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거짓말에 관한 진실 밝혀지다

“옛날짜장 분쟁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내일도 모레도 끝나기는커녕 되레 커질 판이다. 세인들 평가를 빗대어 한마디라도 까딱 잘못 옮겼다간 누구 편이냐는 의심을 받기에 딱 좋을 정도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러므로 세인들 평가는 가급적 유보하고 양측의 주장을 중심으로 옛날짜장 분쟁의 어제와 오늘을 짚어본다.

2005년 11월 중순, 한국일보 경제섹션 1면과 2면에 걸쳐 기자가 쓴 법과 상도덕 그리고 옛날짜장-식지 않는 옛날짜장 분쟁을 뜯어보니… 제하의 기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럴 필요까지 있으랴 싶을 정도로 유별나게 조심스런 시동을 건 이유가 있었다.

누군가 퍼뜨린 악의적 소문들 때문이었다. 원조 옛날짜장(대표 이훈상)이 광고주라서, 오미자씨가 원조 옛날짜장 투자자라서 한국일보가 그쪽 편을 든다는 등등. 기자 개인에 대한 음해성 험담도 많았다. 하나같이 해명이 필요없는 억지투성이였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익명성 뒤에 숨어 활동하는 어느 네티즌의 일갈처럼 기자가 중립을 가장해 원조 옛날짜장을 편들었다면, <긴급진단-무너져가고 있는 상도덕> 시리즈를 통해 원조 옛날짜장측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상도덕 유린자로 난도질하면서 철저하게 고려촌 옛날짜장(대표 김형웅) 편들기를 한 00일보 000 기자가 그 시리즈를 쓰기 보름쯤 전인 2005년 10월12일 오후 오클랜드 사이버 카페에서 (결국 2년여 소송을 통해 거의 다 거짓말로 드러났지만) 김형웅씨의 말을 받아적으면서 기자를 향해 슬쩍 내뱉은 말이 걸작이었다.

한국일보가 이거 쓸 수 있어요? (원조 옛날짜장) 뒤에 오미자씨가 있는데?

역시 대꾸할 가치조차 없었다. 대신 기자는 그 얼마 뒤 야구를 잘하는 00일보 다른 기자에게 이런 얘기를 했었다.

000이가 윌리엄 잡으려다 유대진 잡더니 또 장도를 휘두르네. 내가 취재한 걸로는 이참에도 헛다리짚는 것 같은데. 야구도 그러잖아. 리액션 플레이(reaction play, 무게중심을 치우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대처하는 플레이)를 해야지, 코스나 구질을 노리고 미리 힘주고 (타석에) 들어간다고 다 홈런 되나, 헛스윙만 많지. 그런 기사를 그렇게 예단을 갖고 쓰면 꼭 뒤탈이 나더라고.

(윌리엄 김 당시 SF체육회장과 유대진 당시 SF한인상의 회장 얘기를 한 까닭은 이렇다. 그로부터 한달여 전인 2005년 9월6일 오클랜드 리스BBQ에서 체육회 이사회가 열렸다.

000 기자는 윌리엄 김 회장에게 (미주체전 유치계획서 후반부에 첨부된 언론보도란에) 왜 한국일보 기사는 많고 00일보 기사는 적냐는 등 시비(김 회장과 민선기 당시 사무총장의 증언)를 건 뒤 필라체전후원금 미수금에 대한 김 회장의 발언을 물고늘어져 9월8일자에서 2면탑으로 윌리엄 김 맹공기사를 썼다.

이를 받아 기자는 미수금현황을 공개하며 ‘한인단체로는 최초로’ 기자회견을 통해 3,000달러 후원을 약속했던 SF상의가 필라체전 종료뒤 40여일이 지나도록 ‘한인단체로는 유일하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먼저 시동을 건 00일보는 정작 약속위반 주인공이 드러나자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옛날짜장 소송쌍방의 입장을 들어보자. 새로 쓸 것 없이 법과 상도덕 그리고 옛날짜장 기사에서 관련부분(◆양측 입장)을 그대로 인용한다.

