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스의 집’ (Alice’s House) ★★★½(5개 만점)
중년의 수퍼 맘, 고달픈 삶의 여정
소형 서민 아파트 3대 6인 가족이 겪는
감정 충돌과 배신, 잡다한 일상그린 소품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작은 아파트에 사는 서민 3대 6인 가족의 감정적 충돌과 배신 그리고 고단하고 잡다한 일상을 따뜻하고 사실적으로 그린 잘 만든 소품 드라마다.
주인공인 아내이자 어머니요 또 딸로서 생계를 위해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알리스의 좌절감과 간간이 느끼는 기쁨과 성적 욕망과 외도 같은 것을 통해 질식할 듯한 탈출구가 없는 중년 여인의 삶을 뼈저리게 묘사하고 있다.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어서 공감이 가는데 감독은 극중 인물들을 잘 이해하면서 연민의 가슴으로 다루고 있다.
미장원 매니큐리스트인 알리스(칼라 리바스)는 딸 뻘인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는 성질 고약한 택시운전사인 남편 린도마와 정이 떨어진지 오래다. 알리스의 시력을 잃어가는 어머니(베르타 제멜)가 집안일은 모두 맡아하는데 20대 초반에서 15세까지 난 세 아들들과 린도마는 장모와 할머니를 종 부리듯 한다.
군인인 첫 아들은 막내를 사랑하나 아버지 스타일의 여자 알기를 우습게 아는 마초 맨이요, 둘째는 좀도둑질 등으로 용돈을 벌고, 셋째는 학생으로 이제 첫 데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미장원에서 손님들에게 멸시를 당하며 고단한 삶을 사는 알리스는 어느 날 옛날에 자기를 좋아하던 남자 닐손을 손님으로 다시 만나면서 자신의 일상과 성적 좌절감을 닐손을 통해 푼다. 그러나 그 관계도 오래 가지 못한다. 오랜만에 만끽하던 성적 해방감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는데 열이 난 알리스는 남편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미성년자인 소녀와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발견, 집안을 다 때려 부순다. 그러나 알리스는 오늘도 또 돈을 벌기 위해 미장원엘 나간다. 마지막에 클로스업되는 알리스의 텅 빈 얼굴이 가슴을 친다.
인물들이 모두 사실적이어서 우리 옆 동네 사람 얘기 같다. 특히 리바스가 매우 훈훈하고 꾸밈없는 서민의 연기를 폭 넓게 빼어나게 해낸다. 그리고 이 난장판 집안의 기둥인 할머니역의 제멜도 위엄을 갖춘 연기를 한다. 성인용. 31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언두잉’(Undoing) ★★½
‘옐로’를 감독한 한국계 크리스 챈 리의 LA 코리아타운의 지하세계를 무대로 한 필름 느와르인데 너무 스타일에 치중해 내용이 부실해졌다.
1년 전 친구 준이 살해되면서 애인 베라마저 버리고 LA에서 종적을 감췄던 샘(성 강)이 과거를 보상하고 베라를 되찾기 위해 코리아타운으로 돌아온다. 타운의 거리는 1년 전과 같을지 모르겠지만 지하 범죄세계는 샘에게 매우 낯선 곳이 된지 오래다.
베라는 샘이 떠난 후 클럽서 일하면서 클럽 주인에게 재정적으로 감정적으로 큰 빚을 지고 있는 실정. 이 빚과 함께 자신의 빚도 갚고 새 생활을 해보려는 샘은 자꾸 암흑세계로 빨려든다. 성인용. 이매진 아시안 센터(213-617-1033).
‘그녀의 동작’(How She Move)
거리 스타일 댄싱의 챔피언십 대회를 겨냥하고 경쟁하는 여고생의 성장기이자 자아 확인의 춤이 있는 드라마. 토론토의 우범지역에 사는 총명하고 춤에 뛰어난 재질이 있는 자메이칸 레이야는 춤 때문에 명문 사립교에 다니다 언니가 약물과다 복용으로 사망하면서 우범지대로 돌아온다.
레이야는 5만달러의 상금이 걸린 춤 경연대회에서 우승, 동네를 탈출할 결심을 한다. 그녀의 치열한 경쟁자는 과거 친구였으나 레이야를 배신자로 여기는 미셸. 과거 상금을 탄 사람들은 모두 남자라는 것을 잘 아는 레이야는 자기와 사귀는 비숍이 리더인 올 남성댄스그룹 JSJ의 유일한 여성멤버로 가입한다. 그러나 레이야는 지나친 야심으로 외톨이가 된다.
PG-13. 일부지역.
