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가 이렇게 되자 건설부 장관이 일주일에 한 번씩 현장에 왔다. 도로국장은 삼일이 멀다하고 현장에 왔다. 정주영은 단 하루도 현장을 떠날 수가 없었다.
대통령 박정희의 추상같이 호된 질책이 매일같이 장관과 정주영의 면전에 쏟아졌다. 정주영이 달리는 말이었다면, 박정희는 뛰는 말에 박차를 가하는 기수였다. 그래도 경석이 아닌 절암 토사의 터널 공사는 쉽게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보통 시멘트보다 빨리 굳는 시멘트로 공사하는 아이디어를 찾아내서 공사를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보통 시멘트보다 20배나 빨리 굳는 시멘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것을 긴급 공수하여 터널 공사를 완료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공사인 경부고속도로는 이렇게 해서 착공 290일 만에 개통되었다. 박정희와 정주영과 한국 국민의 쾌거였다. 멀다던 부산과 서울을 하루만에 오고 가는 시대가 개막되었다.
구름도 쉬어 간다는 추풍령도 단숨에 넘을 수 있게 되었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자 서울과 부산, 그리고 그 주변 도시들은 모두 일일 생활권으로 편입되었다. 한국인의 손으로, 한국인의 기술로 건설한 고속도로였다.
사실 경부고속도로는 너무 급하게 서두른 공사여서 부실 투성이였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지만 건설한 지 30년 남짓한 현재까지 건설 비용의 몇 배에 해당하는 보수공사 비용이 들어갔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문제 없는 성공은 없다. 경부고속도로가 문제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때 그 공사는 꼭 했어야 할 공사였다.
정 회장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그때의 일을 이렇게 회고했다.
“우리 경부고속도로는 일본의 동명선보다 늦게 시작해 일찍 끝났습니다. 물론 보상비도 일본이 비싸고 두껍게 시공한 이유도 있겠지만 박 대통령의 뜻은 우선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통행료를 받아가며 보수하는 것이 차관 금리보다 싸다는 계산이었죠. 개인이나 국가나 그 사정에 맞게 살림을 펼치는 것이 꼭 필요하지 않습니까. 박 대통령의 그 치밀함은 말할 수가 없습니다. 밤 10시에도 부르셔서는 1억을 들여 건설한 외국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그리면서 이렇게 하면 7,000~8,000이면 안될까 하고 설계하는 분이셨습니다. 경부고속도로는 박 대통령이 구상자이고 설계자이며 또한 실현되도록 독려하는 감독자였습니다.”
그런 정 회장이 부하 직원이나 자식들에게 자주 했던 말이 ‘이봐, 해봤어?’였다고 한다. ‘하면 된다’ 정신 비슷한 투지와 추진력을 상징하는 말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살건 낯선 이국땅에서 살건 한국인이라면 참고해 볼 만한 말이 아닌가 싶다.
정 회장은 도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태도를 가장 싫어했다.
70년대 초 절박했던 에너지 파동하에서는 중동 건설 붐을 이끌어 외환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했으며, 모두가 회의적이었던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박 대통령과 함께 관철해냈고, 거의 무에 가까운 기반으로부터 조선 등 중화학공업의 발전을 주도했다. 더구나 강대국의 압력을 뿌리치고 독자적인 자동차사업 구축에 성공한 것은 “이봐, 해봤어?”라는 그의 저돌적인 추진력에 의한 결실이었다.
정주영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일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이다. 가능성에 대한 의심, 중도에서의 좌절, 독약과도 같은 부정적인 회의만 없다면 누구든지 무슨 일이든 뜻을 이룰 수 있다. 어려운 일에 부딪혀도 곰곰 생각해 보면 배고픈 빈대가 천장으로 기어 올라가 사람의 배 위에 떨어져 욕망을 해결하는 식으로 길이 나온다.”
나도 교육을 하거나 면접을 할 때 매사를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과는 놀지도, 얘기하지도 말라고 충고한다. 소극적인 사고방식은 전염병보다 더 무섭다.
실패하는 에이전트나 사무실을 옮기는 직원들을 보면 대개가 같이 일하고 말하는 동료가 네가티브이거나 애시당초 성공하기를 포기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박정희 전대통령의 ‘하면 된다’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이봐, 해봤어?’는 나의 한 평생을 지배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사무실 정면에는 창업할때부터 ‘하면 된다’라고 적힌 액자를 붙여 놓고 있다.
사정을 모르는 손님들은 내가 해병대를 제대했기 때문에 그런 구호가 적힌 액자를 붙여 놓은 것이라고 해석하는데 그것이 아니다. ‘하면 된다’는 생각은 해병대에도 해당되지만 세일즈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하고 값진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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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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