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경선의 초반 판세를 가늠할 아이오와 코커스의 날이 밝았다. 예년에 비해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대세를 결정지을 수퍼화요일(2월5일) 일정이 모두 앞당겨져 경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가 차지하는 비중과 관심은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공화, 민주 양당 모두 막판까지 승자를 쉽게 예단하기 힘든 극도의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번 승자가 향후 경선과정에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하고 선거운동에 탄력을 받을 공산이 높아졌다.
3일 실시될 아이오와 코커스의 묘미를 음미할 수 있는 6대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 투표율이 최대 변수 = 과거와 마찬가지로 당원들의 아이오와 코커스 참석률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당원들의 참석률이 높을 수록 노년층에 인기가 높은 후보가 유리하고, 낮을 수록 젊은층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불리해질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한국처럼 미국도 젊은층은 통상적으로 노년층에 비해 투표 참석률이 낮다. 만약 선거 당일 일기가 불순하거나 악천후일 경우 투표율이 아주 낮아진다. 물론 투표는 투표용지를 작성해 상자에 넣는 비밀투표가 아니라, 유권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따라 그룹을 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현재 주도인 디모인을 비롯한 아이오와주 일대는 영하 10도 안팎을 맴도는 강추위와 살을 에는듯한 칼바람에다 눈까지 내려 코커스 참석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 선거 당일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의원, 공화당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와 존 매케인 의원이 유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여성.흑인.무당파 표심 =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층이 두터운 여성과 버락 오바마의 지지기반인 흑인 젊은 남성층이 얼마나 코커스에 참여하느냐도 큰 변수다. 또한 무당파들의 움직임도 관전 포인트다.
유권자들은 원칙적으로 자신이 거주하는 선거구와 정당에 등록한 사람에 한하지만 행사 당일 현장에서도 원하는 정당의 당원으로 등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는 첫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무당파 여성들의 참석률을 높일 것으로, 오바마는 ‘변화’를 갈구하는 젊은층의 참석률이 당락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여론조사 적중률 =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은 힐러리, 오바마가 오차범위 내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고, 존 에드워즈 의원이 맹추격을 벌이는 형국으로 나오고 있다.
CNN은 2일 오피니언 리서치와 공동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힐러리와 오바마가 오차범위 내 대접전을 벌이고 있고, 공화당은 허커비와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그비와 라스무센, 디모인 유력지인 디모인 레지스터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막판까지 예측불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사 결과와 실제 선거 결과가 일치할 지는 의문이다. 일반 유권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당원들만 참여하는 코커스의 성격상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코커스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아이오와 코커스때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차지, 당시 승리가 점쳐졌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를 3위로 밀어낸 것이 단적인 예다.
케리는 2004년 1월 아이오와 코커스 직전 갤럽조사 지지율이 9%에 불과했으나 다음달 초엔 52%로 수직 상승했듯 여론조사는 민주,공화 양당 대선 후보 판세를 예측하는 절대적 기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힐러리 대세론 여부 = 여론조사는 힐러리 의원이 경쟁자인 오바마 의원과 오차범위 내 경합을 벌이고 있고, 존 에드워즈 의원의 추격도 만만치 않아 승리를 예단키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힐러리가 3일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하면 8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 대세론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오바마 의원이나 에드워즈 전 의원이 승리하면 경선 판도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오히려 ‘오바마 대세론’이나 ‘에드워즈 대세론’에 불을 지피는 분위기가 조성될 개연성이 있다.
▲ 공화당 1위는 누구 = 전국단위 여론지지도와 아이오와 지지도가 괴리가 커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 승자가 누구인지에 큰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 현재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허커비와 롬니 중 어느 한 사람이 승리하고 이어 뉴햄프셔에서도 연승하면 거센 바람이 불 수 있다.
특히 핵심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허커비는 돌풍에서 태풍으로 변모될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 줄리아니와 매케인 성적표 = 전국지지도 1위인 줄리아니는 애초부터 아이오와 코커스에 별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선거 막판까지도 아이오와는 거의 방문하지 않았다.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아예 이 곳은 포기하고 사우스 캐롤라이나 등 남부지역과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대의원 수가 많은 지역에 공을 들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초반에 좀 불리하더라도 중반부터 ‘슈퍼 화요일’을 계기로 탄력을 붙여 종반 대역전극을 벌인다는 계산인 셈이다. 존 매케인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이오와보다는 뉴햄프셔에 승부를 걸고 있다. 지난 2000년 대선 때 조지 부시 현 대통령에게 아이오와에선 패배했지만 뉴햄프셔에선 승리한 적이 있는데다, 이곳에 무당파들이 많아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그러나 이 같은 선거전략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회복 가능한 성적표를 받아야 가능할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3위권을 벗어나는 초라한 성적표를 얻을 경우 대선운동 전반에 탄력을 상실, 다른 선두주자에게 주도권을 넘겨줄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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