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수/ 6.15 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 사무국장
이명박 대통령의 4박 5일간의 미국 방문이 끝났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끝내고 기자들과 만나 “부시 대통령이 90점 이상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부시 대통령에게 받은 90점 점수가 우리 국민들이나 민족의 미래에는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헌데 이상한 것은 그 정도 점수라면 과거 노무현, 김대중 정부에서는 나왔던 ‘공동성명’이 발표되어야 마땅한데도 그런 것은 없었다.
한국 언론의 자화자찬식 방미 보도에 이어 대표적 보수 논객이며 전 월간조선 사장인 조갑제 씨가 미-영 정도의 한미동맹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조 씨는 2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전략적 동맹관계는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논의가 있어야 말장난으로 끝날지 아니면 미?영 관계 수준으로 격상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한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지금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며 ??미?영 수준의 동맹관계를 원한다면 한국은 1개 사단 규모의 전투병력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조 전 사장은 이 대통령의 이번 방미, 방일 결과가 북한 김정일 체제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두 차례 선거에서 좌경세력이 참패하여 정치세력으로서 약화된 것은 남한 내 친북세력을 후방기지로 삼았던 김정일 정권에 큰 타격을 안겼다??며 ??한미 동맹-한일 우호 관계가 다시 강화되면 대북 공조 체제가 부활하고 여기에 북한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장경제화가 겹치면 김정일 정권은 내우외환의 중대 기로에 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향후 이번 정상회담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아직 확인할 수는 없다. 이제 임기가 6개월 남짓 남은, 국민 신뢰도가 27%로 바닥을 치고 있는 부시 대통령과 함께 나눈 ‘21세기 미래 군사동맹’이 과연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예상컨대 부시가 말하는 군사동맹은 자신이 벌여놓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도움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가뜩이나 전 세계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더러운 전쟁’에 한국이 더 많은 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동맹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 주한미군 감축계획 수정, 미국 대외군사판매제도(FMS)에 있어서 한국의 구매국 지위 격상 등을 약속(?)했다. 허나 엄밀히 말해 이것은 약속이 아니라 요구인 것이다. 이러한 부시 대통령의 요구가 오는 7월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서 어떻게 나타날지가 주목된다.
부시대통령이 이러한 요구의 대가로 지불한 약속이라면 비자면제프로그램(WWP)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정도이다. 허나 이것은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해왔던 것의 결과이기에 약속이라 하기엔 좀 약한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꺼려왔던 미국 쇠고기 수입을 대폭 허용함으로써 이에 화답했다. 부시 대통령이 보기엔 90점짜리 회담이었을 것이다. 허나 한국이 보기에도 90점짜리 인지는 아리송하다.
한국은 분단국가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이 그 어느 것보다 우선순위에 있는 나라이다. 현재 진행되는 6자회담도 핵문제 해결을 통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그 결과가 맞춰져 있다. 헌데 더 격상된 미국과의 신 군사동맹을 매개로 군사비가 올라가고 한국의 군대가 분쟁 나라에 파견되어 전쟁을 수행하는 모습은 중국과 러시아가 포함된 6자회담과는, 그리고 적어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한반도의 문제는 평화와 통일의 방향을 제시한 6.15 공동선언과 그 실천의 의지를 확인한 10.4 선언의 구체적인 실행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족의 장래를 희망으로 이끌며 60년 분단 시대를 마감하는 이러한 실천이야 말로 자랑스러운 조국을 후세에 물려줄 귀중한 유산이다. 또한 남북간의 공존, 공영, 공생이야말로 어지러운 국제관계 속에서 분단된 민족이 살아나갈 유일한 길임을 확신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방문에서 이와 같은 민족의 나아갈 길에 대한 광범위한 동의를 얻어내고 그 의지를 밝히는 기간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이 있었다. 허나 그 결과가 깊은 우려로 나타난 것에 대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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