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결과 따라 세가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 BBK 수사결과를 일단 지켜보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향후 대선정국 행보는 오는 5일께로 예상되는 BBK 수사 결과에 따라 크게 방향을 달리 할 수 있다.
경선 패배 이후 경선 승복과 백의종군 입장을 밝혔고, 이명박 후보 지원유세까지 나선 박 전 대표이지만, 오는 19일 대선일까지 이런 입장이 유지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향후 행보의 판단 기준을 검찰의 수사발표 내용이라고 제시해 놓고 있다.
그는 지난 29일 BBK 문제는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실관계를 한점 의혹없이 밝히고, 그에 따라 국민이 판단하실 일이라면서 검찰에서 발표를 하면 그것(유세 지속 여부)은 그 때 보고 또 판단할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전 대표의 선택은 검찰 발표에 따라 ▲이명박 지지 유지 ▲지원유세 중단속 관망 ▲지지 철회후 이회창 지지 등 크게 세가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 발표에서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거나 특별한 의혹이 나오지 않을 경우 현재와 같은 `이명박 지지’ 입장을 유지할 것은 분명하다. 물론 지원유세 일정도 대선 막판까지 하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이 후보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신당에서 검찰청에 찾아가 항의시위를 벌인 것은 이미 검찰의 발표 내용이 별 것 아니라는 걸 파악했기 때문이라며 박 전 대표가 검찰수사결과 발표 전에 유세에 착수한 것도 여러 소스를 통해 이 후보가 이번 사건과 별 관계가 없음을 파악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박 전 대표측의 한 관계자도 박 전 대표가 지지를 철회하려면 웬만한 명분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일단은 정권교체를 위해 이 후보를 밀어 줘야 한다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검찰 수사 발표에서 이 후보측의 기대와는 달리 의혹을 증폭시키거나, 최악의 경우 김경준씨의 주장대로 BBK가 실질적으로 이 후보 소유거나, 주가조작 등에 관여한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 발표될 경우다.
경선기간 자신이 제기했던 의혹을 검찰에서 일부라도 확인해 준다면 박 전 대표는 지금과 같은 지원유세를 계속할 명분이 약해지고, 그 만큼 운신의 폭도 좁아지게 된다.
한 측근은 뭔가가 나온다면 내부의 동요가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여름 경선 과정에서 BBK, 도곡동 땅, 다스 차명 보유 의혹 등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박 전 대표측 인사들에게는 이들 의혹의 일부만 확인되더라도 동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는 검찰 수사결과 이면계약서의 진위 여부, 도곡동 땅과 다스, BBK, 옵셔널벤처스의 실소유주 문제가 드러나고 이 후보가 이제까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나타나면 이것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문제라며 그런 경우 유세중단, 지지 철회 등을 놓고 우리끼리 격론이 벌어질 것이고, 박 전 대표도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경우 박 전 대표는 지원유세를 중단하고 또 다시 칩거를 하면서 장고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검찰수사 결과 드러난 이 후보 관련 의혹이 박 전 대표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고, 이 후보에 대한 여론도 크게 악화될 경우 중대 결단을 단행,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이 경우 대선 정국은 마지막 2주일 정도를 남겨두고 그야말로 크게 요동칠 수 있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생각이 중요하다면서 현실적으로 정치적 파괴력으로 볼 때 박 전 대표의 거취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박 전 대표측 내부에서는 강.온 양기류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BBK 수사결과 이후 박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난상 토론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결심 내용에 따라서는 박 전 대표와 다른 길을 가는 의원도 충분히 생길 수 있다. 이미 이회창 캠프행을 택한 친박계 의원은 2명이나 된다.
다른 측근은 우리는 박 전 대표에 대해 맹목적인 충성을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가 박 전 대표와 함께 가는 것은 뜻을 같이 하는 동지이기 때문이지, 만일 뜻이 달라지면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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