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시장 주택 트레이딩 유의점
좋은 동네 집값 상대적으로 덜 내려
한국에서 집은 재테크의 중심. 대부분 직장인들은 전세에서 작은 집, 작은 집에서 이사를 몇 번 하며 덩치를 키우면서 재산을 늘려나간다. 주택을 이용한 재산 증식은 미국에서도 주택 경기가 달아오를 때는 잘 통했다. 2000년 이후 주택 붐 시절 집이야말로 재산을 가장 많이 불려준 복덩이였다.
한국과 비교해 주택 공급이 한정적이지 않고 따라서 가격도 훨씬 안정적인 미국에서도 주택은 경기가 뜰 때는 재산증식을 위한 훌륭한 지렛대가 되었다. 지금은 어떨까? 앉아서 엄청난 부의 증가를 맛보았던 때를 잊을 수 없는 홈 오너들은 주택 시장이 얼어붙은 지금도 기회를 엿본다.
큰 집이 대개 가격 하락폭 더 커… 이론상으론 가능
지역마다 집값 사정 다르고 대출여부도 사전 파악 필수
먼저 살던 집을 판 다음 사야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집값이 크게 떨어진 지금이야말로 좀 더 큰 집으로 옮겨 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평소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옮기고 싶다는 꿈을 가졌던 홈 오너라면 당연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약세 시장을 좋아할 홈 오너는 거의 없겠지만 큰 집이나 더 좋은 동네로 이사갈 궁리를 해왔던 홈 오너라면 주택시장의 약세가 좋은 기회임이 분명하다.
주택 시장이 하락해 집값이 크게 떨어졌지만 작은 집을 싸게 팔고 그 대신 큰 집을 더 싸게 산다면 다른 때 거래를 성사시키는 경우 보다 이익이 더 크다. 예를 들어 지난 한 해 동안 지역 주택 가격이 10% 떨어졌다면 지난해 60만달러이던 집값은 지금은 54만달러밖에 안 된다. 하지만 다른 지역도 같은 비율로 하락했다고 가정한다면 예를 들어 150만달러였던 집은 지금 135만달러, 또는 그 아래로 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작은 집에서 6만달러 손해를 보고, 새로 매입할 집에서 15만달러 이익을 보니 전체로 보면 일 년 전에 매입했을 경우 보다 9만 달러 더 싸게 큰 집으로 옮길 수 있다. 지금과 같은 하락장에서 싸게 팔고 싸게 매입하는 편이 가격이 뛰던 시절 고가에 팔고 고가에 매입하는 편보다 더 나은 전략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종이 위의 계산상으로는 확실히 그렇다. 그러나 이런 구상을 실행시킬 때는 몇 가지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는 좀 다르다.
첫째 주택 가격 하락의 폭이 동네마다 그리고 집의 가격대에 따라 다르다는 점. 서브 프라임 사태가 기폭제가 됐던 이번 주택경기 하락에서 서브프라임 융자가 이뤄졌던 저가격대의 집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동네가 좋고 집값도 비싼 큰 집들은 가격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거주 지역에 따라 주택 가격이 10% 이상 떨어진 곳이 많았는데 특히 낮은 가격대의 새로 개발된 지역의 집값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차압이 쏟아지고 매물 재고가 많이 쌓이는 지역이 바로 이런 저가격대의 지역이다.
만약 이런 동네의 저가 주택 소유자로서 좋은 동네 고가 주택으로 옮기고 싶은 경우라면 지금은 때가 아니다. 큰 집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덜 빠졌기 때문에 올해 이사를 간다면 다른 때보다 더 비싼 값을 치르는 셈이 될 것이다.
둘째 점보 론도 변수다.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모기지 융자는 한층 어려워졌다. 특히 41만7천달러를 넘는 점보 론은 이자율도 일반 론보다 더 높고 융자기준도 더 까다롭다.
셋째 먼저 팔고 사야 한다는 점도 관건이다. 더 큰 집으로 바꿔야 할 경우 예전에는 먼저 새 집을 사고 현재의 집을 파는 경우가 인기가 있었지만 요즘은 이렇게 해서는 곤란하다. 자칫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보다 신중하려면 먼저 팔고 사는 편을 택해야 한다. 매입을 위한 융자가 까다로워졌기도 하거니와 얼마에 팔릴지, 그리고 파는데 얼마나 오래 걸릴지 요즘 같은 시장에서는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새 집은 이미 매입했는데 현재의 집이 팔리지 않고 애를 먹인다면 그 고통은 집을 먼저 팔고 잠시 렌트로 사는 불편함과는 비교가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시장에서는 매입하기 좋은 물건들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굳이 먼저 살 필요가 없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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