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주택시장에 있어서 최악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주택시장이 ‘붕괴(Crash)’가 아닌 일정한 조정기를 거치게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는 이미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엎친데덮친 격으로 모기지경색(Mortgage Crunch)사태까지 발생하여 향후 주택시장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향후 주택시장의 향방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08년은 주택시장에 있어 더욱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의 측면에서 볼 때 무엇보다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택재고이다. 지난 10월말 현재 주택재고는 총 445만 채이다. 이는 지난 22년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늘어난 상태로써 주택재고가 처분되기까지 소요기간은 무려 11개월에 달하고 있다고 하니 주택재고의 문제가 일정부분 해결되지 않는 한 주택시장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신규주택물량이 계속하여 과다하게 공급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주택 붐이 한창이던 1-2년 전에서 신축되기 시작하였던 주택이나 아파트들이 최근 완공되어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 시작하였고 이와 더불어 투자용으로 구매하였던 주택이나 아파트들이 최근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주택재고의 증가에 일조를 하고 있다.
주택공급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또 다른 변수는 다름 아닌 ‘주택압류’다. 모기지뱅커협회(MBA)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중 총 모기지중 1.69%에 해당하는 모기지에 대하여 주택압류가 착수된 상태라고 하며 내년에는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라 한다. 주택수요의 측면에서 볼 때 수요가 좀체 반등되지 않는 이유는 이른바 모멘텀(Momentum)자체가 실종되었기 때문. 부동산의 경우 실제의 가치(Value)보다는 모멘텀에 따라 움직이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주택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나 기대에 의하여 구매수요가 현저하게 줄어들게 되었고 이에 따라 시장의 역동성 자체가 실종된 것이다.
주택구매와 모기지 융자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주택구매란 실제적인 측면에서 주택을 구매한다기 보다는 모기지를 구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이러한 측면에서 향후 주택수요에 있어 무엇보다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변수는 모기지 융자일 것이다. 한동안 전대미문의 주택열풍이 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낮은 이자율과 함께 아주 손쉽게 주택융자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주택을 구매하기 위한 여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변동이자모기지, 페이옵션모기지(Option ARM)나 인터레스트온리(Interest Only) 모기지를 통하여 해결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책은 일시적인 처방에 불과하며 시간
이 경과함에 따라 결국 주택감당능력(Affordability)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아울러 모기지 융자가 더욱 까다로워지면서 종전과 같이 손쉽게 모기지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융자비용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무리한 주택구매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매매 감소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지역들은 주로 변동이자모기지가 주(主)를 이루고 있는 곳이라 한다. 이들 지역의 경우 변동모기지에 의존하여 주택을 구매하였으나 이자율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재 융자도 어렵게 되었고 주택을 팔고자 하여도 당초의 매입가
격 수준으로는 가격조정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이 얼어붙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상기의 사항들을 고려할 때 2008년 주택시장의 향방은 결국 주택가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추세를 본다면 부동산 가격은 소득상승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하여 왔다.
지난 1980년말의 경우처럼 만일 부동산가격이 소득 상승율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경우 이후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면서 소득상승율과 균형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최근 주택 붐(2000-2006)은 매우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데 소득상승은 지지부진한 반면 주택가격은 무려 2배나 뛰어 올랐다.
이는 주택시장이 극심한 슬럼프에서 빠져 나오려면 주택가격이 경제상황에 낮게 하락하던지 아니면 이에 따른 간극을 메꾸기 위하여 값싼 모기지 융자가 가능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모기지융자가 더 이상 감당여력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 주택가격이 적정수준으로 하락하지 않을 경우 주택시장의 침체가 해소되기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사실 주택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토록 나쁜 것이라 일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주택에 관련된 자산가치(Equity)가 줄어든 결과를 초래하지만 가치의 현실화는 매각을 통하여 실현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다. 새로운 주택으로 이사 할 계획이 없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유사한 지역에 비슷한 규모의 주택으로 옮기려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 주택시장은 ‘손해를 보기 싫어하는 인간의 본성(Loss Aversion)’이 지배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즉 주택을 팔려는 사람들이나 사려는 사람들 모두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경우에 따라서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손해를 감수할 것으로 요구하는 제로섬의 게임이 불가피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긴장관계는 주택시장으로 하여금 어둡고 긴 터널에서 좀체 빠져나올 수 없도록 만들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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