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예배, 친교, 교육, 선교, 봉사라는 교회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들과 이를 촉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활동들을 수행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각각 매우 다른 특성들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적인 문제들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다양한 그 리고 특별한 공간들을 요구한다. 더욱이, 이러한 공간들은 서로 결합하여 결국, 어떤 하나의 형체(형 태)를 이루어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교회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따라서 교회건축 설계는 다른 어떤 종류의 건축물보다 고도의 전문적이며, 창조적 능력을 필요로 한다.
훌륭하게 설계된 교회건축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다양한 공간들을 잘 조직하여 하나의 통합된 공간질서를 가진다. 잘 조직된 공간질서는 건축과 함께 구조, 냉, 난방설비, 전기설비, 소방설비 등 건축을 이루는 모든 구성요소들을 체계화시킴으로써, 안전하고, 기능적이고, 경제적이며, 아름다운 건축을 이루어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공간질서는 개개의 활동공간에 대한 건축적 특성을 잘 반영한 가운데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교회의 기능별 공간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상호관계를 맺는 것 은 교회건축 설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교회의 모든 활동들이 세속적 활동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목적과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예배는 더더욱 특별한 목적과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인간은 환경적 영향을 특히 강하게 받는 존재이므로, 예배환경인 교회건축공간은 예배의식의 진행과 예배를 통한 하나님과 회중, 또 는 회중과 회중 간의 관계를 더욱 촉진시킬 수도 있고, 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며, 예배 자의 마음가짐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제임스 화이트(James F. White)는 기독교 예배에서 공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 하고 있으며, 로버트 웨버(Robert E. Weber)도 기독교 예배 역사 속에 나타난 예배와 공간의 사례들을 통하여 공간이 예배의 의미를 표현하는 한 수단임을 강조한다. 이처럼 교회건축에서 예배공간은 예배의 본질적 의미와 내용에 적합한 장소와 환경으로 구성됨으로써, 회중들로 하여금 하나님이 지금 우리의 예배 속에 현존하신다는 확신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예배를 통해 그의 백성들에게 나타나시고, 그의 백성들은 찬양과 감사와 기도로서 응답한다. 따라서 교회의 예배공간은 예배에 참여한 회중들이 그들 앞에 나타나 계신 하나님을 깨닫고, 그에게 온 마음을 다하여 집중하고, 자신을 온전히 드릴 수 있는 분위기의 공간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배공간의 설계는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디자인은 예배공간과 그 안에 설치되는 모든 요소들의 크기, 스케일, 비례, 형태, 재료, 색깔, 질감들의 조화와 질서 등에 관련된다.
흔히 많은 교회가 그들의 예배실을 여러 가지로 꾸미려 한다. 즉, 좋은 재료, 값비싼 장식, 화려한 샨데리어, 아름다운 꽃꽂이, 성화 들, 고급 스피커들, 그리고 조각된 성구들이 교회의 하나님께 드리는 정성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이들이 회중들의 마음과 눈을 하나님께로부터 빼앗아 간
다면, 이는 예배의 본뜻과는 거리가 멀다. 여러 가지의 요소 들이 각각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라 하더라도, 배경에 어울리지 못하고 서로 조화와 질서를 이루지 못한다면, 전체적으로는 그것은 아름다움이 아니고 추함이다.
복잡하고 부조화한 예배실은 회중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오히려 단순하며, 통 일된 그리고, 친밀한 디자인이 회중들의 진정한 예배를 도와줄 것이다. 예배는 하나님이 자신을 계시하시는 말씀의 ‘선포’와, 인간이 하나님께 자신을 드리는 ‘헌신’ 그리고, 하나님을 위해 다른 사람과 교제하는 ‘나눔’ 등 3가지의 핵심적 요소들로 구성된다. 하나님의 말씀의 ‘선포’는 주로 설교자를 통해 인간의 언어로 전달되는 데, 이때 회중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아 마음으로부터 ‘아멘’으로 화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말씀의 전달은 회중이 단지 그 소리를 듣기 만 하는 것 보다, 설교자를 ‘보고’ ‘들음’으로써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말씀을 설교자의 감정적 표현과 함께 물리적으로 정확하게 회
중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예배실의 ‘시각적 설계’와 ‘음향설계’가 매우 중요하다.
예배실의 시각적 설계는 말씀의 전달만이 아니라, 예배의식 전체의 과정에 회중의 참여도를 높이는 데에도 큰 영향을 준다. 말씀의 전달은 설교자와 회중 사이의 거리나, 위치, 방향 등, 말하는 자와 듣는 자의 상호 공간적 관계와 시각적 관계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즉, 서로 마주보며 듣는 말씀은, 보지 않고 듣기만 하는 경우 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며, 거리가 가까울수록, 그리고 측면 보다는 전면이 말씀의 전달에 훨씬 효과적이다. 따라서 회중이 설교자를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는가, 설교자의 전면으로 길게 정렬하여 있는가, 또는 회중들로부터 설교자의 위치는 전면인가, 측면인가는 심리 적으로 말씀 전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예배실의 공간 형태와 배치방법에 의해 결정된다. 같은 회중 수를 수용하는 경우, 부채꼴 평면은 직사각형의 평면보다 뒷좌석의 회중과 설교자 간 의 거리를 가깝게 한다.
한편, 설교자를 바라보는 회중 의 시선은 설교단과 회중석의 높이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큰 규모의 예배실에서는 설교단의 높이를 높이거나, 회중석의 후반부를 경사지게 함으로써 좋은 시선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강단의 높이가 너무 높으면 강단과 회중석이 분리된 느낌이 강하여, 기독교 예배의 본질적 의미에 맞지 않고, 더욱이 강단 가까이에 위치한 회중들은 설교자를 높이 올려다 보아야하는 불편이 따르게 된다. 반면 회중석 바닥 의 경사를 크게 하면, 경사도에 따라 시선은 점점 더 좋아진다. 그러나 회중석의 후반부가 강단에 비해 너무 높아지면, 예배에 대한 회중들의 참여도가 떨어지고, 예배의식을 바라보는 관객화(觀客化)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예배실의 중층에 위치한 회중석에서 흔히 나타나기 때문에, 회중의 수가 많지 않은 교회의 예배실에서는 중층을 두지 않도록 권하기도 한다. 따라서 강단과 회중석의 높이는 이러한 문제 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또한, 예배실에는 예배에 꼭 필요한 상 징적, 기능적 요소 이외에는, 회중들의 관심을 끄는 어떠한 물체나 장식도 두지 않도록 하고, 외부가 내다 보이지 않도록 창문의 배치를 조절하거나, 절제하는 것이 회중들을 예배에 집중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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