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지역 야구사촌이 연일 희비의 팽행선을 그렸다. 아메리칸리그 오클랜드 A’s는 6일 홈구장에서 3연승을 거뒀고, 베이브리지 너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같은날 원정길에서 3연패를 당했다.
돈투자에 인색한 짠돌이면서도 짭짤한 성적을 거둬온 구단답게 A’s는 벌써 21승(14패)을 챙긴 반면, A’s의 에이스 배리 지토를 1억2,600만달러를 들여 영입하고 홈런왕 배리 본즈를 방출하는 등 팀재건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자이언츠는 아직 낙관도 비관도 이른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웃는 날보다 찡그린 날이 훨씬 많다(14승19패).
◆볼티모어 오리올스 2 @ 4 오클랜드 A’s = 저스틴 둑셔러(Duchscherer). 발음하기 고약한 그의 라스트 네임처럼 키다리 둑셔러가 허리를 잔뜩 숙여 포수의 사인을 조금은 지루할 정도로 뜸들여 쳐다본 뒤 천천히 와인드업해 벼락같이 뿌려대는 그의 강속구를 제대로 쳐내기도 여간 고약하지 않다. 문제는 초반이나 종반이나 팽팽할 때나 낙락할 때나 거의 관계없이 온 체중을 실어 강속구를 뿌려댄다는 것.
날도 몸도 덜 풀린 시즌 초반에 그가 오른팔 이두박근 고장으로 부상자명단(DL)에 올라 몇게임을 걸러야 했던 것 또한 일단 마운드에 서면 ‘쎄게 일변도 피칭’이 큰 원인이었다.
모처럼 그가 돌아왔다. 돌아온 그는 언제 아팠냐는 듯 싱싱했다. 갈 길 먼 오리올스 타자들이 줄타작을 당했다. 7이닝동안 4안타(2볼넷 4삼진)밖에 치지 못했다. A’s로서는 승패를 떠나 부상휴업 뒤 첫 등판인데도 둑셔러가 7회까지 버텨준 것만 해도 대단한데 팔팔한 구위를 재확인하고 승리(시즌 3승째)까지 챙겼으니 든든한 버팀목을 되찾은 셈이었다. 둑셔러 자신도 게임종료 뒤 승패보다는 5회를 넘어 더 오래 (7회까지) 경기할 수 있었다는 게 기쁘다. 이제는 100개 이상 던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자신어린 희망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85개의 공을 뿌렸다. 불펜의 뒷받침도 좋았다. 앨런 앰브리와 산티아고 카시야(세이브)가 차례로 8회와 9회 마운드에 올라 오리올스 타선을 잠재웠다. A’s의 1회말 첫 득점은 역시 타점의 사나이 에밀 브라운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전날(5일) 연장 10회말 2사후 끝내기 안타를 터트렸던 브라운은 이날 첫 득점타를 때려, 전날 포함 2연타석 타점을 올렸다. A’s는 3회말 제대로 된 안타 없이 볼넷과 안타성 내야땅볼 등으로 쉽게 2점을 추가했다.
오리올스는 곧바로 4회초 힘받은 둑셔러가 정면승부 파워피칭으로 일관하는 것을 역이용, 집중안타와 희생플라이 등을 엮어 2점을 만회했으나, A’s는 6회말 라자이 데이비스의 희생플라이로 쐐기점을 뽑아내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6 @ 12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 비몽사몽 잠결에 늘씬 홍두깨질을 당하다 겨우 눈비비고 일어나 앙갚음 방망이질에 불붙는다 했더니 날이 새버렸다. 원정지 피츠버그에서 벌어진 SF 자이언츠의 6일 농사는 완전 그 꼴이었다.
두 이닝을 살랑살랑 넘기고는 3회부터 해적떼(파이어리츠)의 인정사정 볼것없는 노략질이 시작돼 7회가 끝나자 전광판엔 12대1. 그로기 상태에서 자이언츠는 8회와 9회 1점도 내주지 않은 채 연속안타를 몰아치며 숨가쁘게 5점을 추가했지만 때는 늦었다. 전리품을 두둑히 해적떼는 이미 추격권을 벗어났고, 전광판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2번 지고 1번 이기는 식으로 전반기 중반까지 어기적어기적 걸어온 자이언츠로서는 성적표상 모처럼 만만한 상대를 만났다 싶었지만, 하필 이날 난데없이 펄펄 끓은 해적이 2명이나 됐다. 네이트 맥루스. 지난 시즌까지 교체멤버로 아웃필드를 들락날락했던 그가 거인(자이언츠) 타작의 선봉에 섰다. 홈런 2개로 3타점의 불방망이. 지난달 27일 홈게임에 이어 2연속 홈게임에서 멀티플 홈런(2개 이상 홈런)을 기록했다. 파이어리츠 선수가 홈구장에서 2연속 멀리플 홈런을 기록한 것은 1949년 9월11일과 13일 랠프 카이너 이후 근 59년만의 일이다.
맥루스가 타석에서 배팅쇼를 벌였다면 선발투수 자크 듀크는 마운드에서 피칭쇼를 벌였다. 작년 6월12일 이후 선발로 등판한 18게임에서 단 1승도 건지지 못한 그가 자이언츠를 상대로 6회까지 완봉피칭(총 7.1이닝 8안타 3실점)을 해낼 줄은 그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승패에 관계없이 그가 그렇게 오래 버틴 것 또한 2006년 9월17일 뉴욕 메츠전에서 8이닝을 던진 뒤 처음이었다. 작년 내셔널리그 타격왕 프레디 산체스(4타수 3안타)나 애담 라로시(2점홈런)의 맹타가 뒷전으로 밀릴 정도로 맥루스와 듀크의 깜짝쇼는 위력적이었다.
이 경기 이전까지 29.2이닝동안 고작 6점밖에 내주지 않았던 자이언츠 선발투수 조나단 산체스는 파이어리츠의 뭇매질에 5이닝도 버티지 못한 채 마운드에서 하산해야 했다(4.1이닝 6안타 7실점).
풍성한 점수만큼 풍성한 얘깃거리를 남긴 이 경기의 별미 하나 더. 신들린 듯 그렇게 잘 던지던 파이어리츠 선발투수 듀크로부터 8회초 3점홈런을 빼앗아 결국 그를 덕아웃으로 돌려보낸 자이언츠 타자는 호세 카스티요. 그런데 카스티요는 작년에 파이어리츠에 있을 때(221타석)를 포함해 최근까지 450타석에서 홈런을 단 1방도 날리지 못한 처지였으나 근 1년만에 겨울잠에서 깨어나 놀라운 피칭쇼를 하던 엊그제의 팀동료로부터 450타석만에 홈런을 터뜨렸으니...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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