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자들’ (The Countersfeiters)★★★½(5개 만점)
위폐제조와 도덕성 사이…
2차 대전 나치수용소 또 하나의 실화
유대인 협조자들의 딜레마 그린 수작
샐리 등 유대인들이 위폐를 제작하고 있다.
2차 대전 때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영국 파운드와 미국 달러를 위조했던 유대인 미술가들과 인쇄 기술자들에 관한 실화로 거칠면서도 튼튼하고 강렬한 드라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살기 위해 적과 묵시적으로 공모한 사람들의 도덕적 딜레마를 함께 다루었다.
영화는 처음에 2차 대전 직후 몬테칼로 도박장에 남루한 옷을 입은 수척한 살로몬(칼 마르코비치)이 달러가 가득 든 가방을 들고 나타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가 여기서 도박을 하는 장면에 이어 영화는 과거로 돌아간다.
1936년 베를린. 45세의 샐리(살로몬의 애칭)는 탁월한 위조자로 생을 즐기는 유쾌한 남자다. 그러나 그는 곧 독일 경찰 헤르조크에게 체포돼 가혹하기 짝이 없는 마우타우젠의 유대인 수용소에 수감된다.
기회주의자요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샐리는 여기서 독일군들에게 아첨을 해 스케치 미술가로 일하면서 다른 유대인들보다 다소 나은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샐리는 수용소 생활 5년만에 작센하우젠 수용소로 이전된다.
이 수용소의 지휘관이 헤르조크. 헤르조크는 미술과 인쇄와 재정 전문가들을 모아 파운드와 달러를 위조하는 작업의 책임자로서 샐리를 이 일에 써 먹으려고 골라온 것이다. 이들 위조자들은 다른 유대인들과 달리 격리 수용돼 영양가 있는 음식과 안락한 침대 그리고 오페라 음악과 탁구대 혜택까지 받는다.
한편 이들을 격리시킨 판자벽 뒤쪽에서는 수시로 비명소리와 총소리가 들리면서 극도의 공포감을 조성한다.
샐리 등은 나치의 지시에 따라 위조지폐를 만드는데 인쇄 전문가인 아돌프가 계속 사보타지를 하면서 달러 인쇄가 자꾸 지연된다. 빨리 안 만들면 처형하겠다는 독일군의 위협 속에 위조범들 간에 도덕적 논쟁이 벌어진다.
이 영화는 사보타지의 장본인 아돌프 부르거의 회고록이 원전.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독일 영화로 올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
R. 일부지역.
‘리와인드해 주세요’(Be Kind Rewind) ★★
초현실적으로 터무니없는 코미디로 만든 사람이나 나온 사람들이 장난하는 것 같은 영화다. 억지가 심한 시대착오적인 작품.
뉴저지 패새익의 후진 동네에서 비디오(DVD는 없음) 가게를 경영하는 플레처가 휴가를 가면서 점원인 마이크에게 가게를 맡긴다.
그런데 마이크의 친구 제리(잭 블랙)가 동네 발전소에서 온 몸이 감전된 뒤 몸에서 발생하는 자기로 비디오테입들의 내용을 말끔히 지워버린다.
궁지에 몰린 마이크와 제리는 비디오카메라로 자기들이 주연하는 축소판 ‘러시아워 2’ ‘로보캅’ ‘킹콩’ 등을 찍는다. 그리고 이것들이 손님들의 큰 인기를 끈다.
PG-13. 전지역.
‘시그널’(Signal) ★★
끔찍하고 잔인한 피범벅 공포 코미디로 일종의 좀비영화다. TV에 방해전파가 나타나면서 이를 본 사람들이 모두 살인광이 돼 닥치는 대로 살인을 하는 얘기로 3막식으로 구성됐다.
주인공들은 마야와 그녀의 질투심 많은 남편 루이스 그리고 마야의 애인 벤과 루이스의 친구 로드 등.
제1막은 마야의 아파트가 무대로 루이스가 살인자가 되면서 마야와 로드가 함께 차를 타고 도주한다. 도중에 로드 역시 살인 광기를 부린다.
제2막은 남편을 죽인 아나의 아파트. 여기에 정신착란에 빠진 루이스가 나타나면서 살육의 코믹한 광기가 극도에 달한다.
제3막에서는 마을을 탈출하기 위해 도주하는 마야를 찾아 벤이 뒤를 쫓는다. 일종의 컬트무비로 염세적으로 끝난다.
R. 일부지역.
교장 가드너가 얄밉도록 똑똑한 찰리(왼쪽)를 노려보고 있다.
