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lan Furniture Fair’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불경기와 환경문제. 이 두 가지 이슈가 가구 업계에서도 화두로 등장했다.
매년 봄 전 세계 인테리어 및 가구 관계자들이 가장 기다리는 이벤트로 꼽히는 ‘밀란 퍼니처 페어’(Milan Furniture Fair: Salone Internazionale del Mobile). 올해는 불황 타개 및 친환경 제품 개발에 중점을 둔 실용적인 제품들이 대거 소개되면서, 유러피안 디자이너들도 이제는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가구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추세를 보여주었다.
네덜란드 ‘모오이’(Moooi)의 홍보 포스터. (사진 LA타임스)
로 페로 전시관.(Rho Pero Exhibition Complex) (사진 designws.com)
가죽을 그물처럼 엮어 만든 마테오 그라시(MatteoGrassi) 의자. (사진 LA타임스)
디자이너 나초 카르보넬의 의자. (사진 뉴욕타임스)
제르바소니사(Gervasoni)의 그래픽 패턴 출품작. (사진 LA타임스)
이탈리안 플랭크(Plank)의 실내외 겸용 의자. (사진 LA타임스)
유러피안 트렌드는 친환경 실용성
밀란 가구 박람회를 통해 보는 최근 박람회에서 소개된 신상품들은 대다수 불경기 이전에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능성과 실용성을 강조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이는 지난 수년간 업계를 이끈 화려한 디자인 컨셉이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미니멀리스트 스타일의 현실적이고 현대적인 가구,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의 편리한 다목적 제품 위주로 트렌드가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 가구회사 플랭크(Plank)에서는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를 통해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로 만든 실내외 겸용 의자를 선보였다. 수준 높은 가죽 가구 제조로 유명한 마테오그라시(MatteoGrassi) 역시 지난해의 고급스러움에서 탈피하여 가죽을 그물처럼 만든 심플한 디자인으로 나왔다.
수수한 디자인의 베이스에 진한 주황색 갓을 씌워 실용적이면서 세련된 독특함을 추구한 이탈리안 가구회사 제르바소니(Gervasoni)의 램프. <사진 LA Times>
다양한 소재를 실험적으로 사용하여 많은 매니아를 확보한 제르바소니(Gervasoni) 또한 아이키아 스타일의 간편하고 꾸밈없이 수수한 디자인으로 승부했으며, 혁신적인 플래스틱 가구 회사 카르텔(Kartell)은 기능과 실용성 면에서 돋보이는 프릴 체어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한편, 네덜란드의 유명 부틱사 모오이(Moooi)는 수석디자이너 마르셀 원더스(Marcel Wanders)의 ‘그램 & 브라운’ 쿠투어 벽지 시리즈와 카펫 타일, 커튼 등 초현대식 미니멀리즘 분위기의 다양한 상품을 진열했다. 의자 생산에서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온 스위스 가구 회사 비트라(Vitra), 이탈리안 가구 회사 리빙 디바니(Living Divani) 등도 천, 가죽, 유리 등의 기본 소재에 파이프, 크롬 등과 같은 현대적이면서 가벼운 재료를 많이 사용하여 유용함을 추구했다.
의자 박물관을 운영할 정도로 의자 생산에서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온 스위스 가구회사 비트라(Vitra)의 신상품들. <사진 designws.com>
북유럽 회사들이 전통적으로 실용성에서 앞선다면, 박람회를 주도하는 이탈리안 회사들의 제품에서는 20세기 중반 모더니즘, 또는 바로크 취향의 액센트를 더한 디자인의 매력을 볼 수 있었다. 미니멀리즘의 심플함에 고풍스러운 화려함이나 선명한 색상 도입을 배합하여 예술적인 분위기를 살리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믹스 앤드 매치에 능한 자노타(Zanotta)에서는 소파 등받이를 커브로 처리하여 로코코 스타일을 느끼게 해주었고, 바로크 도시 레체 태생인 파비오 노벰브레(Fabio Novembre)는 무거운 데이 베드에 조각가 헨리 무어를 연상케 하는 여인상 등받이를 부착하여 색다른 감각을 뽐냈다.
이번 박람회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친환경 및 재활용 제품이 현저히 증가했다는 것.
독특한 나뭇잎 설치로 널리 알려진 더치 디자이너 리차드 허텐(Richard Hutten)의 ‘그린 하우스’ 인스톨레이션. <사진 designws.com>
독특한 나뭇잎 설치로 화제를 만드는 더치 디자이너 리차드 허텐(Richard Hutten)이 예외 없이 ‘그린 하우스’ 인스톨레이션을 선보였고, 스패니시 디자이너 나초 카르보넬의 재활용 페이퍼-머쉐이(Papier-m?ch?) 의자와 네덜란드의 대표 디자이너 토르드 본체가 남미의 자연에서 모아온 친환경 재료로 만든 주방용구 시리즈 ‘마녀의 부엌’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건축, 인테리어, 가구 회사 피아네타 서드 에스트(Pianeta Sud Est)에서 등나무 줄기를 초록색으로 칠하여 알루미늄 틀 안에 넣고 재활용 스폰지로 쿠션을 준 ‘아이 라이크 그래스’(I Like Grass)라는 제목의 신개념 카펫 시스템을 공개했고, 영국 소재 독일인 디자이너인 줄리아 로만(Julia Lohmann)은 즉흥 실험실을 꾸며 미역줄기로 만든 램프를 소개하는 등 곳곳에서 친환경적 제품 개발에 대한 의지를 볼 수 있었다.
누구도 따라하지 못하는 오리지널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네덜란드의 대표 디자이너 토르드 본체는 남미의 자연에서 모아온 재료로 ‘마녀의 부엌’이라는 제목의 친환경적 주방용구 시리즈를 전시했다. <사진 뉴욕 타임스>
밀란 페어는 올해로 47회째를 맞은 권위 있는 가구 박람회로서 사무용, 가정용 가구 및 소품 전시를 중심으로 2년마다 주방, 욕실 가구 박람회까지 동시에 열리는 대대적인 행사다. 올해는 4월 16-21일 엿새에 걸쳐 2500개가 넘는 업체에서 참가했으며, 지난해보다 28%가 많은 348,000명이 방문하는 성황을 이루었다.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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