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사람들’ (Smart People) ★★½(5개 만점)
홀아비 교수 가족의‘심각 코미디’
삐딱한 배역들 갈등묘사도 삐딱
홀아비 로렌스는 과거 자기 제자인 의사 재닛과 데이트를 한다.
구성원들이 각자 자기들이 왕인 갈가리 찢어진 홀아비 교수네 가족 관계를 그린 심각한 코미디인데 제목만큼 똑똑하질 못하다. 배역진은 잘 구성됐지만 각본에서 그들의 성격 개발이나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 등이 뚜렷이 묘사되질 못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삐딱한 가족 드라마란 얼마든지 현실에서도 있는 얘기인데도 이 영화는 배우들이 억지를 부리며 드라마를 엮어 나가 비현실적이다. 남녀 배우들 간의 화학작용도 제대로 발효가 안됐다.
수염을 기르고 뒤뚱대다시피 걷는 로렌스(데니스 퀘이드)는 피츠버그 카네기 멜론의 영문학 교수. 홀아비인 그는 가르치는데 넌덜머리가 난 교수로 학생들의 이름도 모르고 또 제자들을 무시한다. 게다가 쓴 글이 출판사들로부터 거절을 당해 심기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로렌스의 대학생 아들 제임스는 아버지와 거의 대화가 없고 그나마 아버지와 입씨름을 하는 것으로 대화를 삼는 것이 영특하기 짝이 없는 열렬한 공화당 지지자인 고 3생인 딸 바네사(엘렌 페이지). 이런 어수선한 가정에 로렌스의 동생으로 어릴 때 입양한 무일푼 백수인 척(토마스 헤이든 처치)이 느닷없이 찾아와 짐을 풀면서 무미건조한 가정 풍경에 변화의 색조가 일게 다.
로렌스가 왕년의 자기 제자로 병원 응급실 담당의 재닛(새라 제시카 파커)을 만나게 된 것은 그가 머리를 다치는 사고를 입으면서이다. 로렌스는 응급실에 다른 의사에 의해 재닛이 과거에 자기를 연모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한편 머리 다친 후 6개월간 운전을 할 수 없게 된 로렌스는 마지못해 척을 운전사로 쓰며 자기 집에 묵게 한다. 그리고 로렌스는 재닛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물론 이 데이트는 모든 데이트들처럼 시련을 겪게 된다.
말 상대인 아버지가 재닛에게 몰두하면서 바네사는 삼촌인 척과 재미있는 우정의 관계를 맺게 된다.
목피 씹는 맛 나는 영화에서 수액 구실을 하는 것이 자유롭고 감정적으로 사는 척의 모습. 헤이든 처치가 능청스럽다. R. 전지역.
‘해바라기’(Sunflower) ★★★½
자신의 채 다 못 이룬 화가로서의 꿈을 아들을 통해 이루려는 아버지와 아들 간의 긴장된 관계를 30년에 걸쳐 그린 감정적인 중국 영화. 1967년 주인공인 아들 장시앙양이 태어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곧 이어 1976년으로 시대가 바뀌면서 3챕터식으로 이어진다.
8세가 된 시앙양은 장난꾸러기로 6년 전 문화혁명 때 수용소에 갇혔다가 귀가하는 아버지를 처음 만난다. 그리고 아버지는 자의대로 아들을 화가의 길로 인도하나 아들은 이를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시앙양과 아버지와 인내하는 어머니(조운 첸) 등 일가족과 마당을 공유하는 이웃 간의 관계가 극적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아버지는 자기를 배신한 자가 친구이자 동료 화가임을 알게 된다.
그랜드 4플렉스(213-617-0268).
‘유대인 박서’(Orthodox Stance) ★★★
초보수적 유대교 신자이자 프로권투 선수인 러시아계 이민자 드미트리 살리타(24)에 관한 이색적인 기록영화.
브루클린의 러시안 거주 지역에 사는 드미트리의 집에서부터 예배당 그리고 흑인과 히스패닉 선수들로 가득 찬 아마체육관을 거쳐 베가스와 애틀랜틱시티 및 푸에르토리코 등지의 링까지 따라다니며 드미트리의 삶을 찍었다. 그의 종교적 삶과 선수생활에 모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교차로 담았는데 영화는 그의 프로 타이틀전으로 끝난다.
드미트리는 4년간 22차례의 경기 후 마침내 맨해턴의 경기장에서 첫 타이틀전에 나간다. 권투 팬들과 유대교 신자들이 응원하는 가운데 드미트리는 KO승을 거둔다.
뮤직홀(310-274-6869).
‘알렉산드라’(Alexandra) ★★★
러시아의 명장 알렉산더 소쿠로프가 러시아의 전설적 오페라 가수 갈리나 비시넵스카야(작고한 첼리스트 로스트로보비치의 부인)를 기용해 만든 전쟁의 무용성과 그것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과 영혼의 상처를 명상하듯 그린 정치적 드라마다. 체츠니야 전쟁이 배경이나 전투 장면은 없다. 총성 없는 반전영화다.
모국 러시아를 상징하는 듯 자랑스럽고 담대하고 의연한 할머니 알렉산드라가 7년간 못 본 손자인 장교 데니스를 만나기 위해 전장의 손자부대를 방문한다. 알렉산드라가 데니스의 안내로 부대를 구경하면서 알렉산드라의 눈을 통해 긴 전쟁으로 인한 젊은이들의 비인간화가 과묵하게 묘사된다.
바랜 단색으로 찍은 촬영과 함께 비시넵스카야의 묵직한 연기가 압도적이다. 성인용. 17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너의 삶을 밝혀라’ (Shine a Light)★★★½
우드스탁 록축제와 밥 딜란 등에 관한 기록영화를 만든 마틴 스코르세지가 2006년 뉴욕의 비콘 극장에서 공연한 롤링스톤즈의 콘서트를 찍은 원기 왕성하고 정열적이며 또 향수감을 불러일으키는 즐거운 기록영화다.
‘애즈 티어즈 고 바이’를 비롯해 밴드 리드싱어 믹 재거(공연 당시 63세)가 부르는 노래가 20여곡이 나온다. 상영시간 2시간 중 100여분이 순전히 재거와 기타리스트들인 키스 리처즈와와 로니 우드 및 드러머 촬리 와츠의 노래와 연주로 채워진다. 공연 모습 속에 이들의 젊은 시절 언론과의 인터뷰 장면과 뉴스필름 등이 삽입돼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든다. 나이 먹음과 시간의 흐름을 생각나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한데 특히 노래 부르며 잠시도 쉬지 않고 무대 위를 뛰고 달리는 재거의 에너지가 경탄할 만하다. PG-13. 전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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