‘찰리 바틀렛’ (Charlie Bartlett)★★★½
괴짜 고교생, 좌충우돌 ‘유쾌한 소동’
놀림받고 얻어터져도 ‘인기 끌기’외길
딸 보호하려는 교장과 ‘사제 대결’까지
아주 똑똑하고 활기 넘치는 고등학생 코미디로 요란스럽고 자유분방하다. 새로 전학한 학교에 적응하려고 온갖 수단을 쓰는 고교생의 얘기를 사실적이면서도 때로 환상적으로 묘사했다.
이 영화는 중고교생 자녀를 갖고 있는 부모들이 그들과 함께 볼만한 영화로 교육적이요 도덕적 의미까지 담고 있다. 처방약의 위험에 대한 경고를 우습고 재치 있게 한 영화이기도 한데 상냥하면서도 종잡을 수가 없는 즐거운 영화다.
부잣집 아들로 똑똑한 찰리(안톤 옐친)가 고급 사립학교에서 가짜 신분증을 대량 제조하다가 들통이나 쫓겨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찰리의 어머니 마릴린(호프 데이비스)도 아들 못지않게 괴짜인데 아들의 ‘범행’에 대해 “가짜가 정말 진짜 같다는 것을 인정 안할 수가 없네요”라고 논평한다.
찰리는 공립학교로 전학 가는데 신사복에 가죽가방을 들고 다니니 학교 불량배들한테 얻어터지기가 일쑤다. 찰리는 놀림 받고 얻어맞으면서도 모든 학생들에게 화해 제스처를 보내며 인기를 얻어내려고 애쓴다. 그리고 찰리는 고민 많은 틴에이저들을 위한 묘안을 짜낸다. 학교 화장실에 상담실을 차려놓고 고민 상담을 해주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개인 심리상담의가 처방해 준 약들을 학생들에게 공급, 학교의 영웅이 된다.
찰리는 데이트를 시작하는데 상대는 교장 가드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현실적이요 똑똑한 딸 수전(캣 데닝스). 그런데 역사 선생이었던 가드너는 교장 일이 싫어 시름을 술로 달랜다. 그리고 찰리가 학생들은 물론이요 자기 딸까지 점령하면서 가드너는 제자인 찰리와 정면 대결을 시도한다.
인물들의 성격 묘사가 뚜렷한 영화로 각본을 잘 썼는데 특히 옐친과 다우니 주니어의 대결과 화학작용이 볼만하다. 등급은 R이지만 똑똑한 자녀들 데리고 부모들이 함께 관람하기를 권한다. 존 폴 감독. 성인용.전지역.
‘길고 뜨거운 여름’(The Long Hot Summer·1958)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이 원작. 잘 생긴 떠돌이(폴 뉴만)가 미 남부의 거부(오손 웰즈)가 군림하는 한 마을에 나타나면서 이 거부의 집안에 돌풍이 인다. 거부는 떠돌이의 가차 없는 야심에 감동, 자기 딸(조앤 우드워드)을 이 떠돌이와 맺어주려고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의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폭발지경에 이르게 된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1958)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이 원작. 미 남부의 거부 빅 대디(벌 아이브스)가 암에 걸린 것이 알려지면서 아들(폴 뉴만)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이 재산을 노리고 거머리처럼 달라 붙는다. 성기능이 부실한 뉴먼의 아내 역에 리즈 테일러. (사진)
28일 하오 7시30분부터 에어로 극장(1328 Montana Ave. 샌타모니카)서 동시상영.
‘바바지즈’(Bab’Aziz) ★★★
‘그의 영혼을 명상한 왕자’(The Prince Who Contemplate His Soul)라는 부제가 붙었다. 튜니지아 감독 나세르 케미르가 만든 철학적이요 영상이 매우 아름다운 한편의 시각적 시.
바바지즈라는 이름의 눈 먼 회교 탁발승이 자신의 생기발랄한 손녀 이쉬타를 데리고 긴 사막여행을 떠난다. 둘은 매 30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탁발승들의 대 집회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바바지즈는 손녀가 지루하지 않도록 한 왕자의 얘기를 시작한다. 왕자는 사막의 작은 물웅덩이 곁에 남기 위해 자기 왕국을 포기한 뒤 이 물웅덩이 속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영혼을 명상한다.
얘기가 영상으로 진행되는 도중에 두 사람은 역시 자신들의 얘기를 가진 여러 여행자들을 만난다.
28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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