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갈수록 선거문화의 흐름이 거세져 가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 확산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 선거도 있고 이장 선거도 있다. 교황선거도 있고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있다.
이런 추세라면 혹시 군대에서도 소대장과 대대장 등 지휘관을 사병들의 투표로 뽑는 날이 오는 건 아닐까. 그리고 교도소 소장도 죄수들의 투표로 뽑게 된다면 민주주의가 감옥에서까지 펄펄 뛰어 다니는 셈이다.
한 가지 더 있다. 부모를 투표로 뽑는다면 어떨까. 그것도 임기를 가령 4년이나 7년으로 정하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부모로 재선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니, 누가 그 힘든 자리에 입후보나 하겠는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머니날 혹은 어버이날, 그리고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부부의 날까지 모두 5월에 있다. 부부의 날은 21일로 했는데 이는 둘이 하나가 된다는 뜻이란다.
아무튼 5월이 되면 지구 북반부에서는 어디서나 신록이 우거지고 꽃이 만발한다. 그 같은 자연환경처럼 가정들도 더욱 싱싱해지고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가 은은히 흘러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 기도가 있기에 건강한 가정이 되는 기본조건 몇 가지를 생각해 보 았다.
먼저 가정은 사랑센터가 되어야 한다. 자녀를 향한 부모의 ‘내리 사랑’이 있고 부모를 향한 자녀들의 ‘올리 효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수직사랑에 형제우애 같은 수평사랑이 더해져야 한다. 게다가 진정한 대화가 있어야 가정은 사랑센터로 자리 잡는다. 이런 말은 귀가 아프도록 들어왔는데도 아직도 대화를 흔히 잔소리 퍼붓는 것으로 오해하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 듣는 데는 매우 인색한 채 말하기를 독점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듣는 대화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형식적 대화를 버리고 정보교환 대화와 의견교환 대화에 진입하게 되고, 더 나가서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정서 대화에 이르게 된다. 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대화자들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새롭게 결심하게 하는 ‘교육 대화’ 혹은 ‘성장을 위한 대화’(dialogue for growth)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좋은 가정이 갖추어야 할 두 번째 조건은 교육센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한 마디 툭 던진 말이 자녀들의 장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그런 의도된 대화, 술병 대신 좋은 책이 식탁과 화장실까지 점령하고 있는 가정, 온 가족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가정. 부모들의 삶이 자녀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가정. 가훈이나 공동가치관이 확립된 가정이 그러하다.
가정은 휴식센터라야 한다. 가정에 오면 모든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확 풀려야 좋은 가정이지 없던 스트레스도 폭풍처럼 몰려온다면 그건 정말 지옥가정일 뿐이다. 건강, 경제적 안정, 안전사고 위험 제거, 특히 사생활이 어렸을 때부터 보장되는 주거환경이면 더욱 좋겠다. 그 위에 오해와 꾸중, 비판과 책임추궁은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따뜻한 이해와 용서, 칭찬과 인정, 위로와 격려,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가정이 되어야 비로소 휴식센터라 할 수 있다.
가정은 비전센터가 되어야 한다. 인간은 희망을 잃게 되면 정신질환자가 되기 쉽고 끝내 범죄자가 되든지 혹은 자살로 마감한다. 그래서 ‘절망이 바로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철학자 키엘케고르가 선언하지 않았는가.
절망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면 희망과 비전은 삶에 이르는 양약이 된다.
자녀들에게 가끔씩, 그러나 유의해서 물어 보라, 어제 밤에는 무슨 꿈을 꾸었느냐, 네가 서른 살이 되면 그 때는 어떤 사람이 될 것 같으냐, 네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냐, 그보다 더 큰 꿈을 가질 수는 없겠느냐, 네가 닮고 싶은 영웅(hero)은 누구냐, 천문대에 아빠와 함께 가서 한 번 하늘을 쳐다보지 않겠느냐 등등을 말이다.
이민생활은 전쟁이다. 이민생활이 지치고 힘겨울수록 가정이 튼튼히 서야 한다. 그간 우리는 황폐화된 가정들의 처절한 비극적 사건들을 언론을 통해 많이 들어 왔다. 이제 그건 마감되어야 한다. 튼튼한 가정건설을 향하여 힘차게 나서야 할 때다.
이정근
유니온 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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