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론자들 “병물이 자연파괴” 비난 줄이어
운전·등산 때 물병 휴대 캠페인도 큰 호응
정수시스템 판매사들 이례적 매출 성장률
도시마다 상수도 시설은 노후화하고, 환경주의자들은 병물 제조사와 병물을 사 마시는 사람들을 싸잡아 환경 파괴자로 낙인찍고 있는 요즘은 정수기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물병을 팔기 좋을 때다. 미국 내 상장기업들의 성장을 추적하는 잡지 Inc.는 최근 고가의 ‘아쿠아사’나 정수 시스템을 판매하는 ‘선 워터 시스템스’를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소비자 제품 제조사 중 하나로 꼽았으며, ‘클로락스’사의 정수기 브랜드인 ‘브리타’의 마케팅 담당 매니저 드루 맥가원에 따르면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 9월30일로 끝난 13주간 11%가 상승했다. 이는 지난 이삼년 사이에는 보지 못했던 성장률인데 ‘프록터 & 갬블’의 정수기 브랜드 PUR의 마케팅 디렉터인 토마스 오브라이언 역시 사상 최대의 기록적 매출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게 가정에서 수돗물을 정수해서 마시게 만드는 것은 쉬웠지만 등산 갈 때나 일하러 갈 때 들고 나가던 병물을 끊게 만들기는 훨씬 힘들지 모른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물병이다.
환경 단체들이 한번 마시고 버리는 물병이 일으키는 환경오염에 대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서기 몇달 전인 지난 4월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병의 판촉 캠페인을 벌인 ‘낼진 아웃도어 프로덕츠’는 재사용 물병을 판매하는 ‘더모 피셔 사이언티픽’의 자회사. ‘Refill Not Landfill’이라는 구호 아래 사이트 방문자들에게 온라인에서 1주일, 1개월, 나아가 1년 동안 병물을 끊을 것을 서약시키고 이 캠페인 슬로건이 쓰여진 32온스 들이 물병을 10달러에 판매해 왔다.
‘낼진’은 그 수익금을 온실개스 방출 상쇄에 사용하고 있지만 이 캠페인, 더 정확히 말하면 캠페인에 대한 언론 보도 덕분에 매출 향상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캠페인이 시작된 이후 몇 달 동안 몇 개 매장에서는 ‘낼진’ 물병 매출이 30%까지 향상됐다.
이 캠페인을 본 ‘브리타’가 ‘낼진’에 제휴를 요청, 두 회사는 www.filterforgood.com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여러모로 ‘낼진’의 캠페인을 닮은 이 사이트에서는 온라인 서약과 함께 캠페인 로고가 쓰여진 물병을 10달러에 판매하고 수익금의 40%를 최고 2만5,000달러까지 비영리단체인 ‘블루 플래닛 런 파운데이션’에 기증하기로 약속하고 있다.’
‘프록터 & 갬블’은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오랫동안 PUR 시스템을 쓰면 1년에 몇백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소비자들에게 선전해 온 이 회사는 최근 PUR 정수기를 사용하면 누군가가 마시고 버린 16온스짜리 물병 3,200개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전시물을 매장마다 추가시켰다. 그와 함께 자동차 컵 홀더에 딱 맞도록 디자인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물병을 정수 시스템에 무료로 끼워 넣어 주고 있다.
정수기와 환경을 연결시켜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벌이는 회사가 없는 것은 그럴 필요가 없어서이다. 환경운동가, 과학자, 언론인들이 대신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패스트 컴퍼니’라는 잡지에 병물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긴 기사가 실린 이후 그에 관한 블로그와 기사들이 이어지면서 환경보호 행동가들의 전화통에도 불이 나기 시작했다. “인터뷰를 계속하면서 대책의 일환으로 정수기를 강조했습니다”고 자연자원방어협의회의 미디어 담당 디렉터 존 코이프먼은 말하는데 소비자들은 더 많은 정보를 원했고 4월부터 9월 사이에 이 단체의 웹사이트에서 ‘병물’에 관한 조사는 2006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55%가 증가했다. 소비자를 위한 온라인 정수기 안내 방문건수도 두 배로 늘었다.
소비자 권익옹호단체 ‘푸드 앤드 워터 워치’의 웹사이트도 이번 여름, 병물 섹션 방문객이 급증했다. 그래서 병물에 대한 관심을 이용하여 소비자들을 다시 수돗물을 마시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돗물의 맛이 싫거나 그 안에 좋지 않은 물질이 들어 있을까 봐 걱정인 사람들을 위해 정수 시스템을 권한다는 이 단체는 과거 크게 인기를 모았던 ‘아이 러브 뉴욕’ 캠페인을 본떠 ‘아이 러브 뉴욕 워터’라고 하트 그림과 도시 이름이 함께 쓰여진 물병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안을 각 시의 수도국과 협의하고 있다.
박물관들도 힘을 합하고 있다. 지난 달 3일 ‘물: H2O = 생명’이라는 전시회를 개막하면서 미국 자연사박물관이 기자들에게 보낸 ‘수돗물에 관한 사실’이라는 보도 자료는 병물의 금전적, 환경적 폐해에 대해 자세히 밝히면서 미국에서 팔리는 병물의 40% 가량은 그저 수돗물을 담아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수기 회사들은 해외 시장에서도 큰 가능성을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상수도원이 오염된 인도에서는 병물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그래서 미국 내 가정용 정수기 시장에서 두 자리 숫자 성장률을 자랑하는 ‘제너럴 일렉트릭’은 인도의 기차역마다 물배급소를 설치하고 있다. 담을 그릇만 가져오면 리터당 이삼 루피에 정수된 물을 받아갈 수 있는 곳이다. 병물 회사에도 정수 시스템을 팔고 있는 ‘GE 워터 앤드 프로세스 테크놀로지스’의 수석 마케팅 담당자 제프리 풀검은 “미국에서는 환경보다는 수질 때문에 매출이 늘고 있지만 인도에서는 병물보다 싼 가격 덕분에 장사가 될 것 같다”고 즐거워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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