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스릴러‘노인을…’주요상 휩쓸듯
맞수 대하서사극 ‘피가 있을…’는 남우주연상 유력
여우주연상 마리옹 코티야르·줄리 크리스티 각축
사회에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오는 24일 하오 5시부터 할리웃에 있는 코닥극장서 진행된다. 시상식은 ABC-TV에 의해 미국과 전 세계 200여개 국으로 생중계 된다. 시상식 사회는 코미디언으로 토크쇼 호스트인 존 스튜어트가 맡는다.
시상식 사회를 맡은 존 스튜어트.
가장 중요한 작품상을 놓고는 각기 모두 8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유혈폭력이 난무하는 인간 탐욕을 파헤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와 ‘피가 있을 것이다’(There Will Be Blood)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텍사스 광야에서 우연히 주운 거액의 마약자금을 들고튀는 보통 사람(조시 브롤린)과 그를 쫓는 과묵한 킬러(하비에르 바르뎀) 그리고 이들의 뒤를 쫓는 보안관(타미 리 존스)이 쫓고 쫓기면서 피와 살육의 흔적을 남기는 불길하고 사나운 범죄 스릴러다.
남우조연상 하비에르 바르뎀.(‘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 영화는 작품부문 외에도 감독(조엘과 이산 코언 형제), 각색, 촬영부문 등에서 후보에 올랐다. ‘피가 있을 것이다’는 20세기 문턱 중가주 석유 밭을 무대로 장엄하게 전개되는 탐욕과 권력 그리고 종교와 석유에 관한 황량하고 쓴 맛 나는 대하 서사극이다. 이 영화도 작품부문 외에 감독(폴 토머스 앤더슨), 촬영, 각색부문 등에서 후보에 올랐다.
감독상이 확실한 조엘(오른쪽)과 이산 코언 형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각색상을 탈 가능성도 크다.
두 영화의 시상경쟁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피가 있을 것이다’를 누르고 중요한 상을 석권할 것 같다. 이 영화가 피곤할 정도로 진지하고 심각한 ‘피가 있을 것이다’보다 훨씬 대중적이요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작품, 감독, 각색상과 함께 가축도살용 총으로 살인을 하는 킬러역의 하비에르 바르뎀이 남우조연상을 탈 가능성이 크다. 바르뎀은 이 역으로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남우주연상 대니얼 데이-루이스. ‘피가 있을 것이다’는 촬영상 수상 가능성도 크다.
‘피가 있을 것이다’는 탐욕스럽고 권력에 집착하는 반사회적 인간인 주인공으로 나온 대니얼 데이-루이스의 남자주연상을 탈 것이 확실하다. 그는 이 역으로 이미 골든 글로브 드라마 부문 주연상을 탔다. 데이-루이스가 이번에 오스카상을 타면 1989년 ‘나의 왼발’로 주연상을 탄데 이어 20년만의 두번째의 영광이다. 이 영화는 촬영상 부문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선두 다툼을 하고 있는데 상을 탈 가능성이 약간 우세하다.
여자 주연상은 프랑스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삶을 그린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에서 피아프 역을 맡은 마리옹 코티야르와 캐나다 영화 ‘그녀로부터 떠나’(Away from Her)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아내로 나온 베테런 줄리 크리스티(‘의사 지바고’)가 선두 다툼을 하고 있다. 수상 가능성은 코티야르 쪽이 다소 큰데 크리스티가 받는다면 1965년 ‘달링’에 이은 33년만의 두번째 수상이다.
작품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여우조연상은 미 포크싱어 밥 딜란의 삶을 그린 ‘나는 거기에 없다’(I’m Not There)에서 인기 절정의 딜란 역을 맡은 케이트 블랜쳇이 탈 확률이 높다. 그녀는 이 역으로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골든 글로브 조연상도 탔다. ‘나는 거기에 없다’는 딜란의 삶을 시대별로 구분해 6명의 배우가 연기하는데 그중 한 명은 지난 달 약물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히스 레저다.
각본상 ‘주노’.
각본상은 10대 임신을 다룬 코미디 드라마 ‘주노’(Juno)를 쓴 여류 디아블로 코디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코디는 한 때 스트립댄서로 생계를 꾸려갔는데 10대 임신의 얘기를 매우 사실적이요 솔직하며 또 위트와 유머를 고루 섞어 잘 묘사했다. 이 영화는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엘렌 페이지)등 총 4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있다.
외국어 영화상은 2차 대전 때 수용소에서 나치를 도와 영국 파운드와 미국 달러를 위조한 유대인들의 실화인 ‘위조자들’(The Counterfeiters·영화평 22일자 위크엔드판)이 탈 것 같다. 만화상은 시골 쥐가 파리에 와 유명 셰프가 되는 ‘라타투이’(Ratatouille)가 탈 것이다.
여우주연상 마리옹 코티야르.(‘장밋빛 인생’)
작품상 등 각기 모두 7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국의 계급이 다른 두 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속죄’(Atonement)와 거대 기업체의 부정을 파헤친 스릴러 ‘마이클 클레이턴’(Michael Clayton)은 별로 상복이 없을 것 같다. 다만 ‘속죄’에서 상을 탈 가능성이 있는 것은 음악부문이고 ‘마이클 클레이턴’에서는 여우조연상(틸다 스윈턴) 부문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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