‘내가 숨 쉬는 공기’ (The Air I Breathe)★★½(5개 만점)
인간의 행복과 사랑 그리고 기쁨과 슬픔
네가닥으로 엮은 철학적 멜로물
하버드 MBA딴 이지호감독 데뷔작
뉴욕에서 태어나 웨슬리안대와 뉴욕대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하버드 MBA를 취득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현재 LA서 활동하고 있는 이지호 감독(공동 각본)의 데뷔작이다. 그는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 미국과 한국 등지에서 많은 광고 필름과 뮤직비디오 등을 찍었다.
인간의 기본 감정인 행복과 기쁨과 슬픔과 사랑을 현대판 우화식으로 네 가닥으로 엮은 철학적 멜로물이자 도덕극인데 의도는 좋으나 결실은 부실하다. 무언가 진지하고 심각한 얘기를 하려고 시도했으나 공허하고 다소 척하는 분위기를 지녔다. 그러나 재주는 엿보인다.
네 개의 얘기에 나오는 인물들 중 일부가 전체적으로 연결되는 식으로 플롯을 짰는데 굉장히 우울하고 어둡고 염세적이다. 올스타 캐스트를 어떻게 이런 소품에 초대했는지 궁금하다.
‘행복’의 주인공은 닭장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고독하고 무료한 주식중개인(포레스트 위다커). 그는 화장실에서 동료들의 불법경마 도박에 대한 팁을 엿듣고 ‘손가락’이라고 불리는 사채업자(앤디 가르시아)가 운영하는 도박장에 찾아간다. 엿들은 대로 경주마 ‘나비’에 5만달러를 거나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그가 이 빚을 갚기 위한 저돌적 행동이 믿어지지가 않는데 어쨌든 그는 이 행위에서 잠시나마 행복감을 맛본다.
‘기쁨’이라는 역설적인 제목의 주인공은 말 없고 침울한 남자로 ‘손가락’의 오른팔 행동대원(브렌단 프레이저). 그는 미래를 볼 수 있는 신통력을 지녔는데 이 신통력이 안 통하는 아름다운 여가수(새라 미셀 젤라)를 사랑하게 되면서 비극을 맞는다.
왜냐하면 ‘슬픔’의 주인공인 여가수는 ‘손가락’이 빚 대신 받은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여가수는 후에 ‘행복’의 주인공에 의해 자유와 해방을 얻는다.
‘사랑’의 주인공은 친구의 아내 지나(쥘리 델피)를 사랑하는 의사(케빈 베이콘). 그가 독사에 물린 지나를 살리기 위해 절망적인 몸부림을 치는 과정에서 ‘슬픔’의 여가수가 구원의 천사로 등장한다. 이 감독이 오는 5월부터 연출할 차기작 ‘상하이’를 기대해 본다. R. 일부지역.
‘추적불가’(Untraceable) ★★
연초에 나오는 불량품의 대표적 영화로 웹사이트에 납치한 사람들을 고문하는 장면을 싣는 복수에 눈이 먼 청년 살인마에 관한 수사물 스릴러. 잔인하고 끔찍하고 역겹다. 미 연방 수사국(FBI) 포틀랜드 지국의 인터넷 범죄담당 여수사관 마쉬(다이앤 레인)의 컴퓨터에 ‘killwithme.com’ 웹사이트가 떠오르면서 엽기적 장면이 나타난다.
신원불명의 남자가 끔찍한 고문을 당하는 장면인데 이 남자를 납치한 범인은 웹사이트를 조회하는 관람객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례해 자기 제물을 빨리 살해한다. 희생자 수가 증가하면서 마쉬 등 수사팀은 범인이 포틀랜드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웹사이트는 추적 불가능. 그리고 범인은 마쉬마저 납치한다. R. 전지역.
‘산투리 음악가’(Santouri the Music Man)
현대 이란 영화의 초석과도 같은 명장 다리우스 메르지의 2006년 작으로 이란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 그의 1970년작 흑백영화 ‘암소’(The Cow)는 이란 영화에 르네상스를 가져다준 영화이나 내용이 너무 어두워 샤 정권에 의해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다. ‘암소’는 1971년 밀반출돼 베니스영화제서 자막도 없이 상영됐지만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비평가상을 받았다. 그의 영화들은 사회성이 짙어 여러 편이 상영금지 조치를 당했다.
‘음악가’는 재능이 뛰어난 젊은 작곡가이자 가수 알리의 얘기. 알리는 인기 절정에서 갑자기 급전직하는데 그렇게 된 이유를 자기를 버린 아내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그의 오랜 약물중독으로 알리는 뒤늦게 재생의 몸부림을 친다.
뮤직홀(310-274-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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