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崇禮門)이 몸을 사르고 우리 곁을 떠난다. 2008년 2월 11일. 무자년(戊子年) 정월 초 나흘, 설 명절이다. 정녕 소신 공양(燒身供養) 이련가. 조선의 혼과 민족의 얼을 지키며 그렇게 당당했던 숭례문이 화염(火焰)에 휩싸여 몸부림치다 그냥 무너져 내린다.
온갖 정변, 왜란, 호란 그리고 6.25동란 속에서도 의연했던 숭례문이었는데… 그 한 순간에 610년을 잃는다. 만남과 해어짐 모두가 인연인걸 이제 와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잊어서는 안된다. 한 마디 말도 없는가? 화마(火魔)와 싸우던 숭례(崇禮)의 장열한 모습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했는가. 600년 새 역사를 새롭게 열라는 말인가.또 다른 남방 화마의 침노를 일깨우려 한 몸을 던젔단 말인가?
신라때 ‘의상대사’가 지었다는 산수기(山水記)에 전해 오는 이야기다.
한양에 도읍을 정하려는 이가 만약 스님의 말을 듣고 따르면 그래도 나라를 연존(延存)시킬 수 있는 약간의 희망이있다. 그러나 정(鄭)씨 성을 가진 사람이 나와서 시비하면 채 5세(世)도 지나지 않아 임금자리를 뺏고 빼앗기는 재앙이 있으며 도읍한지 약 2백년쯤 뒤 나라가 위태로운 국난을 당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스님은 무학(無學)대사를, 정(鄭)씨는 조선조 개국공신 ‘삼봉(三峯) 정도전’을 말하는 것이다. 국난이란 임진왜란을 말한다. 의상대사는 약8백년 뒤에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 할 것과 ‘임진왜란’을 내다 본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성계는 고려조 공민왕 4년(1392년) 7월 16일, 송경(松京;개성)에서 왕권을 확립, 조선(朝鮮)이 탄생한다.이태조는 왕사(王師) 무학대사에게 새로운 도읍지를 찾도록 명하고,무학대사는 북한산 일대를 둘러 보고 궁궐터를 정한다.서울이 국도의 터가 된 것이다. 국도의 터가 정해지자 이번에는 궁전을 자리 잡는 방향이 문제된다. 무학대사는 ‘인왕산으로 진산(鎭山)을 삼고 백악과 남산으로 좌청룡 우백호를 삼아 도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경복궁이 동(東)쪽을 향(向)하게 된다.
그러나 정도전(鄭道傳)이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선다.예로부터 임금은 남향(南向)하여 나라를 다스렸다. 동향하여 다스린 예는 없으니 한갓 중의 주장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조선조의 배불숭유 (背佛崇儒)정책의 기수요, 창업공신중의 공신인 정도전의 주장을 누가 막을 것인가. 결국 경복궁은 오늘 날과 같이 남향을 향하게 된다.
이같은 경복궁의 좌향때문에 관악산의 화기(火氣)가 문제로 드러난다. 숭례문의 현판 글씨마저 세로로 쓰게 된다. 경복궁이 정도전의 주장대로 세워지자, 무학대사는 말한다. 관악산을 궁궐터의 맞은 편에 있는 안산(案山)으로 하여 궁궐을 세우게 되면 관악의 화기가 궁궐의 기를 누르게 되어 화재와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는다. 결국 지손발복(枝孫發福) 좌향이라 장자상속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조선왕조의 비극의 단초가 된 것이다. 물론 풍수(風水) 이야기들이지만…
이 태조 5년에 조성된 서울의 성곽의 북쪽은 백암, 동쪽은 낙타산, 서쪽은 인왕산, 남쪽은 남산을 경계로 하여 험한 곳은 돌로, 그렇지 않은 곳은 흙으로 쌓았다. 전체 길이가 59,500척(17km)에 달한다. 성문은 북쪽의 숙정문(肅靖門), 동쪽의 흥인지문(興仁之門), 남쪽의 숭례문, 서쪽의 돈의문 (敦義門)등 4대문과 동북쪽의 홍화문(弘化門),동남쪽의 광희문(光熙門),서남쪽의 소덕문 (昭德門), 서북쪽의 창의문(彰義門) 등 4소문을 합하여 모두 여덟개의 문이다.(육관 손석우의 ‘터’참조)
이 가운데 숭례문은 1398년 태조 7년에 낙성되었으며, 1447년 세종 29년에 개축한 것이다. 6.25동란 때 크게 파손되었으나 1961/63년에 전면적으로 개수하여 오늘에 이르렀던 것이다. 선인들의 큰 지혜는 생활 속 깊숙이 녹아 있다. 풍수(風水)도 그 하나이다. 북한산, 경복궁, 숭례문, 관악산의 연결 고리이다. 앞으로 어찌 할 것인가. 외면할 수 있는가. 정부 종합청사에 또 불이다.
관악의 화기(火氣)야 더욱 기세 등등할 텐데, 숭례문은 불타 무너저내렸다. 왜? 지금인가? 서울은 여. 야 수평적 정권교체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이다. 10년전에는 IMF환란을 겪었다. 3남(南)의 인심이 걸리고, 더 남쪽 왜족=일본국=의 화기, 화총(火銃)도 뒷덜미를 찔러 온다. 깨어 지킬 것을
챙긴다. 하늘의 사랑과 땅의 자비를 새긴다. 수승화강 (水昇火降)의 묘리를 아는가. 동.서.남.북이 하나되어 ‘조선의 숭례문’을 중건하는 성심이 인다면 화기는 잡힐 것이고, 다른 600년 새 역사의 물길까지도 열 수 있을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