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4.9총선이 끝났다. 투표율은 46%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재.보선도 아닌데54%의 표심이 외면했다니 무슨 말을 할 것인가. 4.9총선이 국민들의 축제가 되지 못한 만큼 18대 의회는 국민들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했다. 누구는 민주정치의 모순이고, 대의정치의 약점이라 하겠지만 결코 무심히 보아 넘길 수 없다.
여의도 정치에 대한 염증이나 혐오감,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을 두고 이제 와 누구를 탓 할 것인가. 압축 성장, 발전이 가져 온 병패라고나 할까. 그래도 마음은 편치 않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정치의 주체도 국민이다. 정치의 선진화를 원한다면, 국민들이 먼저 선진 민주시민 의식으로 무장하고 난 후에 정치판을 지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4.9 총선에 나타난 표심을 보면 몇 가지 풀리지 않는 “한국적인 매듭”을 보게 된다.
그 첫째가 아직도 망국적인 지역정서가 날뛰고 있다는 것이다. 삼남(三南)의 표가 유별나게 티를 낸다. 충청도를 텃밭 삼아 보겠다는 당이야, 말 그대로 소수정당이다. 그러나 영남의 TK표를 들 쑤셔 바람을 잡겠다는 것은 예사로이 보아 넘길 수 없다. 3월 28일이다. “TK는 이명박정부의 최대주주다”라는 한나라당 강재섭대표의 말이 불씨가 된다. 야당에서 지나 칠리 없다. 31일, 민주당 유종필 선대위 대변인이 나선다. “TK는 성골, PK는 진골, 나머지는 견골(犬骨; 개뼈다귀) 이다. TK가 최대주주라면 PK는 소액주주고 다른 지역은 종업원이란 말이냐”고 이를 간다. (한국 4/9 참조)
정치판에 지역감정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 곳도 대구다. “박정희, 김대중 싸움”에서다. 대구의 “얼룩소 이효상 의장”은 “우리는 경상도. 박정희 후보다”라고 외친다. 그 뒤 금오산, 가야산, 대구 팔공산으로 이어진 “왕 별 정치” 30여년 동안 다지고 또 다진 지역정서는 ‘TK의 성골(聖骨)의식’을 키웠고, “우리가 남이가”한마디로 PK를 진골(眞骨) 반열에 올려 놓게 되었음을 각 종 선거를 통해 보아 온다. 망국의 병, 참으로 고황에 든 병인가.
둘째는 여의도 정치판에 “황금만능병이나 왕자병”이 창궐하지 않을 까? 하는 염려다. 서울 친지에게서 들은 충격적인 염려다. 동작 을의 정몽준 후보 완승을 두고 토해 내는 울부짖음이다. 호남의 싹(정동영)을 뿌리 체 갈아 엎겠다고 나선 정몽준 후보가 누구냐? 며 전화기가 깨질 듯 목청을 돋운다. 3조 6천 3십여 억 원의 재산가다.
부모 잘 만나 평생 노동이 무엇인지, 농사일이 무엇인지, 가난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 온 “왕자”다. 재벌 아닌 세상 사람 모두를 “종업원”아니면, “일꾼”으로 보려는 “왕자병”을 아느냐? 미국의 부자들 그 누가 대통령 되려고 하느냐? 정치에서 삼성가(三星家)는 저렇게 조용한데 왜 현대가의 아들 ‘정몽준이 호남의 희망을 꺾는데 앞장 서느냐?’ “동작을 표심이 능력을 보고, 표를 찍었겠느냐, 돈이다.” 돈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사람의 혼을 뒤 흔들고,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인가.
“김 형, ‘돈이면 다’라는 한국판 왕자병을 당신은 아시요. 목이 매어 말을 잇지 못하는 친지의 말을 더 듣고 있을 수 없어 전화기를 놓고 만다.
셋째는 절대 다수를 확보한 범보수 진영의 앞 날이다. 정파의 갈등에 대한 염려다.
모두가 한나라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나라당 153석,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 친박 무소속 15-19석, 한나라당 영입대상인 순수무소속 3-4석등 합하면 203석 내지 208석이 된다. 특정 국정사안에 대한 독주나 독단이 있을까 하는 염려다. 총선이 끝난 뒤 사람들은 ‘박근혜 전대표를 위한 선거’다. ‘무궁화가 활짝 핀 4월’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원칙과 정도의 국민적 정치 지도자 박근혜가 “친박 정파의 여두목”으로 전락했다. “공주병이 도저 막을 길이 없게 되었다.” “공주병과 왕자병이 맞짱뜨는 사태를 누가 막을 수 있으며, 그 후유증은 또 어쩔 것인가?” 모두가 기우일까. 모든 열쇠는 이명박대통령의 화합을 앞 세운 지도 역량에 달려 있다.
정부가 4.9총선에 나타난 표심을 하늘의 뜻으로 알고, 섬김의 자세를 올곧게 지켜 나간다면 국민들의 박수를 잃지 않을 것이다. ‘정치보다 한 발 앞서 가는 국민들’이다. 그 국민들은 하나같이 성공하는 정부, 성공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기에 더욱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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