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찰스 무어입니다. 오십 평생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대양 횡단 요트의 선장입니다. 1997년 여름, 우리는 LA에서 하와이까지 국제 대양경주에 참석했지요. 비록 작은 쌍동선(雙胴船) 였음에도 노련한 팀웍으로 입상했습니다. LA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뱃사람들의 호기(豪氣)를 부려 지름길을 택하기로 했지요.
이 길은 아무도 가지 않는 항로입니다. 소위 북태평양 아열대 해류지역으로 바다의 사막으로 알려져 있지요. 하와이와 본토 중간지역. 이곳은 플랑크톤도, 생선도 씨가 마르고 바람 마저 멎은 고기압 지역입니다. 워낙 수심이 깊고 바람이 약해 바다 속 영양분을 끌어올리질 못하니 큰 생물이 없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서쪽 1000마일. 하와이 북쪽 1000마일 해상, 그 너른 태평양위엔 우리 돛단배만 고립무원으로 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다를 내려다 본 나는 경악하고 말았지요. 주위는 온통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했습니다. 90%가 플라스틱 류 인데 축구공부터 레고 장난감, 여행가방, 자동차 타이어, 주사기, 어망 등, 온갖 잡동사니들이 수평선너머까지 둥둥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마치 몸통만 있고 꼬리는 없는 괴물을 본 듯한 큰 충격이었지요.」
무어 선장이 발견한 플라스틱 쓰레기 띠는 최고 1억 톤까지 추정한다. 텍사스주 두 배나 되는 면적에 퍼져있다. 편서풍을 타고 시계방향으로 도는 북 태평양 해류를 따라 쓰레기가 섞여 돌다가 이 무풍지대에 다 모이는 것이다. 마치 큰 욕조의 배수구처럼. 이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띠는 반투명인데다가 수면아래 가라앉아 위성사진으로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 쓰레기의 출처는 20%정도가 난파선이나 배에서 버린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육지에 사는 우리들이 버린 것이다.
플라스틱 공해가 치명적인 이유는 어떤 박테리아도 썩히지 못하는 영구성에 있다.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추출한 고분자물질이다. 이를 유연하게 하려고 탈레이트를, 불에 잘 견디도록 PBDE 같은 화학물질을 첨가했다. 이 첨가물들이 암을 유발한다고 속속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썩지 않지만 햇볕에 오래두면 자외선에 의해 부스러져서 먼지 같은 알갱이들(nurdles)로 변한다.
이 플라스틱 알갱이들은 기름 분자구조를 선호해 DDT나 PCB같은 유해물질들을 스펀지같이 빨아들인다. 독성물질 덩어리인 것이다. 이 유해한 알갱이들을 플랑크톤이 먹고, 생선과 새들이 먹는 먹이사슬을 거쳐 결국 사람 식탁에 오른다.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매년 100만 마리 물새들과, 10만에 달하는 바다포유동물들 -고래와 물개들이 죽어간다는 미 해양당국 통계이다.
1865년 플라스틱의 발명은 인류의 쾌거로 꼽혀왔다. 존 하이어트란 화학자가 상아(象牙) 당구공을 대체할 합성물질을 석유에서 추출해 낸 것이다. 첫 동기가 코끼리 보호였던 게 흥미롭다. 그런데 유사한 방법으로 기적의 수지인 레이용(1891), 테플론(1938), 폴리프로필렌(1954) 등이 잇달아 합성되었다. 값싸고, 질기고, 편리하고, 용도가 다양한 플라스틱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지금은 한해 물경 1200억 톤의 플라스틱이 양산되고 있다. 거의가 일회용 제품들이다.
한 해양학자가 이런 예견을 했다. 「만년쯤 후, 고고학자들이 유적을 파면 온통 플라스틱이 나올 것입니다. 이를 근거로 그들은 20세기 전후를 플라스틱 문명 시대로 규정할 것입니다. 그리곤, 플라스틱을 남용하다가 그 독성에 유전자가 오염되어 멸망한 세대라고 결론 내릴 것입니다」.
우리세대에 남은 길은 두 갈래뿐인 듯 하다. 플라스틱을 먹는 슈퍼박테리아를 찾아내 배양하거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일이다. 마당을 쓸어 지구 모퉁이를 깨끗케 하듯, 플라스틱 컵이나 장바구니 쓰기를 마다하면 그 만큼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 질 것이다. 단지 남이 아닌 내가 그 불편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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