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은 다시금 교육개혁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교육은 모든 국민의 절대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정부의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모두에게 민감한 이슈로 작용한다. 특히, 새 정부의 영어공교육 논란은 전례 없는 국민적 관심사를 끌고 있는데 이는 각 이익집단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교육의 주체인 우리 아이들은 뒷전에 밀린 채 각 이익 집단들의 편협한 시각만이 대립하는 듯한 인상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영어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철학과 방향은 무엇인가 반문해 본다. 사회적 논쟁과 담론은 무성한데 언어교육에 대한 진지한 철학적 사유는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국제화, 세계화의 파고 속에 영어는 현재 이미 외국어가 아닌 국제 통용어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여기서 새삼 영어교육의 필요성을 논할 필요는 없다. 어느 면에서는
대한민국의 영어교육은 이미 지나칠 정도로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교육 철학적인 성찰과 반성은 실종되고 지나치게 소모적인 논쟁과 실용주의적 측면으로 향하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 영어교육의 쟁점은 이데올로기적인 시각에서 오는 혼란과 영어 공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다. 먼저 다소 편협한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영어는 외국어 일뿐이고 국민 모두가 영어에 올인 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 영어 공교육에 대한 반론으로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영어를 공부하고 안하고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은 극명하게 범주화 된 양자 택일적인 선택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영어를 공부하면 우리의 정체성과 고유의 언어가 훼손된다는 피해 의식적인 접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진보적인 가치관을 가진 교육자들은 이중언어교육(bilingual education)과 타문화의 이해에 대한 중요성을 그 어느 때 보다 강조한다.
이젠 미국의 학생들도 자신들에게 그 어렵다는 아시아의 언어를 열심히 배우는 세상이다. 사실 사람들의 국제적인 흐름의 강도가 더해감에 따라 우리는 점점 더 다양한 문화적인 단층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세상에서 단일언어만을 구사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그 불편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따라서 맹목적 민족주의도 지나친 영어사대주의도 이제는 모두
지양되어야 할 관점들 이다.
우리 아이들이 좁은 우물 안을 벗어나 진정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일차원적 실용 영어교육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심층적인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이중 또는 다중 언어교육에 대한 교육철학으로 효율적인 언어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는 피할 수 없이 점점 탈 국가화 되어가는 지구촌 공간에서 우리는 새로운 생존전략을 위해 영어교육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의 전환과 변화된 전략 또한 필요하다. 이제까지의 영어교육은 단지 영어권의 문화를 학습하는 일방 통행적인 교육이 였다.
언제까지 영어라는 언어가 세계 제1의 언어의 위상을 지켜 나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우리의 문화의 우수성을 아무리 세계무대에 강조한다고 해도 그 언어적인 매체는 영어일 수 밖에 없다. 타 문화를 배우는 노력과 아울려 우리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영어라는 국제어를 통해 역으로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도 세계 무대에서
특정 회사의 휴대폰이나 가전제품의 우수성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문화의 존재를 세계에 효율적으로 알려야 할 때이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상은 우리의 다양한 문화적 컨텐쓰를 자유롭게 영어로 번역해서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다문화적 (multi-cultural)이고 다차원적인 사고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양성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내 대학들의 동아시아학과의 한국-중국-일본의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그 내용은 주로 중국과 일본에 편중되어 있고 한국학의 위상은 그야말로 초라하기 그지 없는 실정이다.
늘 주장하는 바이지만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적극적이고 전략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세계는 이제 문화전쟁중이다. 세계무대에 문화를 전달하는 수단인 영어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하는가에 우리 영어교육의 미래가 달려있다.
이제는 대한민국 영어교육의 논의는 우리끼리의 좁은 영역을 벗어나 우리의 문화적인 위상을 세계에 효율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재고 되어야 한다. 영어를 단순한 개인의 성공을 위한 상징적 문화자본의 차원을 넘어 국가적 전력차원에서 접근하는 길이 진정한 대한민국영어교육의 성공의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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