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선이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으로부터 들려오는 대선소식은 너무나 복잡하고 요란스러워 대선감상법이나 대선관전법에 방향이 잡히지 않는다. 보수 대 진보, 아니 우파 대 좌파의 이념논쟁이 중요 이슈인 듯하지만, 또한 성장 대 분배의 국민경제 방향이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도 무시 못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슈는 얼마나 각 후보들이 부정 부패가 없이 깨끗한가 하는 도덕적인 자질문제로서 어찌 보면 이 이슈가 투표일에 가까워질수록 증폭되는 추세에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념이나 정책이나 자질의 이슈를 잠간 접어 두고 대선경제학이라고 하는 한 가지 대선관전법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대선에 관련된 경제정책이나 경제영향 등을 설파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대선과 국민경제상황과 관련된 하나의 가설(Hypothesis)을 설정하고픈 것이다. 모든 이론(Theory)은 가설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좋은 증거와 분명한 논리로 뒷받침할 수만 있다면 대선경제학 가설도 대선경제학 이론으로 확립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설정하고자 하는 대선경제학 가설은 대선의 승자가 누가 되는냐 하는 것은 대선후보들도 국민들도 어떻게 조정할 수 없는 국민경제의 상황과 연관된다고 하는 가설이다. 즉 대선에 즈음해서 국민경제상황이 좋으면 집권당의 후보가 당선이 되고 국민경제상황이 불안하고 좋지 아니하면 비집권당 후보가 승자가 된다는 가설이다.
지난 30여년 미국 대선의 예부터 들어보자. 1976년 대선에서 비집권당의 카터가 집권당의 포드를 물리치고 당선된 것은 1974부터 시작한 에너지 파동으로 인한 미국경제의 침체가 1976년까지 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80년 대선에서 카터가 비집권당인 레이건에게 재선을 빼앗긴 것도 1980년대 초에 제2의 석유파동으로 미국경제가 어려웠던 것에 요인이 있다. 집권당인 레이건이 1984년에 거뜬히 재선되고 1988년에 집권당의 아버지 부시가 공화당의 집권을 계속하게 된 것도 미국경제가 1990년까지 호황을 누린 것에 덕을 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걸프전의 승리로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집권당의 아버지 부시가 1992년 재선에서 비집권당의 클린턴에게 패배한 것이다. 1991년에 미국경제는 심각한 침체에 빠져 들어갔기 때문이다. 클린턴이 1996년 재선에 거뜬히 당선된 것도 미국경제가 정보기술의 붐으로 역사상 장기의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정보기술거품의 폭발로 심한 경제침체를 격은 2000년에 비집권당의 아들 부시가 집권당의 고어를 물리칠 수 있었다. 2001년 침체를 벗어나 점진적인 성장을 이루었던 2004년 대선에서 아들 부시의 재선은 너무나 확실한 결과이었다.
주택시장의 침체로 금융시장, 재정시장, 국민경제 등 전역으로 경기하락이 번질지 모르는 미국경제가 2008년에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내년 미국대선의 승자가 공화당 후보나 민주당 후보 중 누가 되느냐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과거 한국 대선도 이 가설을 잘 뒷받침해 주고 있다. 1963년 대선부터 살펴보자.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키기는 하였지만 엄밀한 의미해서 보면 윤보선은 장면 정권을 이은 집권당이고 박정희는 군인출신의 비집권당이다. 박정희가 민정이양의 첫 대선의 승자가 된 것은 그 당시 한국의 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이 겨우 80불밖에 되지 않는 가난함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3선개헌, 유신, 제2군부 등장 등은 변칙적인 헌정이었으므로 증거에서 제외한다.
한국의 민선대선은 1986년 자유민주 선언으로 1987년 대선에서 다시 시작됐다. 군인출신으로 집권당의 노태우가 당선된 것은 김영삼 대 김대중의 대립도 원인이 됐겠지만 1987년은 제2군부 이후 계속 한국경제의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었던 해이었다. 1992년 한국경제는 미국경제 침체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활력을 찾아 회복하고 있었다. 김영삼은 민주투사의 야당출신이지만 3당 합당으로 인해 집권당이 되었기 때문에 당선되었던 것이다.
1997년 후반 한국경제는 제3공화국 이후 최대의 위기인 IMF사태를 맞는다. 1997년 대선에서 비집권당인 김대중이 당선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IMF사태에서 회복을 거뜬히 한 2002년 대선에서 승자가 된 것은 집권당인 노무현이었다. 이회창이 2차례나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한국국민경제상황의 탓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한번은 IMF사태 때문에, 다른 한번은 IMF사태의 회복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그러면 2007년 12월 19일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현재 한국국민경제의 상황이 어떠한지에 달려있다는 것이 대선경제학가설이다. 비관론자와 같이 한국경제가 심한 어려움에 있다고 한다면 비집권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고, 한국경제가 튼튼하다고 하는 낙관론에 근거한다면 집권당 후보가 앞으로 5년 동안 대권을 다시 장악하게 될 것이다. 대선경제학가설이 대선경제학이론으로 될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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