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성 파인리지 모기지
모기지 융자 시 가장 중점적으로 검토되는 부분은 신용상태와 상환여력(Capacity)이다. 모기지 융자를 제공하는 측의 입장에서는 융자를 얻고자 하는 사람의 신용상태가 양호한지, 돈을 빌려주면 약속대로 상환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한 후 융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승인 절차는 모든 융자에 있어서 공히 적용되어지는 매우 상식적이고도 당연한 처리 방식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동안 모기지 융자에 있어 이처럼 상식적으로 당연히 거쳐야 할 것들이 쉽게 무시돼 왔다. 지난 몇 년 동안 모기지 버블에서 나타났던 전형적인 사례 중 하나가 ‘노닥(No Doc)’이라고 하여 ‘소득이 얼마이냐’는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융자를 해주는 이른바 ‘묻지마’ 융자가 크게 유행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해 준다.
심지어 융자 신청 시 소득에 대해 거론하는 것 자체가 괜히 일을 까다롭게 만드는 도가 지나친 행위로 치부되는 분위기였으니 소득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 자의이던 타의이던 간에 일종의 시장관행처럼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융자 은행들이 이처럼 ‘소득이 얼마이냐’를 전혀 개의치 않고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모기지를 취급한 후 이를 채권 유동화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매각해 버렸고 결국 이러한 융자관행이 심각한 모기지부실화를 야기시켰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마땅한가?
지난 주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큰 모기지 은행 중 하나인 컨트리와이드 (Countrywide)의 경우 지난 1분기 중 손실액이 8억9,300만달러,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36%에 달했다. 최근 엎친데 덮친격으로 의도적으로 융자 신청서상에 소득을 부풀리도록 조장했다는 이유로 연방수사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컨트리와이드에만 국한돼 끝날 일은 아니다. 최근 연방수사국(FBI)이 국세청과 공조해 새로운 특별합동수사반을 만들어 과연 융자은행들이 부풀린 소득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거나 묵과했는지의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문제는 일파만파로 확대되어질 소지를 안고 있다. 지난 1월 창설된 특별합동수사반은 최근 금융권에서 불량 모기지에 대한 투자로 인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손실이 발생하게 되자 더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수사의 초점은 소득이나 자산에 대한 서류가 없거나 미비한 모기지와 관련해 융자은행과 모기지브로커들이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 그리고 해당 모기지들이 어떻게 채권유동화의 과정을 거쳤는지에 맞춰져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대출자들이 과연 소득을 부풀렸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매우 쉽게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기지 신청 서류에 적시된 소득내역을 국세청(IRS)에 보고된 소득 자료와 비교하면 금방 사실여부를 판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만일 융자 신청 시 기재된 소득 금액이 국세청에 제출한 소득보고서와 차이가 날 경우 둘 중 하나는 허위로 작성 보고된 것이다. 이는 다음 두가지 중 하나에 해당한다.
첫째, 감당할 수도 없는 모기지를 무리하게 얻기 위해 융자신청 시 실제 소득보다 훨씬 부풀린 금액을 허위로 기재하는 경우; 둘째, 주로 자영업자에 해당되는 경우로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소득보고를 실제소득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줄여서 보고하는 경우이다.
문제는 어느 경우이든 간에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첫 번째의 경우 모기지사기에 해당하는 반면 두 번째의 경우는 탈세목적의 범법행위에 해당된다. 이제껏 벌어진 일들을 모두 지나간 일이라고 치고 그러면 앞으로 모기지 융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모기지 융자에 있어 소득/자산에 대한 사실성여부에 관련하여 수사까지 시작된 마당에 융자은행들이 소득검증을 생략하는 융자프로그램을 계속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만일 반드시 소득이나 자산에 대한 검증없이는 모기지 융자를 얻을 수 없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일들이 예상될 수 있다.
우선적으로 주택구매를 위하여 감당도 할 수 없는 모기지 융자를 무리하게 얻는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또한 실제로 버는 소득으로는 모기지 융자를 잘 감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세목적(?)으로 소득을 실제보다 줄여서 보고하여 모기지 융자를 얻을 수 없다면 적어도 주택구매를 위해서는 소득을 실제대로 보고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그래도 세금을 내는 것이 아까워 제대로 소득을 보고하기 싫다면 100% 현금을 주고 주택을 장만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는 모기지 융자가 더 이상 모든 사람들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적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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