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탄 인도의 시인 타고르의 시 ‘동방의 등불’에서처럼 한국은 나에게 자유의 천국이요 마음의 조국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한국인의 말은 믿을 정도로 신용이 있어야 하며, 한국인의 물건은 누구에게나 사고 싶을 정도가 되어야 하며, 일꾼들은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내가 말할 수 있는 한국인으로서의 자랑을 말하라고 한다면 정(情), 열(熱), 낙(樂) 그리고 인(忍)이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이 잘되는 것을 바라고 소망하고 한국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싶어 하는 한국인의 마음, 한심(韓心)을 가진 사람이다.
한국인의 정서는 노래와 춤이다. 그곳이 술자리이든, 그곳이 잔치집이든 한국인이 모여 있는 곳에는 춤과 노래가 있다. 프랑스의 신부 달레(C. C. Dallet)가 한국에 선교사로 와서 한국인들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마을마다 북과 나팔, 피리, 몇 개의 솥뚜껑이 있어서, 흔히 여름철의 고달픈 노동시간 중에 한참동안 일손을 멈추고 힘껏 합주하여 피로를 푼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보면 “고구려 백성들은 노래와 춤을 좋아하여, 나라 안의 촌락마다 밤이 되면 남녀가 떼 지어 모여서 서로 노래하며 유희를 즐긴다”고 했다. 역시 예부터 우리 백성들은 인생을 즐기며 노래하는 낙천적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한심(閑心)이다. 하늘을 보며 호연지기를 키우며 산을 보며 안빈낙도를 즐겼던 옛 어른들의 세상을 즐기며 살았던 한심(閑心)한 풍류와 낭만이었다.
성경은 말씀한다.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를 부르며 마음에 감사함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또 무엇을 하든지 말에나 일에나 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그를 힘입어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라”(골로새서 3:16-17)
요즘 한국의 대기업이 인구에 회자(膾炙)되고 있다. 합리성이 결여되어 타인보다는 자기중심적인 독선이 많다는 이유로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성공을 위한 열(熱)이 있다고 해도 나눔과 섬김의 정과 낙을 무시하면 모두를 잃어버리게 된다. 인내를 가지고 봄의 가뭄의 때를 이기며, 마침내 풍요로운 추수를 맞게 되는 영광의 잔치를 위해 정과 열과 낙을 함께 쏟아 부어야 한다. 이렇게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의 질을 한심(閑心)으로 즐기지 못하고, 자랑과 허영의 곁길로 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한심(寒心)의 탄식을 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황성신문의 주필이었던 장지연은 신문 논설에서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란 제하에 일본의 강제적인 을사조약을 맺어 국권을 빼앗기게 만든 조선의 을사오적을 비난하고, 일본 총독 이토 히로부미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잠시 잠깐의 영화를 보자고 이완용을 비롯한 대신들의 주권 없는 포기각서로 인해 대한민국이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기게 한 그 사람들을 향해 한심(寒心)의 통탄의 울분이 그 글을 읽는 조선인들의 마음에 시원함과 맺혀있었던 애국심을 불태웠던 것이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사랑하며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하는 민족주의자의 그 외로운 투쟁에 감동,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그 애국자들의 주검은 쓸쓸히 대륙의 어느 광야에 묻혀 인적이 드문 곳에 오늘도 바람만 왔다가 외로움의 인사를 하고 가지만 조국을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은 대한민국 후대에 길이 남을 한줌의 흙이 된 것이다.
그들의 정과 열과 낙과 인으로 이어진 한국은 위대한 나라이다. 그 한국의 국민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렇게 조국 해방을 위해 말 달리며 벌판을 누볐던 독립투사들의 노력에 힘입어 오늘도 대한민국은 세계 만국에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세계 선진대국의 대열에 아직은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자그마한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계 경제 대국의 반열에 서 있으며 자동차와 반도체, 선박, 의류 분야에 있어 누구나가 인정하는 상품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다시금 느낀다. 이러한 나라가 결코 후세들에게 부끄러운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부끄러워 탄식하는 한심(恨心)의 한숨이 나와서는 안 된다.
구약 성경에 느헤미야라는 사람은 조국 이스라엘의 성이 바벨론에 의해 불타고 훼파되었으며 남아있는 조국 백성들은 환란과 능욕을 당한다는 말을 듣고 앉아서 울고 수일동안 슬퍼하며 금식했다고 했다. 그것이 한심(恨心)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그렇게 입에 달도록 암송했던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가 다시 머리에 기억된다.
자랑스런 조국이여! 사랑하는 대한민국이여! 그대를 한심(恨心)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심(韓心)으로 꿈꾸며 오늘도 이 이방 땅에서 손 모아 기도하노라. 조국이여! 영원하라!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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