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라는 단어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We’란 단어가 유별나게 자주 눈에 띈다. ‘You’란 단어도 심심치 않게 사용된다. 버락 오바마의 연설문이 그렇다는 것이다.
‘We’나 ‘You’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I’란 단어가 가장 많이 쓰여졌다. ‘Myself’란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힐러리 클린턴의 연설문을 분석한 결과다.
철저한 ‘I 메시지’로 일관했다. 모든 것이 자기중심적인 베이비붐 세대다. 그 ‘미-제너레이션’(me-generation)다운 어법이라는 것이다. ‘We 메시지’가 주조를 이루었다. ‘우리 함께… 당신과 함께…’가 강조된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어법이다. ‘공공봉사를 이상’으로 하는 ‘새로운 정치세대’의 어법이라고 할까.
힐러리와 오바마, 다른 말로하면 ‘I 메시지’와 ‘We 메시지’의 경합이다. 이 레이스는 그러면 결국 어느 쪽의 승리로 판가름 날까.
‘민주당 내에서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빌 클린턴이 오바마를 비난하고 나섰다. 직격탄을 쏘아댔다. 금기사항인 인종카드까지 들이대면서. 그러자 바로 역풍이 불었다. 반(反) 클린턴 분위기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그 상황을 두고 데이빗 브룩스가 한 말이다.
‘민주당 내에서 반란의 기운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힐러리와 빌 클린턴 커플의 무차별 양면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보다 못해 민주당의 아이콘 에드워드 케네디가 오바마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자 나온 분석이다.
공화당도 반란상황을 맞이하기는 마찬가지다. 예상을 깨고 존 매케인이 선두를 굳히고 있어서다. 공화당 골수 보수세력의 크라운 프린스는 매케인이 아니다. 미트 롬니다. 당내 기득권층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 롬니가 잇단 패배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골수 보수세력은 화가 났다. “매케인이나 허커비가 공화당 대선주자로 확정되는 날이면 공화당은 문을 닫아야 된다.” 기득권층에서 나온 분노의 소리다. 빌 클린턴이 힐러리의 남편이기 이전에 전직 대통령에, 민주당 원로라는 위치를 망각하고 얼굴이 뻘게져 오바마 비난에 나섰었던 것처럼.
왜 이들은 이토록 화를 내고 있나. 한국식 표현으로 당내 비주류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주변부 세력의 중심부 기득권층에 대한 공격이 만만치 않아서다. 민주·공화를 따질 것 없이.
공화당의 내란상태는 그렇지만 벌써 종식기미를 보이고 있다. 선두주자로서 매케인의 위상이 날로 부각되면서다. 루디 줄리아니가 플로리다주 예선패배 후 매케인 지지선언과 함께 중도 사퇴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도 매케인을 지지하고 나섰다. 매케인을 중심으로 당이 결속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매케인은 이제 보수세력 일각에서 레이건과 비교될 정도다. 신념의 정치인이다. 전시(戰時)가 요구하는 결단력을 갖춘 지도자다. 공화당 보수우파에서 중도, 그리고 무소속에, 보수 민주당원까지 포용하는 ‘레이건 연합’을 부활시킬 가능성이 있다 등등의 찬사와 함께.
민주당의 경우는 상황이 그리 간단치 않다. 변화와 바람의 주역은 분명히 오바마다. 그러나 빌과 힐러리 클린턴 커플을 중심축으로 한 민주당 기득권층은 여전히 막강한 세를 과시하고 있어서다.
민주당 기득권층에서 그러나 미묘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케네디 가문의 오바마 지지선언이 그 신호탄이다. 그 빌미를 제공한 건 앞서 지적대로 빌 클린턴의 ‘속내를 드러낸 오버 페이스’다. 그 결과 백악관 입성을 통해 클린턴 커플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당내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새삼 관심은 20여개 주에서 동시에 예선전이 열리는 ‘수퍼 화요일’의 투표 결과다. 지금까지의 예상은 힐러리 승리다. 문제는 그러나 단순 승리에 있는 게 아니다. 그 승리가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확보에 근접하는 결정적인 것이 될까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흐름은 역전될 것이라는 게 상당수의 관측이다. ‘힐러리가 아닌 빌러리(빌과 힐러리의 합성어) 클린턴을 후보로 내세우는 게 아닌가’- 의구심은 계속 확산될 것이다. 본선 경쟁력이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역전이 될 수 있다는 그 첫 번째 이유다.
역전 가능성의 근본적 실마리는 오바마의 ‘We 메시지’에서 찾아진다. ‘나르시시즘’에 가까운 ‘I 메시지’는 별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를 알리는 ‘We 메시지’에 신세대 민주당원들은 환호하고 있다. 그 메시지는 그리고 어딘가 ‘뉴 프런티어’를 외친 존 F. 케네디를 떠올리게 해서다.
오바마의 대역전극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수퍼 화요일 대회전의 관전 포인트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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