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데로 임하소서
물설과 산설은 벽촌오지에서 가난과 나눔의 삶 실천
박정심 테오도라 수녀는 30년간 수도 생활의 결실을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의 선교활동을 통해 더욱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있다. 무다, 솔다, 시에고(벙어리, 귀머거리, 장님)가 되어, 물 설고 산설은 벽촌 오지에서 가난과 나눔의 생활을 통해,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을 매일 뵙고 있다는 박 정심 테오도라 수녀의 미소는 더 없이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다음은 박정심 수녀와의 일문일담 인터뷰 내용이다.
<정영화 기자>
- 안녕하세요, 수녀님.선교 여행은 어떠셨어요?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종으로서 그 분의 뚯대로 일하고 있을 뿐인 저를 이렇게 환대해 주시고, 볼리비아의 형제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 먼저, 수도 생활을 시작하게 된 동기 같은 것이 있다면 좀 말씀해 주세요.
제가 어릴 적, 저희 집이 아주 어려웠어요. 그 때 멕시코에서 오신 수녀님들이 저희 가족의 친구가 되어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지요. 신자도 아닌 저희 가족들에게 그들이 실천한 사랑의 체험이 제 마음 속에 깊이 남아있었던 것 같아요. 그 후, 저는 세례를 받았구요. 그리고 ‘한 번 밖에 허락되지 않은 소중한 삶을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고 뜻깊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커다란 물음에 사로잡혀 지내며 고민했지요.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은 1977년, 수도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 멀고 먼 볼리비아까지 가게 된 특별한 이유 가 있으셨는지요?
하느님의뜻이었을까요? 2002년, ‘남미 선교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제게 주어졌었지요.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3 개국을 돌면서 개최된 이 회의를 통해 제가 목격하고 배우게 된 것은 정말 충격적인 것이었어요. 그곳에서의 경험은, 수도자로서 가난서원을 하고 모든 것을 내어주며 가난하게 살겠다고 하느님 앞에 맹세한 사람은 나인데, 하느님 보시기에 진짜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라는 혼란과 문제의식을 제게 던져주었어요. 저는 많은 갈등과 고민 속에서 하느님께 여쭈어 보았어요. “제가 무엇을 해야합니까?”라고 말이에요. 그리고, 그 분의 이끄심대로 결국 볼리비아 행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사실 저또한 선교사도직으로 미국에서 3년 정도 생활해 본 적이 있었어요. 그 때 미국의 홈리스와 가난한 사람들 목격할 기회가 있었죠. 그런데, 미국에서 목격한 ‘가난’의 질과 ‘2002년 남미 선교회의’ 참가 기간 동안 페루와 볼리비아에서 목격한 ‘가난’의 질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고 할까요. 제가 목격한 남미 사람들의 ‘절대빈곤’은 거의 살인적인 것이었어요. 그것은 곧, 제게 말씀과 삶의 괴리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내가 주님의 종으로서 그 분의 말씀을 실천할 삶의 장소는 과연 어디인가? 라는 질문으로 발전되었어요. 이제와 생각해 보면, 주님께서 제게 주신 정말 소중한 선물이었던 거지요.
- 볼리비아에 대해 아주 짧게 말씀해 주세요.
잘 아시겠지만, 볼리비아는 남미의 여러 나라 중에서도 아주 가난한 나라예요. 지난 해 홍수로 국토의 70%가 물에 잠겨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이재민이 되어 거리로 내몰렸죠. 코차밤바는 그러한 볼리비아 벽촌 해발 2500미터에 위치한 아주 작은 마을이에요. 그곳에 저희 수도원이 있는데, 일본인 수녀와 저와 그곳 원주민 수녀님 몇 분이 작은 수녀원 식구의 모두랍니다.
- 수녀원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사업이에요. 한 끼의 식사를 제공하는 일이 그들에게 하루를 견디는 도움이라면, 교육은 평생의 양식을 제공하는 일이 되죠.학교는 오전 12시까지 사립 학교, 오후 5시까지 국립 학교, 그 이후로 기술 학교, 이런식으로 운영되요. 사립 학교를 통해 마련된 재정으로 국립 학교와 기술 학교를 운영하는데, 사립 학교의 운영이 거의 안되고 있어서, 교사들의 월급조차 제대로 지급할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그렇지만, 그들의 미래를 위해 교육은 절대 포기해서는 안되는 부분이죠.
