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 조형물·정원·이민사박물관등 건립추진 활발
경쟁적 추진 비판도, 한국문화 온전히 담아야
워싱턴에 한류 바람이 한창이다. 일본과 동남아를 휩쓴 한국 유명 연예인들이 미국에 상륙했다는 것이 아니라 미주 한인이민사를 돌아보고 한미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자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는 각종 기념사업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기념사업들의 대부분은 미주 한인사회가 기억하고 후손에 남겨야할 고국의 역사와 이민사의 발자취들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건물이나 동상, 조형물 등을 세우는 프로젝트들이다.
대부분 워싱턴 한인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들이지만 서재필 박사 동상의 경우는 대사관이 먼저 계획을 밝히고 동포사회에서 모금활동을 벌여 이채를 띠었다. 그에 따르는 논란과 인물 선정에 대한 시비도 적지 않았다.
워싱턴 DC에 소재한 구 공사관 건물 매입 협상이 가격만 올려놓은채 결렬돼 실망을 줬으나 최근 미주한인재단-워싱턴(회장 정세권)이 구체적인 이민역사박물관 건립 계획을 발표, 신선한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본보 17일자 1면 보도>
워싱턴지역 곳곳에 한국의 흔적과 향취를 확인할 수 있는 기념 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한인들은 일면 반가워하면서도 재정적 부담이 고스란히 한인사회에 전가되는 것은 아닌지 은근히 우려하고 있다. 또 기념사업 주체들이 프로젝트의 필요성과 그 중요성은 잘 따져보지 않고 경쟁적으로 서두르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각 기념 사업들의 진척 현황과 실태를 정리해 본다.
■서재필 박사 동상
워싱턴 DC 총영사관 앞에 세워질 서재필 동상은 동포사회에서 총 2만430달러의 성금을 모았다. 계획대로라면 3월말 DC 당국의 최종 허가를 받아 4월경 제막된다. 한국에서 제작된 2미터 크기의 동상은 지난 달 미국에 도착했고 11만달러의 총 건립 비용중 6만달러는 국제교류재단이 지원하고 나머지는 한인들이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동상 인물 선정 과정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미대사관은 한미관계를 상징하는 인물의 동상을 세우기로 결정하고 여론을 수렴, 검토해 서재필 선생을 뽑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동상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는 반대 주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코리아 벨 가든
버지니아 비엔나 소재 메도우라크 식물원에 들어서는 ‘코리아 벨 가든’은 경주 포석정을 본 딴 형태다. 하지만 4.5에이커의 이 장소로 결정되기까지 상징물의 내용이나 위치 결정이 늦어져 혼란이 많았다. 북버지니아 공원관리국으로부터 ‘코리아 벨 가든’ 프로젝트 최종 승인을 받은 것은 작년 11월. 1단계 완공 목표가 2010년인 코리아 벨 가든은 한국 전통 종과 누각, 한글 알파벳 미니 파크, 포석정 스타일의 물길 등 아기자기한 테마 파크를 연상케 한다. 1단계 공사 비용은 60만달러, 2단계는 80만달러.
코리아 벨 가든 건립위원회의 이정화위원장이 밝힌 모금 액수는 현재까지 6만 달러로, 공사 비용의 90%가 마련되면 바로 착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 정자
메릴랜드의 한국 기념물은 몽고메리 카운티 내 케빈 존 리저널 파크로 장소가 결정됐다. 1,000 스퀘어 피트의 부지는 카운티 당국이 제공하고 정자 건립 비용은 한인들이 부담하기로 했다.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수도권메릴랜드한인회(신근교 회장)는 무상으로 부지를 대여 받아 총 비용은 40만달러 이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20만달러는 재외동포재단 그랜트로 충당하기를 원하고 있다.
건립 후 관리 및 보수를 맡을 조형물관리위원회도 구성한 한인회는 연말까지 최종 승인을 받고 내년에 착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 회장은 “동포들을 대상으로 곧 모금활동을 벌이겠다”며 “이곳이 공연장과 한인들의 휴식처로 잘 활용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승만 박사 동상
워싱턴 DC에 위치한 아메리칸대학은 이승만 박사와 인연이 제법 깊다. 이곳에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이 박사는 1943년 4월8일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교정에 4그루의 벚나무를 심었다. 그중 3그루는 지금도 잘 자라고 있다.(사진) 이 박사 동상은 대학원 건물 앞에 조성되는 코리아 가든에 세워질 예정으로, 한인건립추진위는 대학 측에 지난 1월 동상 건립을 제의해 허가를 얻었다. 대학측은 동상 건립 비용은 한인들이 마련해야 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만 박사 동상 건립추진위(우태창 위원장)와 ‘리승만 박사 기념사업회(워싱턴 지회장 김택용 목사)’는 “미국인들이 조지 워싱턴 대통령을 국부로 기억하듯 이 전 대통령이 한인들에게 기억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코리아 가든
아메리칸대학이 2004년에 조성 계획을 발표한 코리아 가든은 국제대학원 인근에 들어서며 이 대학이 ‘한국과 맺은 64년의 유대’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하는 것. 2009년 완공 예정으로 2에이커 부지의 순 한국식 정원에는 4,000그루의 화초와 나무가 심겨지고 한국미를 드러내는 석조물도 세워진다. 루이스 굿맨 국제관계학부 학장은 “최근 한국 아메리칸대 동문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는 등 10만달러의 기금을 모을 계획”이라면서 “코리아 가든과 이승만 박사 동상이 한미 문화외교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인 이민역사박물관
미주한인재단-워싱턴이 맡고 있는 이 사업은 한국의 ‘우리 공사관 찾기 운동본부’의 유상열 대표가 재정적으로 큰 몫을 감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또 기존 건물을 구입해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실현이 가장 빠른 프로젝트로 꼽힌다.
미주한인재단의 정세권 회장은 “공사관 매입 대금 150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던 유 대표가 별도로 역사박물관을 매입하더라도 계속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건물은 200-300만달러 규모로 애난데일 등 한인 밀집지역에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유리한 조건 탓에 벌써 매물을 알아보고 있는 미주한인재단은 이 건물을 박물관 외에도 사무실 등 기타 커뮤니티가 필요한 시설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전기념공원 문화조형물
워싱턴 DC 한국전참전기념공원 내에 세워지는 한국문화조형물은 재향군인회 동부지회(회장 이병희)의 결정 사항이다. 건립추진위원장에는 정규섭 예비역 제독이 추대됐다.
매년 2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한국전참전기념공원 주변에 한국을 상징하는 물건 하나 없는게 말이 되느냐는 주장에다 향군단체에서 나서는 게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모아졌다.
앞으로 건립추진위는 코리아 벨 가든 설계를 담당한 데이빗 정 교수의 자문을 받을 계획이며 미 공원관리국과 의논하되 한국 정부의 참여도 환영할 방침이다.
<이병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