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시간도 없이 바쁘지만…모든 것 감사하며 일하고 또 일하고”
지구촌 누비다 ‘제2고향’ 북가주에 양진석 WTF 사무총장
“(장)남원(전 중앙일보 기자)이 있잖아, 그 친구가 전화를 해서 ‘형, 여기 온지 언젠데 그래 동생 얼굴도 한번 안보고 싶어요?’ 이러더라고.
그래 ‘야야, 나 죽을 시간도 없다야’ 이러고는 나중에 보자고 끊었지. 아 거 정말 바빴어요. 여기 오니까 집사람이 ‘흰머리 많이 늘었네’ 그러더라니까, 원래 거의 없었는데.”
코테마데라 시장을 두 차례 지낸 것을 포함해 재선 시의원으로 재임하다 올해 2월 세계태권도계의 부름을 받아 가족을 남겨두고 서울로 날아간 양진석 세계태권도연맹(WTF) 사무총장은 13일 밤 늦게 자신의 정치적 성장배경인 코테마데라시의 한 카페에서 기자를 만나자 “2월13일날 서울로 갔으니까 오늘이 꼭 10개월 된 날이네”라며 기자의 선배 얘기로 “죽을 시간도 없이” 바빴던 열달의 실마리를 풀었다.
열달은 태아가 세상빛을 보기까지 걸리는 산고의 기간, 양 총장의 서울살이 열달도 난파위기에 놓였던 WTF 환골탈태를 위한 제2 산고의 기간이었다.
“가니까 글쎄 뭐 미국에서 42년동안 살았는데 국내사정을 잘 알겠느냐, 태권도행정을 아십니까, 이러고, 몇사람 좀 바꿨더니 경희대(양 총장은 경희대 출신이다)가 말아먹으려고 그러냐, 이러고, 태권도는 우리 대한민국이 만들어 세계에 선사한 하나의 문화유산인데, 그러니까 세계의 태권도인데, 아직도 국내태권도인들이 세계태권도연맹을 이렇게 저렇게 하려고 하고 말이지…”
계파적 시각에 사로잡혀 양 총장의 인사권까지 시비를 거는 등 갖은 태클에도 불구하고 ‘양진석 브랜드 WTF 개혁’은 궤도에 올라 자리를 잡아간다는 평가다.
“우선 우리 WTF 가입국이 몇개 늘어서 188개국이 됐어요. 세계 태권도인구도 한 7,000만명으로 늘었고. 한국적인 면에서 본다면 엄청난 효자입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우리 태권도사범들, 정말 애국자입니다. 보세요. 차렷 경례 준비, 우리말로 가르치니 언어문화 실어나르죠, 제자들이 사범님들 존경해서 사범님 먹는 것까지 따라서 좋아하니 음식문화 실어나르죠, 거기다 웃사람 공경하고 좋은 사람 되도록 가르치는 게 태권도니까 우리의 정신문화 실어나르죠.
태권도 지도자들이 세계 각국에서 거부 안당하고 존경을 받는 건 ‘좋은 사람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참 30, 40년 전에 태극기 한장 품고가서 걸어놓고 하나 들어오면 ‘차렷’ ‘경례’ 시키고 그랬는데…”
취임 열달만에 거둔 양진석식 개혁의 백미는 고질적인 판정시비 추방노력이었다. 판정시비로 흠결을 남긴 지난 5월 베이징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계기로 판정시비 추방없이 태권개혁 없다는 신념으로 세계각국 심판 3,200명 중 190명을 엄선해 전주 우석대학에서 8박9일동안 “기능, 체력, 규정 등 심판들이 가져야 될 모든 것을 그야말로 죽도록 조련한 뒤 다시 54명을 가려내 대륙별 올림픽 선발전에 투입”했다.
“심판들에게 이걸 강조했어요, 두 선수가 나왔을 때 어느나라 선수인지 기억하지 말아라, 소중한 태권도 선수가 나와서 청과 홍으로 갈렸을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렇게.
9월 맨체스터 선발전에 104개국이 참가했는데 (판정불복으로 인한) 소청이 한 건도 없었어요. 10월에 리비아에서 열린 아프리카예선전에서도 그랬고, 11월 말 호치민(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예선전에서도 그랬어요. 얼마전 8, 9일날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팬암(미주) 선발전에서는 한건이 들어왔는데 판정을 뒤집을 큰 게 아니고 점수 하나 빠졌다는 마이너한 것이었어요.”
WTF 34년 역사상 처음인 판정시비-free 세계대회가 이어진 덕분에 양 총장에게는 “각국 코치나 선수들이 이제 공정성이 있어서 희망을 준다, 열심히 해서 참여하면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게 됐다”며 감사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버거운 난제들은 남아있다. 그중 제일은 태권도의 올림픽 잔류여부다. 양 총장은 “2009년 덴마크에서 올림픽위원회 총회 때 2016년 2020년 종목을 결정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다짐 겸 말했다.
“말이 서울생활이지 열달 중 반 이상은 중국 구라파(유럽) 아프리카 베트남 콜롬비아 이런 데로 나가서 생활을 했다”며 “그래도 건강해서 잘 견딜 수 있어 참 감사하다”는 양 총장은 코테마데라시의 감사패 증정결정에 대해서도 긍지어린 감사를 잊지 않았다.
“오늘(13일) 낮에 시청 경찰서 이런 데 돌아봤는데 직원들이 ‘거기(서울) 영원히 살 거 아니잖느냐, 꼭 돌아와서 다음에도 우리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것으로 믿는다’며 반겨주니 정말 가슴이 뭉클하더라고. 있을 때 박수치는 것보다 떠난 사람한테도 박수치는 그 정서가 정말 눈물겨워요. 그 포용력이라는 게 미국을 지탱하는 엄청난 힘이라고.” 밤중 인터뷰를 한 카페도 늘 밤 9시30분에 문닫는 곳이지만 9시에야 들어선 ‘전 시장님’을 알아보고는 군말없이 10시30분까지 기다려줬다.
“외국에 돌아다니면서 보니까 미국 교민들은, 물론 힘들게 사는 측면도 있지만, 참 복받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캄보디아에 가보니 꼭 우리 1950년대 초기 같아요, 사는 게. 그런 곳이 너무 많아요.
다시 한번 감사하는 계기가 됐어요. 여기서 가끔 힘들고 고향이 그리워서 설레이기도 하시겠지만 우리 교민여러분들 열심히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시라고 인사를 드립니다. 저를 지원해주신 것에 대해서도 감사를 드리고 지원해주신 만큼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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