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4 stages of linguistic competence
뭔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게 되면 누구나 네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예컨대, 자전거를 처음 배운다든지 또는 자동차
운전을 처음 배운다고 가정해 봅시다.
처음엔 무척 서툴고 서툰 만큼 모든 게 낯설고 어렵습니다.
발을 어떻게 놓을까, 손은 어떻게 어딜 잡을까, 눈은 어딜 집중해서
볼까, 빠르기는 얼마나 해야 할까 등등 온통 정신이 없습니다.
결과도 그만큼 어설프기 짝이 없지요. 자전거 탄 채로 땅에 곤두박질
하기도 하고, 자동차 앞머리를 여기저기 부딪혀 가며 보는 사람마저
불안하게 그토록 무능하기가 민망할 정도입니다. 이 경지에선,
너무나도 무능한 나머지 내가 얼마나 무능한 지 조차 전혀 헤아리기가
어려운 그야말로 구제불능의 단계입니다. 이를 영어론 ‘무의식적으로
무능한 단계’ [Unconsciously Incompetent Stage]라 합니다.
이제 어느 정도 감 잡아가면서 조금 나아집니다.
전 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걸음마 수준입니다.
이제 눈 앞이 좀 더 선명하게 보이고, 자전거 바퀴를 굴리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스스로를 대견하게 느끼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도 압니다. 즉, 자신의 무능한 경지를 아는 정도의 성숙함에
이른 상태입니다. I know that I am not that good. 그리 잘하지 못하는
걸 나도 알아. 그 정도의 경지입니다. 이를 영어론, ‘무능함을 감지하는
단계’ [Consciously Incompetent Stage]라 합니다. 잘 못하지만 적어도
내가 잘 못한다는 건 알고 있는 경지를 말합니다.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아지며 이제 성숙한 단계로 접어 듭니다.
웬만한 장애물들을 쉽게 비껴가고 이리저리 급회전도 해가며
자유자재로 골목을 누비는 자전거의 달인이 되었습니다. 어지간한
드라이브는 그다지 운전기술에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알아서 움직여 줍니다. 이젠 스스로 꽤 숙련된 단계에 이르렀다
자부할 정도의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의식적으로 능숙한 단계’
[Consciously Competent Stage]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자,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전거를 타거나 자동차를 운전할 때
자전거나 자동차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초월의 경지에 들게 됩니다.
굳이 잘한다 못한다 그런 생각마저 다 사라진 인우구망의 경지에
다다릅니다. 자전거를 타며, 청명한 공기와 탁 트인 초원을 들여
마십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며, 비즈니스 상담을 하고 부하 직원들을
다스립니다. 자전거나 자동차는 이제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닙니다.
그건 다만 다른 목적을 위해 거의 무의식적으로 활용하는 방편일
뿐입니다. 처음엔 애써 익혔지만, 이젠 거의 내 수족이나 다름없이
쓰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능숙한 단계’의 도구일 뿐입니다. 이를
영어론 ‘Unconsciously Competent Stage’라 합니다.
자, 이 네 단계를 영어공부에 대입해 봅니다.
처음 ‘Unconsciously Incompetent Stage’에선 몇 마디 아는 영어로
마치 영어를 정복한 듯 마구잡이로 휘둘러, 주위 사람들 민망한 경지로
내모는 그야말로 형편없이 어처구니 없는 단계입니다. 음치가 스스로
음치인 줄 모르고 아무데서나 마구 마이크를 잡고 흔들어 여럿 잡는
바로 그런 경지입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이제 문법 공부도 좀 하고 단어공부도
심각하게 해 봅니다. 그러고 보니, 과거의 용맹했던 내가 얼마나
철부지였던가를 깨닫고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하는 단계가 바로
두 번 째 ‘Consciously Incompetent Stage’입니다. 알고 보니 내가
음치였더군. 이젠 남들 민망하게 하는 슬픈 코미디는 그만 해야지 하고
조금 철나는 단계의 각성이 온 사춘기 막 지난 어른의 경지입니다.
정신 차리고 진짜 ‘영어사랑’에 빠지고 심한 ‘영어열병’을 앓습니다.
그렇게 몇 달 몇 년, 영어로 꿈꾸고 영어로 사랑하고 영어로 숨쉬며
드디어 영어 달인의 경지에 이르러, 명실공히 자타가 인정하는
영어 마스터가 됩니다. 영어세상이 곧 내 세상이라는, 정녕 자부심
단단한 경지의 탄탄한 영어 실력자로 스스로를 인정하는 드높은
경지에 이른 겁니다. 이를 ‘의식적으로 능숙한 경지’ [Consciously
Competent Stage]라 일컫습니다.
그러나, 그게 종착지는 아닙니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일보전진[一步前進]이라!
이제 한 걸음 더 의미 있는 내디딤을 경험하게 됩니다.
일취월장[日就月將]의 영어, 이제 이르렀다고 생각한 그 경지마저
훌쩍 뛰어 넘는 진정한 ‘초월의 경지’ [Transcendental Stage]에
이르게 됩니다. 사람도 소도 없는 경지에서 하나의 커다란 원의
경지로 나아가게 됩니다. 영어를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경지가
바야흐로 거침없는 ‘무애[無碍]’의 단계로 접어들게 됩니다. 영어의
수준이, 따로 알아 줄 것도 없는 상태의 거의 완벽한 자연스러움에
이르게 됩니다. 소위, ‘무의식적으로 능숙한 단계’ [Unconsciously
Competent Stage]에 이르렀단 말입니다.
불현듯, 골프 생각이 납니다.
이십 여 년 전, 처음 골프채 잡을 때의 그 황망한 경지란!
아니, 손가락 감는 것부터 클럽헤드 땅에 가지런히 생긴 대로
놓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자연스러운 게 없더군요. 타겟을
옆으로 삐딱하게 보는 것부터, 나르는 볼 보지 말란 것과,
그저 끝까지 머릴 숙이고 채를 던지라는 둥,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 있는 새 감싸 쥐듯 골프채 살살 잡으라는 가르침. 이제 보면,
아직도 제대로 잘 지키지 못하는 기초공사들입니다.
이제 20년이 넘는 구력으로, 남 보기 민망하지 않을 정도의
골프를 경영할 줄 아는 골퍼가 되었습니다. 열정으로 갈고 닦은
골프도 영어사랑처럼 오래 이어져 옵니다. 스스로 어느 단계냐
물으면, 아마 세 번 째 경지 ‘Consciously Competent Stage’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골프심리학의 요체는 ‘relaxed concentration’
즉 이완된 집중입니다. 느슨하게 꽉 조이는 파라독스의 지혜가
긴요한 게 골프세계입니다. 손에 힘 빼는 데 평생 걸린다는 말이
회자되는 곳이 바로 골프세상입니다.
영어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철부지 시절을 거쳐, 말과 글이 고루 경지에 이른 달인이 되려면
늘 마인드풀 [mindful]해야 합니다. 늘 관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Be Mindful! 늘 화두를 놓치지 않는 선객[禪客]의 마음으로
불철주야 영어를 갈고 닦아야, 거의 무의식 수준에서 멋진 영어를
구사하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영어공부는 종착지 없는 여정입니다.
You are on a journey.
And, the Journey is the destination.
그렇습니다.
‘영어공부’하는 그대여.
그대는 하나의 여정 위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이 바로 목적지입니다.
어느 목적지에 이르면, 곧 또 다른 여정이 시작됩니다.
그렇게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다다르게 됩니다,
또 떠나야 할 그 곳에.
필자의 다른 글들은 우리말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jh333choi.do [영어서원 백운재]에서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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