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시점 고민하는 바이어
사야 할 것인가, 아니면 폭풍우가 지나갈 때까지 안전하게 비껴나 있어야 할 때인가. 요즘 주택 시장의 화두는 ‘살 것이냐 말 것이냐’다. 집을 사지 않고 있자니 가격이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고, 사자니 혹시 더 떨어지지나 않을까 불안하다.
앞으로의 주택시장 동향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이 바이어들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하락할 대로 하락한 주택시장이 매우 매력적인 구매환경을 조성한 것은 사실이다. 집이 꼭 필요한 사람이나 더 큰 집으로 옮겨갈 계획인 바이어라면 요즘처럼 집 사기 좋은 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탐나는 집들이 많이 나와 있고 가격도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을 정도로 낮아졌지만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바닥은 아직 멀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팽배하다. 뛰어들 시점인가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할 때인가. 그 판단은 집을 사야할 개인적 사정과 앞으로의 시장 동향에 대한 각자의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
■ “지금 구입하라”
충분히 낮은 가격에 여유있는 샤핑 절호 기회
■ “더 떨어질수 있다”
재고가 워낙 많고 아직 바닥에 도달 안한 상태
전문가들 “재고 많은게 악재” 추가하락 점쳐
주택판매 일부 회복조짐에 “그 정도론 아직 약해”
우선 주택시장이 최근 회생의 조짐을 조금이라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희망을 갖게 한다. 1월에 콘도 등을 포함한 전체 주택 수요가 줄기는 했지만 단독주택 매입은 실제로 늘었다. 지난 일 년 동안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대단한 승리로 볼 수 있다.
또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재고가 증가하는 등 시장이 더 악화되고 있지만 역으로 보면 반등의 날이 가까웠다고도 볼 수 있다. 그동안 가격 하락을 거부하던 셀러들도 이젠 시장을 받아들여 가격을 순순히 낮추고 있고 이자율도 아주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있어 바이어들을 끌어들일 환경이 무르익었다. 이런 이유로 나오프 이코노믹 어드바이저를 비롯한 일부 경제 분석가들은 “당분간 가격 하락은 계속될지라도 주택 판매는 앞으로 서너 달 지나면 바닥을 벗어나 회복 궤도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판매가 살아난다면 가격이 살아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따름이다.
만약 주택시장이 회복 궤도로 조만간 들어선다면 지금은 구매 적기다. 조건이 아주 좋다. 집을 매입하는데 있어 투자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어차피 집을 살 계획이라면 지금 시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거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인 바이어 마켓이다.
무엇보다 사고 싶은 좋은 집들이 많이 나와 있어 선택의 여지가 많고, 가격도 훨씬 낮아졌다. 몇 년 전 주택시장이 뜨거울 때는 좋은 집은 나오기 무섭게 바이어들이 달려들어 금방 채가 버렸다. 재고할 틈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축 주택이든 기존 주택이든 재고가 기록적으로 쌓여 있다. 모든 가격대의, 다양한 스타일의 주택들이 널렸다.
이자율이 아주 좋다는 점도 매입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모기지 대출에 따른 비용이 한층 싸졌다. 30년 고정 컨포밍 모기지라면 6% 아래로 빌릴 수 있고, 점보 론은 좀 더 비싸긴 하지만 다른 때 비하면 좋은 편이다.
바이어들 끼리 오퍼 경쟁을 벌이지 않고 여유 있게 샤핑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우호적이다. 과거 붐 시절 실수요자는 물론이고 프로 투기꾼들도 가담해 집 사는 경쟁은 치열했다. 이젠 바이어 자체가 줄어들어 다른 바이어와 경쟁하는 일은 거의 없다.
시간을 갖고 맘에 드는 집을 찬찬히 살펴봐도 된다는 점은 바이어 입장에서는 아주 고마운 일이다.
이젠 달려드는 경쟁자도 없어 한껏 신중해도 좋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면 인스펙터를 고용하여 집을 속속들이 살펴볼 수가 있다. 셀러도 바이어의 이런 행동을 까다롭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자세히 살펴봐 주시니 감사하다고 여길 정도다. 주택 건설업체도 이젠 바이어가 개인적으로 고용한 홈 인스펙터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수리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 인스펙터의 보고서를 한 손에 들고 셀러에게 지적된 모든 하자를 수리해 달라고 요구해도 된다. 전혀 거리낄 필요가 없다. 팔기 위해서라면 셀러들은 기꺼이 수리를 해주는 추세다.
가격을 후려쳐도 된다. 맘대로 골라 쥘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요구가격 아래로 오퍼를 넣을 수가 있다. 업계 조사에 의하면 리스트 대 가격 비율이 약 95%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대폭 낮춰서 넣은 경우도 많다. 집값을 깎을 뿐 아니라 수리, 심지어 클로징 비용도 보조해 달라는 바이어들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좋은 환경이긴 해도 지금은 살 때가 아니라는 경고의 지적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은 시장이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집을 당장 사야 할 이유가 없는 대부분의 바이어에게는 이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택 가격이 많이 하락했지만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섣불리 뛰어들면 손해다.
주택시장이 수축되는 페이스가 최근 수개월간 둔화됐다는 점은 주택 판매가 바닥에 거의 다다랐다는 게 아닌가 하는 희망을 갖게 하지만 다수 전문가 의견은 그 정도로는 약하며 여전히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쪽이다. 재고가 워낙 많아 가격 하락을 계속 재촉할 것이며 지속적인 가격 하락은 주택시장과 융자시장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인사이트 이코노믹스의 스티븐 우드는 “아직 바닥에 다다르지 않았다”며 바이어들의 주의를 요청한다.
MFR사의 조수아 사피로도 워낙 많은 주택 재고가 최대의 악재라고 지적한다. 그는 “수요는 약한데 모두들 팔려고 하니 가격은 더 잠식될 것이며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본다.
투자 목적보다는 오랫동안 살 보금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바이어라도 사고 난 뒤 집값이 추가로 떨어질까 두려워 감히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다. 경제가 확신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하다는 점도 매입의 걸림돌이다. 경제생활이 어려워지는 판에 주택 매입이라는 큰 재정적 부담을 지는 일을 감히 선택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 융자도 걸림돌이다. 이자율이 아주 좋다지만 융자가 경색돼 크레딧이 좋지 않으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크레딧이 나쁘면 융자를 받는다 해도 비용은 올라간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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