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치료, 보험 없으면 1만달러 훌쩍
북가주에서 헤어디자이너 겸 분장사로 일하고 있는 제니퍼 게이츠(40)는 지난 10년동안 치과에 가본 일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 봄 아버지 제리 핼리(64)로부터 어금니 몇 개에 관을 씌우는 것 등 치과 치료가 급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오리건에서 조경업을 하는 핼리는 보험이 없어 치료비가 8,000달러나 든다는 것이었다. 직계 가족들 모두가 보험이 없고 이가 너무 썩어 혀가 신경에 닿을 정도였던 자신의 치아 치료에만도 2만달러가 들어야 했던 게이츠는 그때부터 계획을 하기 시작했다.
휴가·알뜰 건강검진 겸해
최근 ‘의료관광’ 큰 인기
“비행기 삯 포함해도 저렴”
멕시코에 가서 치료를 받고 온 아버지의 친구로부터 믿을 만한 치과의사를 소개받은 게이츠는 6주후 부모 및 가족과 함께 멕시코로 날아가 샌 호세 델 카보에서 매일 마사지와 선탠을 받아가며 로사 페냐 박사로부터 근관 치료를 비롯한 다섯 가지 처치를 받았다. 게이츠와 부모, 남편, 14살난 아들이 스쿠버 다이빙과 치과 치료를 받고 돌아온 후 20살 난 딸, 사위도 멕시코로 치료 여행을 떠났다.
지난 20년 사이에 의료 관광의 인기가 점점 커가고 있다.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보험이 없는 사람, 더 싼 값에 치료를 받으려면 여행도 불사하겠다는 중산층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70개 이상 단체들의 동맹인 전국 건강관리 연합에 따르면 2006년에 치료 목적으로 해외 여행을 한 미국인은 약 50만명으로 그중 40%는 치과 진료가 목적이었다. 전세계의 건강관리에 대해 조사하는 비영리단체 의료관광협회의 COO 르네-마리 스테파노에 따르면 2004년에는 그 숫자가 15만명 정도에 불과했다. 치료 목적으로 외국에 나가는 미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받는 치료 1, 2 위는 브리지와 본딩으로 나타났다.
최근 추세는 가족이 함께 외국으로 가서 연례 휴가와 알뜰 건강검진을 겸하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렇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본딩과 베니어 같은 선택적 치과 진료 수요가 높아진 것과 외국 의사들을 보증하며 추천하는 의료관광 에이전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에이전트들은 환자들로 하여금 헝가리부터 멕시코까지 다양한 나라에서의 관광과 치과 진료를 겸한 패키지를 선택하게 하며 그 나라에서 아기 봐줄 사람까지 알선한다.
가족과 함께 외국 여행까지 즐기기에는 침대에 드러누워 있어야 하는 치료가 아니라 치과 진료가 딱 제격이라고 말하는 스테파노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의료여행 에이전트를 75명으로 추산하면서 올 연말께는 두 배로 늘어 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서 훈련을 받은 이도 있고 미국 치과와 꼭같은 시설을 사용하기도 하는 외국 치과의사들은 새 손님들의 두려움을 가라앉히기 위해 진료를 받고 만족스러워하는 기존 고객들의 입소문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그들의 웹사이트를 보면 고객들의 경험담과 미국 내 신용조회처들이 나와 있다.
미국치과의사협회는 외국으로 가서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있지 않지만 에드먼드 휼렛 대변인은 “외국인 치과의사들의 진료 기준이 미국 의사들과 같지는 않다”며 “치아는 일년에 한번 튠업을 해주는 자동차처럼 취급하면 안됩니다. 구강 건강은 전신의 건강에 영향을 미칩니다”고 말한다.
가족을 대동하고 치과 진료를 겸해 여행하는 사람들에는 크게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오래 전부터 고국으로 돌아가 의과 및 치과 진료를 받으면서 친척들과도 함께 지내다 오는 이민자들이다. 그러나 요즘은 치과 진료라는 별로 유쾌하지 못한 과제를 선용하여 가족들과 멀리 놀러가는 것에 관심 가진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멀티태스킹이라고 봐도 좋고, 진료 기록 이송이나 통역 서비스 같은 업계의 위기관리 능력도 많이 개선된 덕분이다.
환자들은 돌보기 위해서도 가족을 동반하지만 그저 함께 즐기기 위해서도 동반한다. 치과관광 여행사 ‘덴털-오퍼’에서 인기 치과 여행 목적지인 헝가리의 모손마그야로바르 여행을 예약한 로버트 무치(55)가 바로 그랬다.
“도대체 어떤 기분일지 알 수가 없어 나를 지지해 줄 가족들을 동반했다”고 말한 무치는 이 몇 개를 뽑고 뼈 이식과 치아이식을 했다. 아내와 24세난 딸, 8세 아들을 동반했던 그는 통증도 그럭저럭 견딜만 했고 비행기값까지 포함시켜도 미국에서 들었을 것의 3분의1에 불과한 비용 또한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진료 시간까지 미국에서 걸린다는 것보다 덜 걸려 그는 비에나, 브라티슬라바, 프라하 등을 느긋하게 관광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의료관광 여행사들은 가족과 동반하는 치과 여행을 전문으로 하지 않지만 그것이 영업 중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가고 있다. 해외 군 가족의 진료를 알선하던 은퇴한 육군 중령 스티브 가예고스는 샌안토니오에 의료관광 여행사 ‘메드센트렉’을 개업한지 일년 밖에 안됐지만 벌써 치과 진료 여행을 원하는 수십 가족의 문의를 받았다.
앨버커키에 사는 미용사 리오나 데니슨(30)은 이제까지 휴가도 애리조나주로만 다녔지만 올해는 가족 모두 코스타리카로 가서 치관 3개를 씌우고 9개의 치아를 이식했다. “남편을 설득하느라 애먹었지만 폭포도 보고 화산도 보고 래프팅도 즐겼어요” 데니슨은 여행 비용까지 포함, 동네 치과의사가 냈던 견적 2만1,000달러보다 6,000달러나 싸게 치료에 관광까지 마쳤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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