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장 ‘잔인한 4월’이기 십상인 4.9총선 바람이 분다.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한나라당이요, 출범 40여일 된 이명박 정부다. 처음부터 총선 정국을 확실하게 움켜 쥘 법도 하련만, 그게 아니다. 무섭게 변하는 민심은 말 할 것도 없고, 자고 나면 떠나는 표심(票心)을 보면서도 자리 싸움, 밥 그릇 싸움, 공천 싸움으로 피멍투성이다.
어쩌면 잘 된 일 일지도 모른다. 한국의 야당과 정당정치의 토양을 위해서 말이다. 지금 각 급 지방 자치단체는 온통 한나라당 출신 일색이다. 여권이 대통령의 국정안정을 위하여 과반 의석의 국회를 원하겠지만, 여소야대 정국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 드릴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정치력이 야당과의 대화를 통한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다면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견제와 균형, 민주정치의 묘미도 거기에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것이 뜻대로, 마음대로 될까? 여권을 이룰 ‘범 보수진영’에 비해 ‘범 진보’를 지켜 갈 야권의 기세가 훨씬 미약하다. 무엇보다 텃밭이 턱없이 작다. 자유선진당의 충청권(24석)과 한나라당 텃밭 영남권(68석)을 합하면 물경92석이다. 그러나 야권의 대표세력인 통합민주당의 텃밭 호남권은 고작 31석이다. 영·호남의 세력 차이는 너무나 크다. 싸움이 안 된다.
지역감정이나 몰표를 두고 사람들은 호남을 손가락질하지만, 판 밖에서 볼때 실제로 재미를 본 곳은 항상 영남이고, 박정희장군을 머리로 한 영남 정치세력 이었다. 이번 4.9총선 판도도 출발부터 그렇고 앞장 선 장수의 기량 또한 많은 차이가 있다. 범 야권이 강원·제주권(11석)에서 이삭을 줍는다 하고, 중부권(111석) 싸움은 어찌될까? 여권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야권을 살려 ‘새로운 진보세력’으로 키우겠다는 표심의 큰 쏠림이 있지 않고서는 진보 세력에게 이번4.9총선 싸움이야 말로 가장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황색 동남풍은 불 것인가. 총선 싸움 관전의표적이다.
서울의 48개 선거구. 초미의 관심 쟁투는 종로 대전과 동작을의 정·정대결 그리고 진보세력 사이의 사투(死鬪)가 될 은평 을의 이(재오)·문(국현) 싸움일 것이다. 이곳들은 전국적인 변화의 낌새를 감지할 수 있어 재미가 쏠쏠할 것이고, 도전장을 낸 손·문·정(몽) 등 정치거물들이 정치생명을 내건 단 판 승부처다. 긴장이 손에 땀을 쥐게 할 것이다.
지난 주다. 서울에서 온 두 분 자칭 선거 도사(!?)와 자리 함께 했다. 이야기는 자연 4.9총선 그것도 서울 세곳 대회전(大會戰)에 대한 것이었다. 말하는 점괘는 간단, 명료하다. 종로지킴이 ‘승’, 정통 진보세력 ‘승’, 호남세력 ‘승’이란다. 술 취한 말투는 아니다. 설명도필요 없단다. 그래도 궁금증을 풀 수 없어 괘(卦)를 풀어 보라 얼르고 또 얼렀다. 대답은 이렇다. 야당 대표이면서도 야성(野性)이 없다.
대권 때문에 등 돌린 업보가 크다. 야당 대표이니’내 것이다’하면 다 인냥 위압적으로 나타났다. 종로 표심을 우습게 보았다. 흥분 시킬 수 없다. 야당생활에서 나누는 전통적인 희생이나 의리를 기대할 수도 없다. 당 대표로서 동료들에게 먼저기회를 주고, 뒤에 당심(黨心)의 결정에 따랐어야 했다.
은평 을의 이(재오)는 진보진영의 투사였다. 한나라당을 택한 선봉장이었다 비록 맹장이지만 벌떼같이 들고 일어 날 정통 진보 진영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진보세력의 새로운 맹주로 자리 매김 하겠다는 문(국현)의 필살의 맹공이다.
동작 을의 정은 호남의 희망이고, 키워야 할 꿈나무다. 당을 사리겠다는 정치지도자 다. 그러나 현대의 정은 기업인이고, 재벌이다. 체육(축구)인이고, 국회의원이다. 그는 울산 동구의 얼굴이다. 민초들과 뒹굴 정치지도자는 결코 아니다. 현대 신화는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MB돌풍으로 끝났다. 모두 두 서울 손님의 말이다.
손 대표를 너무나 쉽게 보는 투가 마음에 걸린다. 또 새로 출발하는 야권이 국민. 참여정부 10년의 학습을 ‘창조적이고 실용적인 진보진영’출발의 밑거름으로 삼아 올바른 정당정치의 한 축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크다. MB정권 출범과 함께 건전한 정당정치 또한 꼭 되 살려 내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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