앙과 불행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철학적으로 “악의 문제”인데, 재앙과 불행을 능히 피할 수 있는 인간이 된다고 상상해 보자. 그것은 곧 인간이 스스로 신이라고 자처하게 됨을 의미할 것이다. 무제한으로 과학적 세계관을 펼칠 인간은 모든 것을 우리의 편리를 따라 조작하려고 들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가고 있지 않은가?
고난을 통해서는 배워야 한다. 적어도 이제 우리는 과학 만능주의, 인간 중심주의를 버려야 한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은 이미 그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었다. 우리는 인간 중심적 과학주의를 버리고, 자연 앞에 창조주 앞에 겸손해야 한다. (필자는 구약성서신학 중 욥기를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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