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희 뉴욕시 교육청 학부모 조정관

지난 해 가냘픈 여학생이 수갑을 차고 경찰에 연행되는 것을 보고 ‘혹시나 한국 학생인가’ 해서 가슴이 섬찟 했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화장실 벽에 낙서를 한 것이 학교에 알려져, 규칙에 따라 학교에선 경찰에 신고했고 즉시 경찰이 와서 그 학생을 연행한 것이다. 학생은 경찰서로 가게 됐고 학교에서 연락을 받고 온 부모는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Graffiti 는, 즉 낙서인데 몇 년 전부터 뉴욕시에서는 청소년이나 철없는 사람들이 남의 벽이나 공공건물이나 빈 공간에 허가 없이 그림이나 글을 쓰는 행위를 범죄 행위로 간주하기 시작 했다. 낙서는 갱들의 정보제공과 서로의 대화 수단이 되기도 하고 영역 표시로 쓰이므로 아무 뜻 없이 그냥 낙서를 했더라도 범죄로 간주 된다. 어떤 지역이든지 자동차나 빌딩에 낙서가 시작되면 범죄를 불러일으키게 돼 강도나 도난의 빈도도 많아지게 된다. 학교에서는 남을 흉보거나 놀리는 내용이나 더 나아가서는 파괴적인 내용이면 더욱 상상도 못하게 과중한 처벌을 받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학교에서도 처벌을 받게 된다. 미국에서는 한번 경찰에 신고가 된 사건은 훈계 방면으로 풀어 주지 않고 대부분 6개월과 거의 일 년을 법정을 오가며 부모와 자녀가 고생하게 된다. 자녀들에게 낙서가 불러오는 크나큰 결과를 상기 시키며 ‘절대로 낙서를 하면 안된다’고 교육하고 공공건물인 학교나 남의 건물이나 빈 벽이나 어떤 곳에든지 낙서를 하면 남의 재산을 파손하는 행위이므로 절대로 하면 안된다고 재차 교육해야 한다. 한창 불만도 많고 여러 어려움이 있을 나이겠지만 그것을 해소 하려고 낙서를 하면 상상할 수 없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미국에서 말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더워 죽겠다’, ‘추워 죽겠다’, ‘배고파 죽겠다’ 하며 그냥 말로 잘 쓰이는 표현인 ‘죽겠다’ 라는 말이다. 미국에서 특히 학교에서 학생이 ‘죽고 싶다’고 얘기하면 그 말을 들은 교사는 즉시 부모에게 전화해서 학교에 오
라고 한 다음, 당장 그 학생을 데리고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가서 의사에게 보이고 정신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몇 년 전 5학년 한 여학생이 남자친구와 헤어 졌다고 죽고 싶다고 얘기 한 것을 친구가 듣고 교사에게 얘기 하는 바람에 부모가 학교로 달려가야 했다. 엘름허스트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서 괜찮다는 진단서를 받아 가지고서야 그 다음 날 학교에 등교 할 수 있었다.

또 한 예가 있다. 학교에도 열심히 봉사하는 한 부모는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딸이 너무 힘들게 해서 상심한 나머지 약을 삼키고 어려운 상태에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지난밤에 약을 먹었는데 이렇게 아직도 살아 있다고. 너무 놀란 나는 학부모의 일이므로 당장 교장에게 보고했고 그 즉시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그 집에 경찰과 같이 갔다. 병원으로 가서 그 부모 혼자 두고 올수 없어서 하루 종일 있었고 퇴원 할 때 까지 거의 매일 일 주일간 면회를 하러 다녀야 했다.

그 경험으로 알게 됐는데 미국에서는 자살을 기도 한 사람은 Suicidal(자살기도 위험) 이라고 해서 자살기도를 보고 받는 즉시 경찰이 와서 그 사람을 호송한다. 병원의 응급실에 입원 시키고 혈압과 체온을 재며 간호사가 계속 지켜보고, 24 시간 후에는 정신과 병동으로 옮겨 안정제를 복용 시킨다. 면담을 통해서 안정을 찾은 후 가족과의 동의하에 퇴원 할 수 있다. 자살을 기도 한 사람을 혼자 두는 일은 아주 위험한 상태라고 보기 때문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했다. 미국의 시스템을잘 배워서 보호받고 권리를 주장해야지 모르면 본의 아니게 시스템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영어를 잘하든 못 하든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의 법과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참여하여 우리는 물론이고 우리 자녀들이 미래의 성공과 미국을 주도하는 인물들이 될 수 있도록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모든 일을 신중하게 처리하는 본을 보임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