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 레이스 3 -2 오클랜드 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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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르투갈. 부자대륙 유럽에서는 가난한 축에 속한다. 축구실력도 그랬다. 축구대륙 유럽에서는 그닥 활개를 펴지 못했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때 아프리카산 득점기계 에우제비오를 앞세워 4강에 오른 뒤 30년 넘게 월드컵 본선진출 자체가 버거울 정도였다. 그 포르투갈이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당당 우승후보 대열에 꼽혔다.
당대 세계최고 윙플레이어 루이스 피구가 이끄는 포르투갈은 그러나 첫판에서 미국에 2대3으로 지더니 둘째판에서 폴란드를 4대0으로 격파하고 셋째판 한국전에서 박지성의 롤리팝 결승골 한방에 무너져 우승은커녕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발목부상으로 제 몸이 아니었던데다 마음까지 상한 피구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피구는 의연했다.
“그러나 축구는 오늘 밤에 끝나지 않는다.
흔히 ‘피구 & 컴퍼니’로 불렸던 포르투갈은 과연 일어섰다. 유로2004 등 이후 대회에서 거듭 호성적을 거두더니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포르투갈 축구사상 40년만에 4강진출을 재연했다. 피구는 명예롭게 은퇴했다.
#2) 자이언츠의 선발투수 팀 린시쿰이 20일 덴버에서 평소보다 못던졌지만 상대 선발투수가 조금 더 부진한 덕분에 아슬아슬 6승째를 챙겼다면, 두시간쯤 늦게 오클랜드에서 피칭을 시작한 A’s의 선발투수 그렉 스미스는 조만간 이런 피칭을 또 선보일 수 있을까 싶게 잘 던졌다(7이닝 5안타 2볼넷 4삼진 2실점). 스미스가 7회동안 거의 완벽투구라면 2실점의 정체는? 8회초에 잠시 흔들려 2타자를 내보내고 물러난 뒤 후속투수 조이 디바인이 더 흔들려 3점이나 몰아줬고 그중 2점이 스미스 자책점으로 기록됐다.
스미스가 물러날 때의 1대0 리드는 금세 1대3 역전으로 뒤바뀌었다. A’s는 9회말 1점을 따라붙으며 마지막 뒤집기를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최근의 A’s 게임이 거의 그렇듯이 승리까지는 몇뼘이 모자랐다. 2대3 역전패. 팔꿈치 부상에서 돌아온 탬파베이 레이스 선발투수 스캇 카즈미어의 피칭도 빛났다(7이닝 4안타 1볼넷 1삼진 1실점). 게다가 휠러가 8회를 잘 넘기고 백전노장 마무리전문 트로이 퍼시벌이 9회말에 잠시 흔들려 1점을 내주기는 했으나 곧 요령있는 피칭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그는 오클랜드에서 전날에 이어 연속 세이브(시즌 13번째)를 낚았다.
최근 역전패를 밥먹듯이 당한 오클랜드 A’s는 이날도 맥빠지는 역전패 기록을 보태며 시즌 24승23패가 됐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27승19패로 21일 경기결과에 관계없이 오클랜드 원정에서 이미 수지맞는 장사를 했다.
#3) 다시 스미스 얘기다. 루이지애나주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이 신인투수는 올해 기대이상 잘 던졌다. 20일 경기를 포함해 9게임에 나와 2승4패 방어율 3.18. 큰키(6피트2인치)에서 내리꽂는 패스트볼과 틈새피칭 체인지업 등이 좋아 경험만 쌓이면 투수조련명가 A’s의 신무기가 되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20일 등판에서 7회까지 기막히게 잘 던지다 8회에 삐끗해 주자 2명을 내보낸 뒤 덕아웃으로 물러난 그는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자리에 앉지 않고 내내 서성거리며 조이 디바인의 설거지를 지켜봤다. 그러나 디바인은 주자를 한명 더 내보내 만루를 만들더니 디오네르 나바로에게 3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그 2루타가 문제였다. 나바로의 타구는 당초 높이 치솟았다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유격수 뒤와 좌익수 앞으로 떨어지는 ‘평범한 혹은 약간 까다로운’ 플라이볼이었다. 좌익수 에밀 브라운은 몇걸음 달려나와 가볍게 슬라이딩을 하며 안전포구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아뿔싸, 공 따로 글러브 따로. 하필 그 순간 공이 조명탑에서 내리쏘는 불빛에 빨려들면서 브라운이 일순 공의 향방을 놓쳐버렸다. 투수 디바인을 탓할 수도 좌익수 브라운을 탓할 수도, 그렇다고 딴에는 밝혀준답시고 서 있는 조명탑에다 삿대질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스미스는 연신 껌만 질겅질겅 씹었다.
그게 야구다. 잘 던지고 지는 날이 있듯이 언젠가는 신통찮게 던지고 이기는 날도 온다. 피구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야구는 오늘 밤에 끝나지 않는다.
<정태수 기자> 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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