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경력 업적 등 부풀리고
신분과시용 감투에 집착하고
표리부동 언행을 밥먹듯하고
안되는 줄 알면서 왜 그럴까
진짜냐 가짜냐, 고의다 실수다, 알고도 속였다 몰라서 그랬다…. 최근 얼마동안 북가주 한인사회도 이런저런 일로 제법 시끄러웠다. 어느 노병의 ‘계급-훈장’을 둘러싼 파동, 어느 화가 겸 문인의 ‘학력-경력’ 파동이 대표적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만 말하고 행동했어도 능히 존중받을 수 있었을텐데, 최소한 무시는 당하지 않았을텐데, 왜 그랬을까. 개인적 안타까움을 떠나 그건 꼬리물기 의심과 불신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뒤집어 생각하면, 그게 ‘거짓말에 관한 진실’을 다시금 생각케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아직 들키지 않았거나 들켰어도 용케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 실제와 허구의 괴리 속에서 행여 들킬까봐 아슬아슬 살아가는 이들이 북가주 한인사회에도 적지 않은 것 같으니 말이다.
좌간, 거짓의 목적은 뻔하다. 대개, 자기를 실제보다 낫게 보이려거나 어떤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거나 마땅한 대가를 치르지 않거나 덜 치르려는 욕심 때문이다. 이를 위한 수단은 대개 경력 학력 업적 인맥 등 부풀리기다. 이런 이들은 대개 언론을 밝히고 감투를 즐긴다는 돌림병을 갖고 있다.
A씨는 한인사회 주요행사 단골손님이다. 언론의 조명을 받는 등 주목받는 행사다 싶으면 초청을 받았든 안 받았든 거의 예외없이 그는 참석한다. 그리고 기회만 주어지면 온갖 고상한 말이나 자화자찬성 연설을 한다. 들리는 소문은 개운찮다. 민원해결 대행을 미끼로 돈을 요구한다든지 주류사회 누구누구랑 찍은 사진이나 정작 북가주에서는 존재조차 희미한(혹은 지탄을 받는) 단체의 명함을 내밀면서 한국에서 허세를 부리고, 그렇게 맺은 어떤 관계를 이용해 북가주에 와서 다시 허세를 부리는 식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B씨는 어느 미니도시의 명예대사다. 그 도시를 위해 기여한 게 무엇이고 기여할 게 무엇인지, 그 대사직 타이틀에 걸맞게 ‘검증된 능력’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수수께끼다. 아마도 그의 거창한 명함에 그 도시 관계자들이 속았으리란 짐작만 돌았을 뿐이다.
C씨는 어느 단체 대표를 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서울 명문대 졸업생을 자처했다. 그러나 거짓말은 거짓말을 먹고 자라는 법. 그는 학창 시절 얘기 등등 거짓말 보충용 거짓말을 해나갔다. 하필 C씨가 말한 대학 같은 학번 같은 학과 졸업생이 북가주에 살았다. “그런 사람 없는데?” 혹시나 해서 전후학번을 다 뒤졌지만 C씨는 없었다. 한참 지나 C씨는 그 학교 학생이 아니라 그 학교 옆동네에 살면서 그 학교를 자주 들락거렸을 뿐이라는 사실이 들통났다.
진짜 그 학교 졸업생은 우스개삼아 조롱했다. “(C씨가) 틀린 말 한 건 아니네. 우리 학교 다녔다고 했지 학생으로 다니고 졸업했다고는 하지 않았잖아.”
D씨는 60대 중반이다. 한국전은 1950년6월부터 1953년7월까지 벌어졌다. 휴전협정 때부터 따져도 54년 이상 지났다. D씨는 자신을 참전용사라고 주장했다. 전쟁 마지막 날 참전했더라도 겨우 열두세살 때 참전한 셈이니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무슨무슨 전투에서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싸운 ‘가공할 무용담’을 무수히 가공한 D씨는 나중에 슬그머니 자신의 나이를 몇살 올려야 했다.
E씨는 문학동네 사람들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린다. 그가 희한한 문필가 단체를 이끌면서 한국의 영세출판사와 호흡을 맞춰 회원들의 작품집 출판을 알선하면서 뒷돈을 받는다느니 한국문단에선 거의 아는 사람이 없는 희귀한 상을 받는다느니 하는 말들과 함께 E씨의 끝모를 허영심에 경탄을 표하는 소리들이 잦아들지 않는다.
이밖에도 F씨는 한면에다 온갖 단체이름과 직책이름을 적고도 모자라 뒷면까지 빼곡한 명함을 들고 한국을 수시로 드나들며 열심히 뿌리고 있고, G씨는 저쪽 가서는 이쪽 일을 갖고 언론에 홍보하고 이쪽 와서는 그 언론에 난 것을 갖고 다시 자가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간혹 한인사회 각종행사 연사로도 초청되곤 하는 G씨는 입으로는 한인의 자긍심 운운하지만 뒤에서는 한인과 한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한동안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타지역 어느 한인사회에서는 군대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 모단체 전우회장을 맡았다 들통났는가 하면, 어느 지역에서는 그 지역 한인여성 전체 숫자보다 이대졸업생 숫자가 더 많더라는 조롱이 나돌았을 정도로 가짜들이 횡행했다고 하니….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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