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지만 반석같은 선수’
조용히 팀에 공헌하는 꼭 필요한 존재’
축구전문사이트인 ESPN 사커넷이 토튼햄 핫스퍼의 ‘작은 철인’ 이영표(30)와 심층 인터뷰 기사에 붙인 제목이다. 24일 이 사이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이영표는 토튼햄에서 뛰며 보고 느끼고 경험한 내용을 다양하게 소개했고 특히 최근 한국 언론들이 보도했던 그의 방출설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허위기사라며 섭섭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또 UEFA컵에서 토튼햄이 강력한 우승할 최고 후보중 한 팀이라고 자신했고, 포지션 경쟁자인 게레스 베일에 대해서는 “18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라며 “조만간 세계적인 스타가 될 것”이라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쟁자 베일은 조만간 세계적 스타 될 선수”
“허정무 감독은 선진적인 교육자…기대 크다”
“한국언론 무책임한 방출설 보도에 힘들었다”
“로마행 거부 이유는 차후 적절할 때 밝힐 것”
화려한 스팟라이트를 받는 스트라이커도 아니고 카리스마 있는 팀 리더도 아니며 성격적으로 튀거나 외향적인 면도 없기에 전혀 돋보이는 것이 느껴지지 않지만 이영표는 지난 2006년 PSV아인트호벤에서 이적해온 이후 팀을 지난 15년간 최고성적인 2년연속 프리미어리그 5위로 이끄는 데 큰 몫을 해냈다. 올 시즌 그는 포지션 경쟁자인 게레스 베일과 베노아 에수-에코토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사실상 홀로 왼쪽 풀백을 도맡아 해내고 있다. 비록 경쟁자가 없다고 하나 필드에서 이영표의 팀에 대한 헌신적인 자세와 지치지 않는 투혼은 누구의 눈에도 자명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즌 전 토튼햄이 마침내 탑4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프리시즌때 팀 분위기도 좋았고 자신감이 넘쳤는데 웬일인지 초반 경기가 안 풀렸다.
-이제는 팀이 제 궤도를 찾았나.
▲11월초부터 조금씩 이기기 시작했고 갈수록 팀 분위기도 살아나고 있다.
-아직도 팬들 중에는 전임 마틴 욜 감독에 대한 사랑이 남아있는데 그가 더 팀을 맡았어야 한다고 믿는가.
▲팀 성적이 부진하면 감독이 책임을 지게 마련이지만 사실 선수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욜 감독을 사랑했다는 것이다. 그는 뛰어난 감독이었지만 인간적으로 더욱 존경받을 특별한 분이셨다.
-후안테 라모스 감독이 오고나서 달라진 점은.
▲팀이 가장 어려울 때 오셨지만 곧바로 팀 분위기를 뒤바꿨다. 또 워낙 경험이 풍부해 선수를 파악하고 클럽의 정신자세를 놀랄 만큼 빨리 변화시켰다.
-같은 왼쪽 풀백 게레스 베일은 이제 18세이지만 놀라운 재능과 잠재력을 지녔다.
▲이적료가 말해주듯 베일은 세계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다. 그의 기술과 경기 이해력을 보면 과연 그가 진짜 18세인지 믿어지지 않는다. 그가 세계적인 플레이어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2~3년이면 전 세계가 그의 이름을 알게 될 것이다.
-3년간 PSV아인트호벤에서 뛴 경험이 한국 K-리그에서 직접 온 것보다 잉글랜드 축구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됐나.
▲네덜란드 경험이 엄청난 도움이 됐다. 유럽축구가 어떤 것인지 알았고 새 축구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디.
-한때 네덜란드 최고의 왼쪽 풀백으로 꼽혔고 PSV가 3관왕을 차지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잉글랜드에 오면서도 비슷한 결과를 예상했나.
▲그럴 수는 없었다. 네덜란드서 뛰면서 잉글랜드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됐고 무엇때문인지 토튼햄에 끌렸지만 PSV가 이뤄낸 업적이 워낙 엄청나 같은 결과를 생각할 순 없었다.
-토튼햄이 올해 UEFA컵에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냥 우리가 최고 우승후보중 하나라고만 말하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PSV시절 팀메이트였는데 외국에서 같은 나라 선수와 함께 뛰는 것이 도움이 됐나.
▲물론이다. PSV 입단후 첫 6개월간 총각이었던 나는 그의 집에 가서 식사를 했다. 그때 그는 어머니와 함께 있었는데 어머니가 매일 집에 와서 같이 식사하라고 하셨다. 그의 어머니께 큰 신세를 졌다.
-지난 1년간 많은 이적설이 나돌았는데.
▲이적은 축구 비즈니스의 한 부분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적소문은 대거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으며 특히 한국언론에서 나오는 기사들은 거의 100% 허위다. 기자들이 사실을 확인도 하지 않고 소문을 기사로 내보낼 만큼 책임감과 도덕의식이 결여됐다는 사실이 슬프다. 조금만 기다리면 사실이 밝혀질 텐데. 물론 나는 그들 입장에 처해보지 못했으니 그들을 판단할 자격은 없다.
-AS로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탈리아 명문팀에 갈 기회를 마지막 순간에 거부했는데 그 이유를 한 번도 밝히지 않았고 소문만 무성하다.
▲그렇다. 누구에게도 이 이유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장차 적당한 계기가 되면 밝힐 생각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을 숨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착하다는 것이 약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운동선수들의 세계에서 신앙인으로 살기가 힘들지 않은가.
▲축구선수기 때문에 신앙인으로 사는 것이 힘든 게 아니라 누구라도 신앙인으로 바르게 살기가 힘든 세상이다. 이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와 신앙인으로서 가치가 맞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으로 합당하게 이 모든 것을 헤쳐가기란 쉽지 않지만 항상 신앙인으로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이 최근 허정무를 새로운 대표팀 감독으로 임명했다. 한국축구의 장래를 어떻게 보나.
▲허감독은 한국축구를 잘 발전시킬 선진적인 교육자중 한 분이다. 모든 사람들이 기뻐하는 선택이고 나 역시 큰 기대를 갖고 있다. 한국축구가 어떤 것인지 세계에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다.
-조재진, 최성국 등 많은 한국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 문을 두드리고 있다. 조언을 한다면.
▲유럽에서 잘 할 수 있는 한국선수가 많다. 하지만 유럽은 개인적 의견과 비판이 심한 곳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먼저 동양인으로 비춰진 뒤 그 다음에 축구선수로 생각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그들이 초반의 그런 회의적인 시선을 극복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유럽에서 성공할 찬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고선수들을 상대로 플레이한 경험에 비춰볼 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와 가장 평가를 못 받고 있는 선수는 누구인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리그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선수라면 누구나 세계 최고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여기까지 오려면 그만큼 주목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토튼햄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토튼햄 팬들을 볼 때마다 정말로 누가 가장 열정적인 팬들만 골라 모아놓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팬들을 만날 때마다 행복하며 구단의 오랜 역사와 자랑스런 전통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도 “Thank you”라고 말하고 싶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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