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파산(1)- 해야 하는가?

질문: 저는 미국에 온지 20년 가까이 된 사람입니다. 저와 제 아내는 그 동안 조그마한 비즈니스를 열심히 하고 살아와서, 집도 장만하고 세 아이를 모두 대학원까지 보내고 남 부러움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약 3년 전 그 동안 하던 가게를 팔고 새로운 분야로 업종전환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분야에 경험이 없는 관계로 3년간 빚만 지고 장사는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한 달에 $5,000이 넘는 가게 렌트비만 벌써 3개월이 밀렸고, 사업하면서 물건값 못 준 것, 크레딧 카드 쓴 것 등 해서 빚만 약 $250,000 이상 됩니다. 참고로 저는 집이 한 채 있고 집 모기지 등을 갚고 나면 약 $150,000 가량이 남게 됩니다.

그 외의 재산은 자동차 두 대, 그리고 집에서 쓰는 가구 등이 저의 전 재산입니다. 제가 파산을 신청할 수 있을까요? 또 할 수 있다면 저의 모든 재산을 다 잃게 되는 건가요?

답변: 종종 고국의 신문을 보다 보면 빚에 못 이겨, 가정이 파탄나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슬픈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어찌된 일인지 이곳 미국에서는 누가 빚 때문에 자살했다는 말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매사를 심각하게만 생각하는 한국들의 특성에 기인하는 차이라고만 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바로 빚에 못이겨 궁지에 몰린 사람을 처리하는 파산법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법은 다른 나라 특히 한국에 비해 파산에 관해 무척 관대한 편입니다. 2005년 10월 여기에 제동이 걸려, 파산신청을 함부로 못하도록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파산하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또한 미국의 파산제도는 파산을 한 후에도 쉽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평소에 파산과 관련해 자주 문의받는 질문을 중심으로 파산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1. 파산은 어떤 경우에 하게 되나요?

일반적으로 자신의 소득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매달 갚아야 할 채무를 갚지 못하는 경우에 신청하게 됩니다. 2005년부터 새로 시행된 법에 의하면 가구소득이 일정 액을 넘는 경우(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의 경우 4 인 가족 기준 $ 70,626)는 원칙적으로 파산신청을 하기 어렵게 되어있습니다.

2. 어떠한 종류의 채무가 파산신청을 통해 면제되나요?

크레딧 카드 채무, 개인적 채무, 사업상 채무 등 종류에 관계 없이 거의 모든 종류의 빚이 면제됩니다. 그러나 면제가 되지 않는 채무도 있습니다. 세금, student loan, 자녀양육비, 이혼 위자료, 벌금, 파산 신청시 신고되지 않은 채무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채무는 파산 절차를 거치며 면제가 됩니다.

3. 파산을 하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들은?

수십만 불이 넘을 수도 있는 자신의 빚을 파산절차를 통해 면제 받을 수 있다는 말은 꿈같이 들립니다. 물론 세상에는 무조건적 공짜는 없습니다.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합니다. 채무를 면제받는 댓가로 파산 신청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재산을 포기 해야 합니다. 파산 신청 시 가진 재산이 적다면 포기할 것이 적으니 유리하겠지요. 대부분의 재산을 포기한다고 해서 당장 길거리로 나 앉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파산제도는 파산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고 후에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즉 대부분의 생활 도구, 가구, 옷 생활용품, 장신구, 저가의 중고자동차 등은 모두 빼앗기지 않고 계속 소유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집이 있는 경우, 부부 합산하여 집을 팔고 남은 에퀴티에서 $75,000에서 많게는 $12,5000까지 챙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산했다고 해서 집안이 풍지박살이 나버리거나 하는 일은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파산자들을 너무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만, 한번 실패한 파산자들을 영원히 빈곤의 늪에 방치하는 것 보다, 하루 빨리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것이 사회전체적으로 보아 도움이 된다는 정책적 이유가 있습니다. 신청인들은 따라서 파산을 하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할 재산의 가치(실)와 면제받을 채무의 가치(득)를 비교하여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파산을 하면 재산 이외에도 잃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신용(credit)입니다. 미국생활에서 크레딧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미국에 사는 거의 모든 개인은 알게 모르게 크레딧을 조사당하며 개인 크레딧 파일이 모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국가기관에서 이런 엄청나고 무서운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사설기관에서 합니다. 융자금을 제때 내는지, 크레딧 카드 페이먼트는 제대로 내는지, 도서관에 책은 혹시 반납 안하고 이사간 적은 없는지, 공과금은 떼어먹지 않았는지, 모두 하나의 파일에 보관되어 언제라도 조회해 볼 수 있습니다. 가끔 자신의 크레딧 리포트를 떼어보면, 정말 별 것까지 다 기록해놓았구나 하고 놀라게 됩니다.

크레딧이 나쁘면 아파트 얻는 것도 힘들어질 수 있고, 할부로 자동차를 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파산을 하면 당연히 크레딧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회생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크레딧 리포트에 십 년 간 파산의 기록이 남지만, 십 년이 되기 이전이라도, 짧으면 2-3년 이내에도 다시 은행에서 loan 등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4. 파산 신청에도 종류가 있나요?

개인에게는 Chapter 7 과 Chapter 13 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파산 허용되며, Chapter 7의 경우 채무를 모두 면제 받는 것으로서 가정 일반적 형태입니다. Chapter 13의 경우는 특별한 종류의 파산으로서 5년 정도에 걸쳐 채무의 일부를 갚아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채무를 면제받는 Chapter 7이 바람직할 것 같지만, Chapter 13 에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이 있는 경우, Chapter 7을 신청하면 집값의 일부($75,000에서 $12,5000까지)는 비록 지킬 수 있지만, 집 전체를 지킬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Chapter 13의 경우는 자신의 집도 지키면서 채무의 많은 부분을 면제받게 되므로 경우에 따라 Chapter 7보다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5. 파산 신청을 한 후에도 채권자가 계속 돈을 갚으라고 재촉할 수 있나요?

일단 파산신청을 하면 그 사실이 모든 채권자에게 통보가 되면 그 통보를 받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전화를 해서 빚을 갚으라고 재촉을 하면 법을 위반 하는 것이 되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6. 파산절차가 끝난 후 직장을 갖게 되어서 돈을 벌게 되면 빚을 갚아야 하나요?

아닙니다. 만약 갚아야 한다면 파산신청을 한 의미가 없지요. 일단 파산이 끝나서 채무가 면제되면, 그 채무는 영구히 소멸된 것이므로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없고, 후에 재산을 아무리 많이 모으더라도 갚을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질문하신 분의 경우 현재 렌트비를 못 낼 정도로 소득이 적으시니 일단Chapter 7 신청이 가능합니다. 이 경우 대부분의 재산은 지킬 수 있으시되 집의 경우는 잃게 되겠지만 집이 팔리고, 모기지, realtor비용 등 집에 관 빚을 갚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75,000 정도는 현금으로 되찾으실 수 있게 됩니다.

본인도 파산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클라이언트 중 몇 년을 빚에 눌려 가족들과 외식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살다가, 오히려 파산 신청 후 홀가분하게 맛있는 음식도 먹고 주말에 근교로 여행도 다니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뭐 이정도 까지야 안 되라도 적어도 빚 때문에 목숨을 잃는 일 만이라도 없어야겠습니다.

김준환 변호사/ 문의 408-971-2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