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에서
점심 시간이 지난 후라 커피숍 안은 한가하였다. 책에 눈길을 주고 있는 사람. 구석진 자리에 앉아 랩탑의 화면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미숙과 지숙은 컵을 들고 중간의 빈자리로 가 앉았다. 지숙은 자리에 앉으면서 옆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있는 젊은 남자를 힐끗 쳐다봤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체격은 건강해 보였다. 지숙은 초롱초롱한 눈에 오뚝한 콧날이 언뜻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래 그런지 지숙은 한국 남자들보다 서구 남자들을 좋아하고 또 인기도 있다. 한 부모한테서 태어났는데 언니 미숙과 생김새도 닮지 않았고 성격도 완전 다르다. 지숙은 개방적이고 낙천주의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 성격이지만 미숙과 지숙의 사이는 놀랄 만큼 다정스럽고 우애 있는 자매로 자라고 있다. 지숙이 자라면서 외국 남자아이들을 만나고 집으로 데리고 오는 것을 부모는 반대하였다. 그러나 주관이 서 있는 지숙은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런 지숙을 부모는 더 이상 말리지 못하고 이제는 큰딸 미숙이한테 맡기고 말았다.
“언니. 저 남자 한국 사람 아닐까?”
미숙은 남자를 힐끗 쳐다본다.
“글쎄. 일본 사람 같다. 이 거리가 스탠포드 대학로니까.”
지숙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홀 안을 돌아본다. 맞은편 벽엔 흑백으로 된 야경의 베이 브리지 사진과 영화배우 죤웨이가 장총을 들고 목장을 걸어가는 칼라 사진이 걸려 있었다.
“지숙아. 이제는 정리할 때가 안 되었니?”
지숙은 미숙의 말에 싱긋 웃는다.
“언니.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잘 안 돼.”
“안 되는 이유가 뭔데?”
“자본주의사회에서 경제력을 등한시 할 수 없잖아. 그리고 섹스도 그렇잖아.”
“아이쿠, 가시나가 못하는 소리가 없네. 그래서 계속해봐.”
“돈은 와일드가 많지만 잠자리가 부실하고, 베이커는 그와 반대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도 몰라.”
“그럼 간단하네. 둘 다 가지면 되겠네.”
“언니!”
지숙은 너무 어이가 없어 큰 소리가 나왔다. 미숙은 마음에 없는 말을 했다. 그렇게 하므로 스스로 어떤 변화를 유도하고 싶었다.
“어찌, 언니답지 않은 말을 하고있어?”
지숙은 미숙이한테 눈을 흘깃하고는 커피를 마신다.
“지숙아, 네가 한 말 부정은 안 해. 그러나 돈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있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섹스는 순간적인 쾌락이다. 사랑은 서로의 마음이 교감할 때 진
1. 정한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넌 지금 두 남자를 다 사랑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왜 그런 생각을 해?”
“와일드가 경제력이 있다는 것은 아버지의 재산이야. 그 부모가 죽기 전 재산을 사회나, 어떤 단체에 기부할 수가 있어. 그러면 넌 뭐가 되는 거야?”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야 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안 된다는 확답도 없잖아. 서구인의 사고 방식이야.”
미숙은 목이 마른 지 커피를 마신다. 미숙의 말을 들은 지숙의 밝은 표정위로 엷은 안개가 끼어 들었다.
“그리고 베이커는 한 마디로 게으름뱅이야. 넌 일도 안하고 매일 그 짓만 하고 살 거야?”
“그야 돈을 벌면서 살아야지.”
“이성간의 사랑엔 경제와 명예, 학력, 섹스 같은 것은 하나의 부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해.”
“그럼 무엇이 참된 것인데?”
“남자와 여자한테 비전이 있고, 진실 된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있을까?”
“있지. 우리가 포장에만 신경을 쓰고 안에 든 물건은 생각을 안 하니까 그렇지.”
“언니 너무 이상적인 생각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
“꿈이 아니고 현실이야. 진실 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왜 없을까.”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말해봐.”
지숙은 몸을 앞으로 내어 밀면서 미숙이한테 묻는다.
“전에 나에게 인사 시켜준 코넬. 그 사람이 진실해 보여.”
“그 남자?”
지숙은 입을 삐쭉 하면서 바로 앉는다.
“왜 그렇게 놀라, 무슨 일이 있었어?”
“일은 없었어. 그런데 언니?”
지숙은 다시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주위를 한번 돌아본다.
“전에 코넬하고 요세미티 놀러 간다고 했지?”
“그래 오다가 차가 고장 나 다음날 왔다고 했지.”
“그때 호텔에 들어가 나는 피곤해 자리에 누워있는데 코넬이 밖에 나갔다 왔어. 그리고 내 옆에 누워서 콘돔을 꺼내 사용하자고 했어. 서로 처음 보는 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그냥 서로 꼭 껴안고 잤어.”
지숙은 그때의 일이 허전했는지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 그런데 그때의 기분은 어땠어?”
“글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왜?”
“그것이 진실 된 사랑이란 것이야. 얼마나 아름답고 멋있는 일이니.”
“언니. 지금 무슨 신파극하고 있어?”
2.“그런데 지금도 코넬과 연락하고 있어?”
“응. 가끔 전화 와.”
“너의 짝은 코넬같다. 금년에 꼭 가정을 꾸리도록 해봐. 부모님 속 그만 썩이고.”
“한번 생각해 볼 일이네.”
지숙이 컵을 들고 입으로 가져가는데 옆에 있던 남자가 일어나 지숙을 향해 섰다.
“콘돔 사용법을 가르쳐 줄 테니 저한테 연락하세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남자는 테이블 사이를 지나갔다. 미숙과 지숙은 어안이 벙벙하여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문 앞에 서서 싱긋 웃어주고는 손을 흔들면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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