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법적으로 빈틈없이
분쟁이 혹 생기더라도 법적으로 철저하게
뜻있는 인사들 한인변호사는 안된다는 패배적 고정관념 깼다 평가
(고려촌 옛날짜장에서는) 막강한 백인 변호사를 썼다던데…거기다 한인 변호사까지 해서 2명이나 썼다던데…
(원조 옛날짜장쪽은) 송희범인가 하는 새파란 한인 변호사 한 명이 맡는다던데…아무래도 게임이 안될텐데…
2005년 가을, 소위 옛날짜장 소송이 표면화됐을 때, 속사정을 좀 아는 이들은 변호사 문제를 갖고도 화제에 올리곤 했다. 젊은 한인 변호사 한명이 규모있는 로펌의 유명 백인변호사가 낀 2인변호인단을 상대로 법정공방을 벌여 이길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고려촌 옛날짜장(대표 김형웅)측 백인변호사는 캘리포니아 변호사협회 기관지에 의해 캘리포니아 100대 변호사로 선정될 정도로 능력(승소율 등)이 검증된 변호사였다.
이에 반해 원조 옛날짜장(대표 이훈상)측 송희범(영어이름 브라이언, 사진) 변호사는 30대 중반의 1.5세 한인이었으니, 안 그래도 큰 사건은 백인변호사에게 맡기지 않으면 승소하기 어렵다거나 한인 변호사들은 법정에서 입벙긋도 제대로 못한다더라는 등 말들이 정설처럼 떠도는 한인사회에서 양측 변호사만 보고 지레 패배를 예감하는 쑤군거림이 있었던 건 어쩌면 당연했다.
당시 분위기에 비춰 드물게 원조 옛날짜장측에 동정적인 인사들 가운데 백인변호사를 내세우라고 훈수를 두는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한때 교체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원조 옛날짜장은 원조 변호사와 2년이 넘는 소송 풀코스(전과정)을 완주했다. 그리고 승리했다. 때문에 2년여 전 ‘변호사 문제’로 말을 거들었던 모씨는 이번 확정판결 1보(본보 21일자 A1면)와 이 소송 관련 <추적> 시리즈 첫회분(본보 24일자 A4면)이 나간 뒤, 상대가 상대인데 (송희범 변호사는) 한인이고 나이까지 젊어서 뭐 힘이나 쓰겠냐 싶어서 안될 줄 알았다며 괜히 한인 변호사는 약하다고 생각하고 뭔 일이 생기면 웃돈 줘가면서 백인이다 유태인이다,
딴동네 변호사를 찾아다니는 풍토, 이런 걸 우선 나부터 바꿔야겠다고 말했다. 소송초기 원조 옛날짜장측 ‘배후의 큰손’이라는 등 오해를 받기도 했던 인사는 (한인 변호사가) 약하면 더 밀어줘서 클 수 있게 해줘야지, 자꾸 약하다 약하다 하면서 우리가 외면하면 어느 세월에 진짜 실력있는 변호사가 나오겠냐며 이 집이 이겼다 저 집이 이겼다 이걸 떠나서 짱짱한 한인 변호사 한명 건졌다, 그 점에서도 (옛날짜장 소송은) 의미있는 소송이라고 강조했다.
정작 송희범 변호사는 인터뷰 요청에 적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24일 낮 늦은 점심을 함께하며 다소 어눌한 말투로 차근차근 질문에 답한 그는 사진을 찍을라치면 금방 얼굴이 굳어져 몇번이나 다시 찍게 만들면서도 이 소송에서 얻어야 할 교훈에 대해 짚었다.
상거래를 공정하게 적법하게 해야 돼요. 한인들 사이라고 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어거지로 갖다붙이고 이러면 안됩니다. 결국에는 비즈니스도 활성화가 안돼요. 처음부터 공정하게 잘 협의하고, 분란이 있어도 제대로 법적으로 잘 처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커뮤니티도 커집니다.
송 변호사는 한인들 사이에 이면계약서를 걸 자주 쓰는데 이것도 이면계약서라고 대충 하지 말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제대로 작성해야 한다며 (옛날짜장 소송) 판결이유서에도 그 계약서(공식 매매계약서와 별도로 ABC 명의이전용으로 작성된 일종의 이면계약서)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자주 나오잖아요라고 덧붙였다.
상법과 회사법 전문변호사인 그는 또 유태인 상권이 그렇게 커진 것은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 상법을 잘 아는 변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자주 도움을 받아가면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혹시 분쟁이 일어나면 법적으로 깔끔하게 처리하는 관행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변호사 잘 활용하기’를 통한 ‘법대로 바로하기’의 중요성에 거듭 방점을 찍었다.
1969년 경기도 파주 태생으로 고3때(1986년) 미국으로 이민을 온 송 변호사는 UC버클리 학부를 졸업하고 메릴랜드주립대 법대와 NYU 법대에서 수학했다. 그는 1997년 변호사 시험 합격한 뒤 상법 등 전문 대형로펌에 근무하다 2002년 산타클라라에 개인사무실을 내고 개업했다.
옛날짜장 소송과는 별개로 그는 한국의 F상사(수출업체)가 물품인도계약상 분쟁으로 미국의 P상사(수입업체)로부터 약 100만달러 손해보상 소송을 당한 사건에서 F상사측 단독변호인으로 나서 P상사측을 대리한 초대형로펌 필스버리 윈트롭(Philsbury Winthrop)과의 치열한 법정공방끝에 최근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한미FTA협상이 마무리돼 양국 국회의 비준을 남겨놓고 있는 등 한미교역이 국내거래와 거의 동등해질 상황에 비춰 이 소송은 계약문화에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한국업자(및 업체)들에 매우 시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서는 F상사측에 대한 보강취재 등을 마치는 대로 기사화할 예정이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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