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성 파인리지 모기지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자마자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와 관련된 여러 악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오며 신용경색(Credit Crunch)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생겨나는 등 새로운 위기감이 조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위험요소가 적은 미 연방채권으로 투자자금이 대거 쏠리면서 다우존스의 경우 지난 10월 중순이래 무려 10.3%나 하락하는 등 주식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침체와 맞물려 터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미 경제침체를 시작으로 글로벌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모기지 채권의 부실화 때문에 금융기관이 감당해야 할 손실액이 무려 3,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현재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들은 시작에 불과하며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고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험난한 과제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워낙 서브프라임모기지 소식이 주(主)를 이루게 되자 주택모기지의 부실화사태가 단순히 서브프라임모기지 때문에 발생하게 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서브프라임모기지와 더불어 알트에이(ALT-A)라고 불리는, 소득·자산에 대한 검증을 생략한 모기지의 부실화도 주택모기지 부실화 사태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주택모기지 관련 예상손실액 3,000억달러 중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한 손실액은 1250억달러 정도이고 그 나머지는 알트에이모기지로 인한 손실액이다. 이는 현재까지 나타난 주택모기지 관련 문제의 원인이 융자승인 시스템에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신용상태가 나쁘거나 소득·자산을 검증할 수 없을 때도 과다한 액수의 융자금을 내줌으로써 애당초부터 모기지 부실화 가능성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모기지 부실화에 불을 붙인 것이다. 서브프라임(비우량) 또는 프라임(우량)이란 신용리스크(Credit Risk), 즉 모기지가 부실화될 위험이 얼마나 있는지를 나타내 주는 전문용어다. 융자은행들은 융자심사(Mortgage
underwriting)를 통해 바로 이러한 신용리스크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기지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모기지융자심사는 상환능력(Capacity), 신용상태(Credit) 그리고 주택담보(Collateral)등 3가지 분야에 대한 검토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하면 ‘융자신청자의 신용이 양호하고 모기지상환 의지가 있으며 모기지를 포함한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수입을 유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만일 모기지가 연체될 경우 담보주택의 가치가 충분하며 쉽게 처분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다.
예전엔 당연하게 여겼던 융자심사절차를 2~3년 전부터 상기의 3가지 분야에 대한 검증이 간접적이거나 형식적인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신용상태를 점검하는 경우 신용조사서에 나타나는 내용보다는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신용점수에만 의존한다거나 소득이나 자산을 검증할 수 있는 서류를 검토하는 대신 융자를 신청하는 사람이 자신의 소득이 얼마이고 은행에 있는 예금이 얼마라고 말하면 이를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다.이러한 융자심사시스템은 비용절감과 편리하고 신속한 융자절차를 보장해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혁신적이라고 볼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에 점검을 간과하는 실수를 범해 엄청난 손실을 유발한다.
모기지융자에 관련된 승인조건들이 하루가 다르게 까다로워지고 있음에 따라 소위 프라임모기지(우량주택담보대출)를 얻었던 수많은 사람들 역시 재 융자를 할 수 없거나 그렇다고 해서 주택을 팔수도 없는 상황을 직면하게 될 수 있다. 만일 남부끄럽지 않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하여 주택담보를 통한 캐쉬아웃융자나 크레딧카드에 의존하고 있다면 설령 지금은 모기지 상환을 그런대로 할 수 있을지라도 결국 스스로를 서브프라임의 상태로 몰고 가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현재의 사태가 금방 끝나게 되고 주택시장 역시 회복될 경우 그동안 어떡해서든지 모기지를 제대로 상환하였다면 잠재적인 서브프라임의 상태에서 또다시 ‘프라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스스로의 판단이나 현명함과는 전혀 상관없이 이루어진다는 것.
최근 발표한 케이스쉴러(S&P/Case-Shiller)의 조사서에 따르면 지난 9월 중 20개 주요도시의 주택가격이 지난 1년간 4.95% 하락하였고 예일대학의 경제학자인 로버트쉴러(Robert Shiller)는 주택가격에 있어 지난 1925~1933년 사이 발생한 주택가격의 폭락사태에 버금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주택가격대가 30%정도 하락한다고 보는 것인데 만일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우리 모두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서브프라임은 마치 날씨와도 같다. 비가 오면 모든 사람들이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서브프라임모기지가 단순히 현재의 모기지사태를 만들어낸 원인일 뿐만 아니라 향후 나와도 상관될 수 있는, 더 커다란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주택 및 모기지시장의 문제를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비가 내릴 때는 우산을 준비한다. 이와 같이 과다한 소비나 신용카드의 무절제한 사용은 최대한 줄이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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