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환, 전명운 의사가 1908년 3월23일 오전 9시30분경 샌프란시스코 페리항에서 더햄 W. 스티븐스(Durham W. Stevens)를 저격한 의거는 당시 고종황제의 외교 고문을 맡고 있었던 스티븐스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가진 기자회견이 발단이었다.
미국인으로서 일본주재 미 공사관의 참사관으로 동경에서 일하고 있던 스티븐스는 일본정부에 의해 한국으로 파견된다. 그가 고종황제의 외교 고문으로 파견된 때는 1904년 8월로 일본 정부가 한국을 합병하기 바로 전이었다. 친일파였던 스티븐스는 명분상 휴가를 보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건너왔다.
그러나 실상은 일본정부가 한국을 합병하기 전 침략을 정당화하고 미국내 여론을 친일적으로 이끌기 위해 스티븐스를 파견, 여론을 선동하기 위함이 첫째 이유였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스티븐스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사실상 일본정부 아래 보호되고 있으며 한국 사람들은 글도 모를 정도로 미개해 자주적으로 정부를 가질 수 없고 한국 정부가 일삼았던 폭정을 받지 않게 돼 오히려 일본인들을 환영하고 있다고 호도했다. 기자회견 내용이 크로니클지 전면에 크게 보도되자 당시 교포신문, 국민보는 이 내용을 옮겨 보도했다.
기사를 읽은 한인들의 분노는 글로 표현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였다. 토요일자에 보도된 기사를 읽고 분노한 한인들은 다음날인 일요일 상항한인감리교회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토의끝에 4명의 대표가 선출돼 스티븐스를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이들 대표 4명은 이학현, 문양목, 최유섭, 정재관이었다. 페어몬트 호텔에 묵고 있던 스티븐스와 면담하는 데 성공한 대표 4인은 이날도 스티븐스로부터 기자회견과 다름없는 망언을 듣고 격분해 그를 구타하게 된다.
당시는 동양인의 인권이 존중되지 않던 시기여서 백인이 동양인을 죽이더라도 큰 관심을 받지 않던 시기였다. 이런 시기에 이들 대표 4인은 죽음을 무릅쓰고 스티븐스의 만행을 규탄한 것이다.
호텔에서 돌아온 네 명의 대표들은 공립회관으로 돌아와 모여있던 한인들에게 스티븐스의 망언을 들려주고 그를 구타했던 일들을 알렸다. 분개한 한인들 중 전명운(당시 25세, 공립협회원)과 장인환(당시 32세, 대동포국회원)이 나서 스티븐스를 처단하겠다고 자원했다.
스티븐스는 호텔에서 한인들에게 구타당한 뒤 위기의식을 느끼고 일정을 앞당겨 바로 다음날 동부로 출발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페리항으로 나갔다. 당시는 동부로 가기 위해선 페리항에서 오클랜드로 가 동부로 떠나는 기차를 타야했다.
오전 9시10분 샌프란시스코 페리항에 도착한 스티븐스가 자동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전명운이 권총을 뽑아 그를 쐈다. 불발이었다. 전명운은 권총을 거꾸로 쥐고 스티븐스의 얼굴을 가격했다. 곧이어 반격에 나선 스티븐스에 의해 둘은 육박전을 벌이고 있었다. 바로 뒤 장인환이 나타나 세 발을 사격했다. 첫 발은 전명운의 어깨에 맞았으나 나머지 두 발은 스티븐스의 등과 허리에 맞았다. 두 의사는 그 자리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전명운 의사는 법정 증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이 우리 국권을 박탈하고 우리 정부를 위협하며 우리 토지를 륵점하며 우리 백성의 생명을 학살하거늘 저 스티븐스는 우리의 국고 월급을 먹으면서도 도적을 음조하므로 곧 우리나라를 망하게 하는 원수라 나는 그를 포살하려 하였다.”
장인환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금일 내가 스티븐을 쏜 것은 다른 연고가 아니라 일본이 강한 것을 믿고 우리나라를 능욕하며 나의 부모 동생을 다 죽이고 또 스티븐슨이라는 사람이 한국에 나와서 고문관으로 일하는 사람인데 우리나라 녹을 먹으면서 일본을 도와 일하며 또한 한국사람을 마땅히 일본의 보호를 받는 것이 행복이라 하며 한국을 망하게 하는고로 통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총으로 쏘고 나도 그와깉이 죽기를 원하여 한 일이라 내 나라 망하고 내 동족이 다 망한후에 내가 살아남는다면 어찌 두고두고 후한을 더 기다리리오. 그런고로 그를 쏜 터이니 다시 두말할 것 없노라.”
<박승범 기자> sb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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