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면 낫겠지” 방관말고 바로 고쳐주라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일시적인 기분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닌 굳센 사랑이어야 한다. 무의식중에라도 연약한 자녀를 누르고 자기의 권위를 키워 나가기 위해 유치한 수작을 부리지 않기 위해 인간의, 특히 유아심리를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부모로서의 내적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갈등과 의심을 자녀들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디 그런가? 부모라는 역할은 아이들의 인생여정에 가장 큰 길잡이이자 길동무인 막중한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적성검사 한번 없이 부모라는 ‘대업의 길’로 접어들곤 한다. 중대한 실수이지만 그러나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은 말대꾸하는 무례한 아이들을 연령별로 어떻게 대처하고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배워보기로 하자.
토들러-화내지 말고 명확하고 간단하게 응수해야
프리스쿨러-말보다 책 읽거나 이야기 들려주면 효과
5세-말·그림·운동으로 감정 처리하는 법 가르쳐야
6세-예의바르게 말하고 행동하면 칭찬으로 ‘보상’을
무례한 나이(The Age of Insolence), 그런 시기들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모들은 “철들면 자연히 나아지겠지”라며 방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위험천만이라고 ‘그런 식으로 굴지 말아라 : 아이들의 무례, 이기심, 눈치없음을 어떻게 고쳐줘야 하나’(Don’t Give Me That Attitude : 24 Rude, Selfish, Insenstive Things Kids Do and How to Stop Them)의 저자 마이클 보바 박사는 페어런츠지를 통해 조언하고 있다.
■토들러의 말대꾸
2세난 유아가 장난감 치우라는 부모의 말에 “엄마는 내 보스가 아니예요!”라고 야무지게 대꾸하는 경우가 있다.
◆대처방법
이제 말문이 트였는가 싶었더니 하는 대꾸가 얄밉기 짝이 없다.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와 뚜껑이 열리기 직전이다. 그러나 하나, 둘, 셋까지 세면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 두 살짜리와 붙어봤자 누구의 체면이 더 깎이겠는가 계산해 봐야 한다. 그리고는 “예, 엄마 알았어요. 장난감 치울게요 라고 말하려고 그랬지?”라고 하면서 구체적인 지시를 다시 한다. 장난감 치우라는 모호한 지시보다는 ‘곰 인형 원래대로 장난감 통속에 집어넣어라’라고 다시 말해준다.
그리고 아이를 과학자라고 한번 생각해 본다. 아이는 엄마의 지시대로 응하면 엄마는 저녁을 지으러 부엌으로 가거나 e-메일을 체크하러 컴퓨터 앞에 앉을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런 그 아이가 말대꾸를 엉뚱하게 해서 엄마의 주목을 끈 다음 반응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때 부모 측에서 감정적으로 나오거나, 부모 스스로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면 아이와 파워게임에 휩쓸리게 되고 권위는 눈사태처럼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감정을 정리한 다음 명확하고 간단하게 아이가 ‘어떤 선’을 넘어왔음을 알려준다. ‘버릇없이 무례한 말을 하는 구나. 다시 천천히 바른 태도로 바른 말을 해보겠니?”라고 응수해야 한다고 앞에 언급한 보바 박사는 조언하고 있다.
■프리스쿨러의 끓어 오름
4세된 아이가 종일 프리스쿨에서 보내고 오후에 귀가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카우치에 몸을 내던지면서 아이스크림을 달라고 칭얼댄다. “디너 후에까지 디저트는 안 돼’”라는 엄마의 말에 “엄마, 바보! 난 엄마가 싫어요”라고 소리 지른다.
◆대처방법
이맘 때 아이들은 세상은 너무 큰데 자신은 너무 작다고 종종 느낀다. 이 좌절감과 무력감을 가끔 언어폭력(?), 생떼, 칭얼거림 등으로 풀어내는 수가 있다. ‘테러블 4’가 아니라 ‘테, 테, 테러블 4’인 시기이다. 그리고 아직 온종일 부모를 떠나 프리스쿨에 머무는 것이 아이에게는 힘든 일이다. 온 종일 집에만 있던 토들러 시절이 편안한 동그라미였다면 지금 아이는 각진 네모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프리스쿨에서 돌아오면 우선 조였던 기분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맛있는 스낵은 그 효과가 크다. 그리고 온 종일 학교에서 조용히 지냈기 때문에 분출되어야 할 에너지가 아직 쌓여있다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게 하던지 음악을 틀어놓고 거실에서 춤을 추게 하던지, 아이의 내부에 묶여 있는 ‘야생의 얼룩말’들을 방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람의 말 한마디는 상대의 기분을 얼음장처럼 얼어붙게도 하고 시냇물처럼 졸졸 흐르게도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럴 때는 말보다는 비슷한 이야기의 책을 읽어주거나 스토리를 들려주면 아이는 은연중에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 감지한다. 그 정도 센스는 있는 나이이다.
■불같은 5세
TV 끄라고 하는 소리에 냅다 리모컨을 바닥에 던지고 일어나 자기 방으로 들어가면서 문을 꽝 닫아 버린다.
◆대처 방법
이 무렵엔 분명하고 지속적인 벌칙이 가해져야 한다. 조정권이 부모에게 있다는 것을 알면 아이들의 반항기질은 쉽사리 제자리를 찾는다. 벌칙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1주일간 TV 시청을 못하는 것 등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벌칙이 가해지는 이유를 설명해 줘야 한다. 아이가 아무리 잘못을 간청하고 흥정해 와도 후퇴해서는 안 된다.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문을 꽝 닫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규칙을 고수해야 한다. 사실 화가 나 있는데 이를 건설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성인으로서도 쉽지 않은 숙제이다. 말로 감정을 풀어나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그것이 어려우면 그림으로 감정표현을 하던지 글쓰기나 악기, 운동 등으로 감정 처리를 하는 법을 알려준다.
■깜찍한 6세
저녁 식사 준비가 어느 정도 다 끝났다.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에게 “식탁에 수저와 냅킨 좀 놓아줄 수 있겠니?”라고 했더니 “나 그런 것 몰라요. 아시잖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대처방법
어느 정도 말대꾸를 즐기는 연령이다. 자신의 유머감각을 과시하기도 하고 독립적인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부모를 시험하기도 한다. 이 때는 의문형으로 부탁하지 말고 지시형으로 밀고 들어가야 한다. 변명이나 농의 여지가 없도록. 학교에서는 ‘운동장 정치’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집에서 예의바른 언사만 쓰던 아이들도 학교 운동장에서 온갖 또래들로부터 ‘화장실 조크’에서부터 무례한 언행에까지 노출된다. 연착륙 과정에서 당연히 아이는 무례한 몇 가지 언사들을 집에서 사용해 보고 그 열매를 보기를 원할 수도 있다. 친구들과 놀 때 쓰는 말씨와 부모 앞에서 쓰는 말씨는 달라야 함을 가르치고 좋은 언행에는 칭찬을 해줘 보석은 갈고 닦아 빛을 더하게 해주고 돌멩이는 스스로 빛을 잃게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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