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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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는 미친 소”, “너나 먹어 미친소”, “저는 아직 15년밖에 안 살았습니다.”
어린 학생들의 아우성이다.
3일 저녁 청계광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장은 만여명의 인파가 모였다. 거의60-70%가 중. 고교생이었고, 그 중 대부분은 여학생이었단다. 그들은 또 말한다.
“….광우병 걸린 쇠고기 먹고 죽으면 어떡하느냐”. “나도 대학 가 결혼하고, 애 낳고 싶어요.”라고… 부모들 마음은 어떠할 것인가.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먹거리 걱정만이 아니다. 앞으로의 삶을 놓고 울부짖는 호소다.
그런 저 어린 생명들을 놓고 배후세력에 놀아 난다고 호통 칠 것 인가. 솜털도 벗겨 지지 않은 놈들이 뭣을 아냐고 윽박 지를 것인가. 아니면 “광우병 괴담(怪談)”에 놀아 난다고 못 본척 할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 250만 미주동포들은 어찌되는 것인가.
쇠고기가 주식인 미국이다. 5분이면 먹을 수 있는 손쉬운 먹거리다. 230여년 동안 먹어 온 쇠고기, 지금은 3억여 명이 넘는 미국 인구다. 얼마나 많은 쇠고기가 필요했을까. 필자만 두고 보더라도 지난 30여년동안 먹은 쇠고기는 한.두근이 아니다. 어찌 살코기뿐이 겠는가. 불갈비라면 입에서 풀냄새가 나도록 먹는 먹성이다. 꼬리에, 사골에, 우족에, 곱창에, 육회에 입맛따라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 미국산 쇠고기이다. 그런대도 아직 멀쩡하다. 광우병의 인체내 잠복 기간이 10년이라하니 세번 이상의 “발병 주기”를 무사이 지냈다. 나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 더 오래 산 벗님들이나 이웃들도 모두 건강하다. ‘99 88 234’를 외치며…
사실, 미국에서 살면서 알게 모르게 누리는 기쁨과 편안함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먹거리에 대한 믿음이다. 미국의 보건.식품.위생 당국이 “좋다”고 허락하는 먹거리이면, 마음놓고 먹어도 좋다는 믿음이다.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는 편안함이다. 그것이 캔 식품이던, 냉동 식품이던, 포장식품이던, 육류던, 생선이던, 가금류던 또 익힌 것이던, 날 것이던 말이다.
물론, 하루 이틀에 얻은 믿음은 아니다. 고깃간(Meat Market)이 딸린 식품점18여년의 경험에서 얻은 소득이다. 매주 또는 한 달에 한 번 찾아 오는 ‘Sales Man’들의 성실에서 배운것이다. 파손 또는 잘못 된 상품, 유효 기간이 지난 상품은 크레딧을 주거나 새 상품으로 바꾸어 준다. 소비자가 먹고 탈 나 문제가 되면,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고깃간을 지키는 ‘부쳐(Butcher)’들은 더 한다.
미국 쇠고기는 단연 제일이다. 초지(草地)가 넓고, 기름진 풍성한 먹이를 먹고 자란 쇠고기는 연하고 맛이 최고라는 찬사다. 일 솜씨나 고집은 더 한다. ‘고기는 신선함이 생명이다’,‘버릴 수 있어야 돈 번다’, ‘이.삼일이 지난 고기는 모두 치워라’고 귀에 못이 배기도록 지껄인다. 우리 눈에는 ‘딱 먹기 좋은 고기’로 보이는 데도, 갈아 ‘Hamburger meat’으로 팔자고 큰 소리다.“Butcher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고, 고참들에게서 그렇게 길들여 진 일꾼들이다. 바로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하물며, 미국 축산농가의 명성을 일시에 무너뜨릴 “광우병 쇠고기”를 수출하리라 보는가. 미국 쇠고기 수출도매상인들이 그렇게 무지몽매한 무리들이라 보는가? 정말 아니다.
3억이 넘는 미국 거주자나 여행객 말고도 미국산 쇠고기나 먹거리에 대한 믿음을 말하는 사람은 많고 많을 것이다. 그들이 모두 ‘사대 친미 졸개’들이어서가 아니다. 엄연한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서울의 입들이1억분의 1쯤 되리라는 광우병 발병 확률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 없다면 할 말이 없다. 미국 꼴이 보기 싫어 그러는 것, 어이 할 것인가. 그러나 미주동포인 필자의 눈에는 “그것은 억지다”. 광우병 괴담 소동을 보며, 느끼는 이 황당함이나 안타까움에서 하루라도 빨리 깨어나고 싶다. 이것이야 말로 정말 악몽이다.
다소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다해도 4/18한.미 쇠고기 협정 타결은 ‘한미 FTA’타결과 맞물려 보아야 할 것이다. 한.미 두나라가 경제공동체 이상의 “한 식구(食口)”가 되어 동맹체제를 갖출 수 있다고 믿기에 더욱 그렇다. 얻는 것이 더 많은 거래 일 것이다.
MB는 7일, “쇠고기 개방으로 국민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우선적으로 수입을 중단하고 대책을 마련하게 될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1억분의 1쯤 되는 위험 발생 예상에 대한 대응책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쯤해서 모두가 깨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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