- 그리고….
고아원이 있어요. 산타 크루즈에 있는 저희 고아원에는 생후 1개월에서 5살까지 80명의 아기들이 있어요. 고아원을 운영하기 위해서 1년에 7만불이라는 재정이 필요해요. 미혼모에게서 난 고아 뿐만 아니라 산아제한을 모르는 볼리비아의 국민들은 생기는 대로 낳고 키우기 벅찰 때면 고아원이나 거리에 버리는 아이들로 인해 볼리비아는 고아들의 천국이에요. 그렇게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이 차가운 거리를 배회하지요. 그 아이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없다면, 이이들은 결국 길에서 굶어죽거나, 얼어 죽겠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5살이 되면 돈 보스꼬의 집에서 운영하는 소년의 집으로 가서 자라게 돼요.
- 좋은 소식을 들었는데, 좀 말씀해 주시겠어요?
올해부터 ‘한국 친구들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료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미국에 계신 한국 신자분들이 코차밤바의 가난한 이웃을 위해 보내주신 도움을 따로 모아서 방 세 칸 짜리 진료소를 시작했어요. ‘포스타 세니타리아’라고 불리우는 이 진료실은, 그러니까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진료실이에요. 그곳 친구들은 빈곤으로 인해 영양실조와 합병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아요. 작은 상처가 나도 영양실조 때문에 큰 감염으로 발전하는 수가 많지요. 연고 한 번만 발라주면 치유되는 작은 병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해요. 횟배앓이로 내장에 천공이 생겨 목숨을 잃는 어린이들, 작은 부스럼 하나 때문에 손과 발을 잃는 사람들 등,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어요.
-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 당장, 가장 필요한 것은 빵, 곧 음식이에요. 하루 한 끼를 위한 감자 한 톨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실정이니까요. 이 절대적인 배고픔을 완전히 몰아내지는 못한다더라도 한 끼니의 음식이라도 그들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요.
- 지금 당장 수녀님의 사업을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있다면 뭘까요?
가장 필요한 것은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이에요. 그 척박한 땅에도 우리와 꼭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 그들도 먹고, 마시고, 자고, 교육을 받으며, 의료혜택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러분들의 이해와 사랑이 가장 필요해요. 하루에 감자 한 톨이 없어 굶주림에 쓰러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요. 그것은 그들이 게으르기 때문도, 머리가 나쁘기 때문도 아니에요. 수 백년간 그들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간 체, 황폐한 땅덩이만 남겨놓은 외세의 지배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소수 가진자들의 학정 때문이지요.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풀도 자라지 않는 물에 잠긴 땅덩어리와 배고픔 밖에는 없어요. 그래도 한 없이 착한 그들은 그 누구도 탓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순명하며 살아가지요.
- 만약 자원 봉사라든가 금전적 도움을 주시고자 하는 분이 계시다면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까요?
저희에겐 의사, 간호사, 선생님, 아기를 돌보아 줄 분, 경제적 도움을 주실 분, 모든 분들의 모든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 사실이에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선생님의 월급조차 줄 수가 없어 지금 학교에 남아있는 선생님이 몇 분 안돼요. 게다가, 고아원에서 아이를 돌보는 유모에게조차 지불할 인건비가 없어, 몇 분 안되는 수녀님들이 돌아가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실정이지요. 이곳에서 시작된 형제 자매님들의 작은 사랑과 관심이 볼리비아라는 땅에 이르렀을 때, 그 사랑과 관심이 얼마나 커져 있을지 상상도 못하실거예요.
- 수녀님,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너무도 사랑하시어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과 커다란 사랑을 가슴에 지니고 살아가게 하셨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화목하게,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는 마태오 복음의 말씀처럼, 가난한 우리의 이웃에 대한 사랑과 나눔과 봉사를 통해 ‘가장 낮은 분으로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과 그 분처럼 사랑과 평화의 마음으로 거듭나는 사순절이 되었으면 해요.
- 감사합니다.
박정심 테오도라 수녀: 평화를 빕니다.
자세한 사항에 대한 문의는 591-769-34328(볼리비아)stheo1004@yahoo.co.kr/ cstheo10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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