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이오와 코커스의 날이 밝았다. 지난 한해 아이오와 주는 과거 어느 대선 때보다 뜨겁고 분주했다. 미 정계의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와 돈이 이곳에 쏟아 부어졌다. 양당 후보들이 아이오와에서 지낸 시간은 통산 18개월을 넘어섰고 뿌려진 돈도 수천만 달러에 달했다. 선두주자들의 경우 한 표를 얻기 위해 많게는 400달러를 쓴 셈이다.
그런데도(혹은 그 때문인지) 판세는 코커스 전야인 2일 밤까지도 예측이 불가능한 박빙의 접전이다. 한마디로 ‘시계(視界) 제로’의 상황이다. 가장 확실한 판세 읽기는 ‘불확실하다’라는 말장난 분석이 공감을 얻을 정도다.
1972년부터 대선의 첫 경선지가 된 아이오와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76년이었다. “Jimmy Who?”와 함께 하루아침에 스타로 떠올랐다. 이름도 낯 선 지미 카터가 아이오와 민주당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하자 너도나도 물었다 - “지미, 누구라고?” 이 유행어와 함께 카터가 백악관 입성에 성공하면서 아이오와는 미 대선의 풍향계로서 명성을 얻었냈다.
그 후 30여년 풍향계의 성능은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 대한 전국의 관심도 늘었다 줄었다를 적절히 오갔다. 그런데 2008년 대선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과열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사실 금년 대선은 현직 정·부통령 아무도 출마하지 않아 전체 선거 자체가 치열하기는 하다. 처음엔 양당 선두주자가 정해진 듯 불거졌던 ‘아무개 대세론’이 캠페인 중반에 접어들며 박빙의 혼전으로 변해가고 군소후보에 불과했던 다크호스가 지지율 1위로 뛰어오르기도 하니 뜨거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아이오와 코커스에 대한 관심과 비중은 지나칠 뿐 아니라 극히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구가 미 전체의 1%에 불과한 조그만 주에서 그나마 주 유권자의 겨우 6%만이 참가하는 ‘이상한 시대착오적인’ 방식의 코커스가 마치 미 대통령 당선의 결정여부를 쥐고 있는 듯 몰아가는 ‘아이오와 거품 만들기’ 세태에 대한 비판이다. 정계에 대한 제도개혁 요구와 함께 과열경쟁에 허우적대는 미디어에 대한 자성도 지적되고 있다.
코커스는 동네파티와 비슷하다. 교회나 학교, 마을회관, 때로는 어느 집 리빙룸에서 열리기도 한다. 퇴근한 후 저녁 때 이웃사람들과 함께 가서 이라크전과 에탄올, 소셜시큐리티 등 이런저런 이슈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후보에 관해서도 토의한다. 공화당 코커스에선 흰 종이에 지지후보의 이름을 써서 투표함에 넣으면 끝난다. 시간도 짧고 비밀투표라 비교적 간단하다.
문제는 민주당 코커스다. 스낵을 먹으며 토의가 끝나면 지지후보 별로 회의장 이쪽저쪽 코너로 모여야 하고 참석자의 15%이상의 지지를 못받은 후보그룹은 다른 후보그룹과 통폐합하여 15% 이상을 만들어야 한다. 서너시간은 족히 걸리는 공개투표일 뿐 아니라 복잡하기 그지없다. 바로 어제까지 각 진영의 자원봉사자들이 열심히 교육은 시켰는데 효과는 글쎄다 - “꼭 저녁 7시전에 도착해야합니다. 클린턴 코너에 서세요. 숫자 확인할 때 절대 화장실에 가면 안됩니다…”
왜 유권자의 90% 이상이 외면할까. “내가 바보 되려고 거기 갑니까, 더구나 3일 저녁이면 오렌지보울 게임도 봐야하는데” 평생 한번도 코커스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50대 남성의 말이다.
선두주자들의 승패여부는 바로 이같은 유권자들을 추운 겨울밤 얼마나 많이 불러낼 수 있는가에 달렸다. 힐러리는 교통편을 위해 5,000명의 운전자를 대기시켰고, 오바마는 베이비시터 제공을 약속하는 등 갖가지 전략들이 동원됐지만 참가율 증가의 가장 큰 무기는 뉴페이스 후보들의 매력과 호소력이다.
오바마와 허커비가 자신들의 ‘참신한 매력’으로 유권자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면 아이오와의 거품도 한순간 아이오와의 마법으로 바뀔 수 있다. 아직은 막연한 ‘이미지’로 느껴지는 오바마를 실체를 가진 변화의 기수로 만들 수도 있고 반짝스타 허커비를 전국적으로 지지받는 돌풍스타의 자리에 올려놓을 수도 있다.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엔 선두주자들의 향후 입지만 달린 것이 아니다. 미 대선정치 1번지로서 아이오와의 운명도 어느 정도 달려있다. 오늘 코커스의 결과가 새 바람을 일으키고 그 바람이 백악관까지 이어진다면 아무리 비판이 거세도 첫 경선지에서 아이오와를 밀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엄청난 ‘투자’와 미디어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대선 가도에 이렇다 할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다음 대선 2012년은 아이오와 거품이 꺼지는 해로 기록될 지도 모른다. 이미 첫 경선을 각 주에서 순번제로 치르자는 법안이 연방의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박 록
주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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