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20분 길어진 격려사
○…이 대통령의 격려사는 예상됐던 20분 보다 무려 20분이나 더 길어졌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동포언론들은 마감시간에 쫓겨 기사와 사진을 급전송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원고 없이 연설을 진행한 이 대통령의 어조는 차분했으나 목소리는 시차 때문인지 아니면 강행군 일정 탓인지 쉬어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행사 내내 밝고 편안한 표정이어서 참석자들을 안심시켰다. 부인인 김윤옥 여사도 웃음을 잃지 않아 “서울시장시 방문 때보다 훨씬 고와졌다”는 평을 들었다.
운전면허 취득비용 비교도
○…이 대통령은 뉴욕 동포 리셉션에서와 달리 재외동포 현안에 대한 주제보다는 ‘경제 살리기’와 ‘선진 일류국가 건설’이라는 국정 비전에 대해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요지는 위로부터 솔선수범해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다. 또 국민들은 위기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는 규제와 낡은 관행의 한 예로 한-미간 운전면허 취득 방식을 들었다. 이 대통령은 “내가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딸 때는 10불이 들었는데 한국에 가서는 150만원이 들었으며 시험도 엔진 같은 운전자들에 실제 필요 없는 까다로운 문제가 나온다”며 “(규제 완화란) 이러한 사소한 규정들을 바꾸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때 관심.지원에 감사
○…이 대통령은 격려사 서두에 워싱턴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특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그는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워싱턴에서 1년 이상 지냈다”며 “많은 분들이 형제 이상으로 잘 해줘 좋은 시간을 보냈으며 많은 걸 느끼고 배우고 갔다”고 90년대 말 워싱턴 체류시절을 회고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 직을 사퇴하고 조지 워싱턴대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머물며 대망을 키웠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여기에 아는 얼굴이 2/3는 되는 것 같다”며 “지난 대선 때 저의 당선을 위해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줘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했다.
동포정책 인식 미흡 아쉬워
○…이 대통령은 재외동포 권익과 관련된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지 않아 아쉬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나마 격려사에서는 재외동포 권익과 관련된 언급이 아예 없었으며 행사 말미에 진행된 ‘동포와의 대화’에서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잠깐 견해를 피력하는 정도였다.
이중국적 허용 가능성을 묻는 유선영 전 워싱턴 공군전우회장의 질문에 이 대통령은 “교민사회도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이나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나라마다 국가 정체성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분단국가에선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며 “(이중국적 허용 문제를) 신중히 다루고 부분적으로 시행 가능성을 검토 중이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미주동포들이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한국의 웹사이트 사용이 불편한 만큼 이를 개선해달라는 박미영 메릴랜드한인회 수석부회장의 질문에는 대선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며 다소 엉뚱한 답변을 했다. 그는 “선거 때 보니 제 어머니가 일본 여자다, 아들이 군대에 안 갔다는 등 헛소문이 인터넷에 쫙 퍼졌더라”며 “인터넷 실명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글교육 지원과 동포 영어교사 확대를 요청하는 신현일씨의 질문에는 “한글을 잘 할 경우 한국이 4만불 소득시대가 되면 좋은 직장 구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이어 “우리도 법을 바꿔 외국인을 공직에 임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동포 2세들이 한국에 와 6개월, 1년간 영어교육을 하며 한글도 배우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비서과, 한인들과 동석
○…리셉션 초청장을 받은 한인들은 대부분 행사 시작 1시간 전인 6시까지 호텔에 도착했다. 6시40분 리셉션장 입장이 시작됐다. 그러나 중앙 연단이 있는 근처 좌석들은 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나 VIP 지정석으로 배정돼 있어 ‘자리싸움’의 혼란을 피할 수 있었다. 지정석에는 청와대 비서관, 장관 등 수행원들을 배치해 동포들과의 대화를 유도하기도 했다.
7시 정각 대통령이 입장하자 참석자들은 모두 일어나 국가원수를 맞았다. 이 대통령은 앞줄의 한인들과 악수를 하면서 입장하며 특히 워싱턴 체류중 가까웠던 인사들에는 각별한 관심을 표시하고 안부를 물었다. 그가 다녔던 와싱톤 중앙장로교회 이원상 목사와는 손을 꼭 잡고 잠시 동안 대화를 나누기도.
만찬 뷔페상 금방 동나
○…이 대통령의 입장 순간 경호원들과 참석자들 간의 카메라 실랑이도 발생했다. 사전 안내방송을 통해 카메라 촬영을 못하게 막았지만 일부 참석자들의 ‘열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몇몇 인사가 대통령 내외의 사진을 찍기 위해 ‘순발력’있게 셔터를 눌러대자 경호원들은 급히 달려와 제지했다.
대통령이 8시를 조금 넘겨 행사장을 떠나자 만찬이 시작됐다. 서양 뷔페식으로 차려진 만찬은 밥때를 넘긴 시간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참석자들의 ‘식성’이 좋아서인지 금세 동이 났다.
평통 회장, 오렌지 건배사
○…이날 건배사를 한 이용진 워싱턴 평통 회장은 “그간 건배사를 많이 했는데 오늘처럼 오렌지로 건배하기는 처음이다. 이 대통령이 장로여서 오렌지 주스로 하는 것 같다”고 말해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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