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부동산 전문인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와 나눈 대화중 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이 에이전트의 한인 고객이 최근 한인타운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를 600만달러에 구입했는데 이 아파트는 고객이 지난 94년 차압당해 빼앗겼던 바로 그 아파트였다. 이 고객은 아파트를 지난 91년 250만달러에 매입했는데 92년 폭동과 94년 노스리지 지진 등의 여파로 인한 부동산 경기 폭락, 또 10%를 훨씬 웃도는 살인적인 모기지 이자율을 견디다 못해 결국 은행에 차압당했다. 에이전트에 따르면 ‘고객은 결과적으로 아파트를 잘 관리하지 못해 빼앗긴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으며 이번에는 당시의 시행착오를 경험삼아 그 때의 악몽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대단했다’고 전했다.
반대로 당시의 힘들었던 상황을 견디고 소유한 부동산을 지켜냈던 한인들이 부동산 자산을 토대로 수백만, 수천만 달러대의 자산을 일궈냈던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정확한 통계가 없어 우리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미주 한인사회, 특히 남가주 한인사회는 이 같은 부동산 투자에 힘입어 지난 20년간 천문학적이라고 수식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부를 축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콩글리시의 기적’이라고까지 말한다.
한 한인 은행장은 남가주 한인사회의 경제력 규모가 20년 전에 비해 몇 배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행장이 말하는 ‘경제력’이란 남가주 한인사회의 부동산 자산을 말한다. 한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사업체와 주택, 또 투자와 사업과 연계된 각종 상업용, 산업용 부동산을 망라한다.
실제로 20년 전만 해도 LA 한인타운의 한인소유 상업용 건물은 손으로 셀 정도로 미비했지만 이제는 자투리땅 샤핑몰부터 대형 아파트, 호텔, 콘도까지 보수적으로 잡아도 한인들이 과반수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미주 한인 최대의 상업용 부동산 소유그룹인 제이미슨 프라퍼티스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현재 140개로 이들 부동산의 총 건물 면적은 2,500만스퀘어피트에 달하며 건물과 샤핑몰, 골프장 등 소유한 부동산의 총 시가는 40억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가 설립된 지 14년만에 LA카운티 최대,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몇 안 되는 ‘부동산 왕국’으로 성장한 것이다.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삼성과 현대, LG 같은 기업이 10개는 더 있어야 한다고 흔히 말한다. 미국에서 소수민족에게 경제는 곧 힘이다. 인구가 600여만명에 불과한 유대계 미국인의 영향력은 정치력에 경제력이 뒷받침해 주고 있어 가능하다. 미주 한인사회도 앞으로 제2, 제3의 제이미슨 같은 기업이 탄생해야 한다.
제이미슨 같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주위에는 수천만달러에서 많게는 수억달러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알짜배기 한인 투자자들이 의외로 많다. 본보에 소개된 ‘M&D 프라퍼티스’의 경우 린우드에 100에이커 규모의 초대형 샤핑몰 ‘플라자 멕시코’를 소유하고 있으며 최근 샌버나디노 샤핑몰을 2,860만달러에 매입했다. 이 회사는 또 부에나팍시 한복판의 12.5에이커 부지를 매입해 10억달러 규모의 호텔과 콘도, 샤핑센터로 이뤄진 주상복합단지 공사를 올해 말 착공한다.
앞으로 1~2년간 미국 부동산 경기가 낙관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현 시점에서는 무리하게 확장하기 보다는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90년대의 남가주 부동산 폭락을 경험삼아 그동안 힘들게 구입한 부동산을 지킬 수 있다면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호경기로 바뀔 때 또다시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학교수들이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광풍제월’(光風霽月)을 선정했다. 맑은 날 바람처럼, 비 갠 뒤 달처럼 지난 한 해를 어지럽게 했던 혼란과 의문이 사라지고 올해 무자년에는 다산, 부와 재물의 상징인 쥐처럼 희망찬 새해가 되길 바라는 염원이 담겼다고 한다.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있는 부동산 시장에도 분명 광풍제월이 도래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조환동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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