▶이씨측 : 옛날짜장이란 이름의 주인은 나다. 오클랜드점 매입때부터 옛날짜장 프랜차이즈화 계획을 알고 있었던 김씨가 프랜차이즈 가입도 거부하고 옛날짜장 상호변경도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상도덕 위반이다. 게다가 같은 이름으로 헤이워드점을 오픈한 것은 그 극치다.

오클랜드점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허락없이 동종식당을 내지 않기로 한 계약 위반이다. 김씨는 또 ABC 라이센스 이전용 이외에는 쓰지 않기로 약속한 2차계약서(김씨에게 다소 유리하게 작성됨)를 법원에 제출해 공정한 판결을 방해했다. 온갖 비난을 감수하며 내가 오클랜드점 맞은편에 옛날짜장을 개업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자구책이었다.

▶김씨측 : 나는 처음 계약을 할 때부터 프랜차이즈계약을 거부했다. 그런데 올해 와서 또 그것으로 가입을 종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매매계약이므로 상호까지 구입한 것이다. 이씨측은 5년동안 알라메다 및 콘트라코스타 카운티지역에서 동종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2차)계약서에 규정돼 있다.

법원에서도 판결(오클랜드 고려촌 옛날짜장 맞은편에 오픈한 이씨측의 옛날짜장에 대한 폐쇄명령)이 났는데도 이씨측이 왜 그렇게 물고늘어지는지 모르겠다. 법원에서는 1차 계약서(이씨측이 합법성을 인정하는 오리지널 계약서)와 2차 계약서(주류판매 라이센스를 이전할 때 김씨 주도로 일부 조항을 바꿨다는 계약서)를 둘 다 묶어서 보는 게 맞다고 했다.

둘 중 한명은 거짓말을 했다. 그 거짓말에 관한 진실은 2년여만에 법원의 확정판결로 밝혀졌다. 이미 보도한 대로 법원은 이씨측, 즉 원조 옛날짜장의 손을 들어줬다. 게다가 법원은 상표(상호) 소유권만 정리한 게 아니다. 피고(김형웅씨)측에 상호(상표) 반환 이후에도 고려촌 옛날짜장 매매 당시의 동종메뉴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아예 한국형 중국식당을 하지 못하도록 못박은 것이나 다름없이 들리는, 승소한 원고(이훈상씨)측마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로 준열하기 짝이 없는 판결이다.

2005년 가을, 고려촌 옛날짜장측이 낸 원조 옛날짜장에 대한 영업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는 등 한동안 김형웅씨측에 기우는 듯했던 법원이 2년여 심리끝에 이달 14일 이훈상씨측에 승리를 안겨주는 확정판결을 내린 까닭은 자명하다. 거짓말에 관한 진실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것을 가려낸 결정적 지렛대는 법과 상도덕 그리고 옛날짜장 기사에서 수차 언급된 ABC 명의이전용 2차계약서(2002년 5월28일 사인)다. 법적으로 효력을 가진 공식계약서는 그 이전 2002년 5월13일 체결한 것이었다. 그런데 김씨측은 효력없는 그 계약서를 무기로 소송초기 일부 유리한 판결을 얻어냈다.

이씨측은 그 계약서의 효력없음을 입증해 최종승리를 거뒀다. 이씨측의 주장과 증거제시와는 별개로, 이 소송을 맡은 마샬 휘틀리 판사는 김씨측이 제시한 2차계약서가 계약서로서의 완결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번 확정판결 주문에 첨부한 판결이유서를 통해 이 부분을 매우 상세하게 지적했다.

다음에 이어지는 이 시리즈 마지막회는 옛날짜장 분쟁을 시간대별로 정리하면서 한인들끼리의 거래에서 설마 무슨 일이 있으랴 싶어 상대를 믿고 무심히 사인을 했다가 빠지기 쉬운 이런 함정에 주목할 예정이다. <계속>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