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속에 담긴 의미 여러가지
오해·실수 없도록 신중해야
얼마 전 ‘여자 친구들이 말하는 9가지 단어의 진짜 뜻’이라고 하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는데 잠깐 나누어 보면, “Fine” 즉 “괜찮아요”라고 하는 말은 “당신과는 말이 전혀 안 통하네요”라고 해석해야 하고, 외출하기 전에 “5분만요”라고 할 때는 적어도 30분은 각오를 해야 한다고 한다. 또 “Nothing” 즉 “아무 것도 아니에요”라고 할 때는 불만이 폭발 일보직전이니까 극히 조심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어야 하고, “Go Ahead.” 즉 “그러세요!”라는 말은 “감히 어디서” 라는 뜻으로 단단한 각오가 없이는 절대로 할 엄두도 내지 말아야 하는 일이라고 한다.
여자 친구가 깊은 한숨을 내어 쉴 때는 “내가 이 인간하고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에 빠져 있는 것으로 관계 그 자체를 접으려고 하고 있다고 봐야 하고, “That’s Okay”라고 말할 때는 가장 위험한 위기에 있을 때가 많은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속으로는 “언젠가 어떻게든지 복수를 해야지”하고 다짐하고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한편 여자 친구가 “Thanks”라고 짧게 말하면 상황에 따라 무한한 의미를 가질 수 있으니까 무조건 “You are welcome”이라고 말해 놓고 눈치를 잘 살펴보고 행동해야 하며, “Whatever!”는 여자가 할 수 있는 최악의 욕으로써 “이렇게 막가기야!”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Don’t worry about it, I got it,” 즉 “걱정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 게요”라는 말은 “이제 당신하고는 더 볼일이 없네요”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이 미국 사람들이 하는 말에도 문법 그대로의 뜻과 실제의 의미와는 차이가 있듯이 우리말도 액면 그대로 해석했다가는 크게 결례를 범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을 본다.
그 예로 한국 TV 연속극을 보면 “아무 것도 아니에요”라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열이면 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경우는 한 번도 없고 그 말은 무슨 일이 분명히 있는데 너무 황당한 일이라서 우선은 비밀로 해놓고 나중에 적당한 때에 자연스럽게 알게 하거나 가능하면 상대방이 알기 전에 무슨 조치를 취해서 그 사실을 모르고도 지나갈 수 있게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옳은 해석인 것이다.
그래서 아주 중대한 경우일수록 서로 있는 그대로 얘기하고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궁리하면 잘 해결되겠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도 “아무 것도 아니에요”라는 한마디로 덮어버리는 것을 본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조금만 어려운 상황에는 서슴없이 엉뚱한 거짓말을 둘러대고 진실을 포장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럴 때마다 우리 부부는 너무 ‘열통’이 터지는 것을 경험하곤 하는데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한국적 사고로는 어떤 경우든지 아무리 사실이라고 해도 있는 그대로 말을 해서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우선은 좋게 넘어가서 충격을 피하게 해주는 것을 오히려 바른 예의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 말은 어떤 경우에나 될 수 있는 대로 있는 그대로를 털어놓기를 좋아하는 순진한 우리 부부는 너무나 많은 경우에 상대방을 당황하게 해서 ‘큰 실례’를 범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나타난 한국적인 사고와 미국 사람들의 사고를 비교해 보면 한국적인 사고는 우선 바깥에 나타나는 모양새에 많이 신경을 쓰고 미국 사람들은 실속에 많이 신경을 쓰는 것을 본다.
한국말에 자주 사용되는 단어 중 “티가 난다”든지 “무엇 무엇 같아”라는 말은 단순히 영어의 ‘look’과는 한 차원 다른 것을 느끼게 하는데, 그것은 아무래도 한국은 오랫동안 유교적 사고가 지배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유교적 사고방식은 각자에게 ‘본분’이라든가 ‘분수’라는 것이 있어서 자기가 처한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의지가 많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미국의 ‘look’은 단순한 모양적 표현으로 오히려 개성적인 것을 반영하는 편이다.
그래서 연속극에서 “아무 것도 아니야”라는 표현을 다시 보면 이 말은 무엇보다도 무엇인가 분수 혹은 사회적인 기대치에 벗어나는 일이 일어났을 때 쓰는 특별용어로 보아야 한다. 돌발된 사건이 오히려 필연인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 할지라도 우선은 모양새를 기대치나 분수, 혹은 각자 처한 본분에 맞추어 놓으려고 노력하는 동안 “아무 것도 아니야”하고 보는 것이다.
마치 일본의 전통적인 인형극에서 멀쩡히 옆에서 사람이 서서 조정을 하는 데도 그들은 까만 옷과 까만 두건으로 숨겨져서 보는 사람들은 그 조종하는 사람은 못 본 척하고 시선을 인형에만 맞추어야 되듯이, 인형을 실제보다 더 중요시하는 것이 아닐까?
때문에 “아무 것도 아니야”의 진짜 뜻은 실상이 우리의 본분과 분수보다 너무 불거졌을 때 실상은 뒤로 숨기고 앞에 보일 수 있는 것을 다시 꾸며야 되는데 그 조정하는 과정에 잠깐 ‘타임아웃’을 부르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체면’을 실제의 앞으로 내세우는 문화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자녀를 키우다 보면 어렸을 때는 이웃의 서양 아이들과 잘 어울려 놀다가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한국 아이들하고만 어울리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부모가 한국 문화권에 많이 치중하는 아이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을 본다. 이런 문화적인 차이는 친구들과 오해를 낳기 쉽게 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서양의 것을 한국의 것으로 분장시키는 ‘퓨전’ 음식이 유행할 뿐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 음식도 여러 가지 색다른 옷을 입혀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아주 발달되었다고 한다. 혹 미국에 와서 사는 우리 자녀들이 한국의 또래들보다 이런 면에서 뒤떨어지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해 본다.
문의: johnsgwhang@yahoo.com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