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도시 뉴욕-뉴욕은 세계 170여 민족들이 서로의 문화적 경계를 넘나들며 모여 사는 이민자의 도시이며, 금융과 무역, 정치와 외교가 가장 왕성하게 일어나는 21세기형 문명의 시원지와도 같다. 패션 디자이너들이 유행의 최첨단을 생산해내는 7번가 패션 애비뉴는 미국은 물론, 전 세
계적인 트랜드를 선도하는 거대한 동맥이다. 브로드웨이를 기축으로 형성된 극장가와 타임스퀘어, 링컨센터 등은 세계 어느 도시도 선뜻 흉내 낼 수 없는 고품격의 공연예술과 지독히 상업적이면서도 결코 식상하지 않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거대한 쇼 케이스장 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맹아라 불리우는 거대 매스미디어와 광고회사들, 기업화된 미술관과 박물관, 소호와 첼시를 위시해 독립 예술가들에 의해 운영되는 소규모 화랑에 이르기까지 뉴욕 문화는 세계화의 정점에 서왔고 그 열기는 식을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늘에 치솟은 마천루, 세계 각국의 전통 음률을 선사하는 거리의 악사들과 뻔뻔하면서도 시적인 홈리스들, 정재계 인사들과 재벌들이 이 거대한 새장 안에 저마다 둥지를 틀고 있다.
천상의 세계와 쓰레기로 가득찬 지하생활이 공존하는 3차원의 세계,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한 기성문화와 데까당스, 반문화, 반질서와 같은 흐름이 고루 발달하는 4차원의 세계, 난해한 퍼즐과 같은 뉴욕의 에너지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세계미술계, 문화예술사에 큰 획을 그었던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이 뉴욕이 아니라 중부나 남부의 기능적 도시에서 활동했다면 현대예술은 그를 그저 대중을 기만하는 삼류로 전락시켰을 것이다. 세계도시 뉴욕의 마음 씀씀이와 배포가 그를 그토록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아티스트로
키워낸 것은 아니었을까. 세계 각지에서 뉴욕 드림을 찾아와 레스토랑, 창고, 공사장, 그리고 후미진 공장에서 최저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라 한들, 어느 날 갑자기 세계적인 음악가, 무용가, 연예인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할렘에 작은 극장을 운영하던 이도 작품선정에 성공해 빛을 볼 날이 있을 것이고, 무명 화가의 그림 한 점이 어느 날 소더비나 크리스티에서 천문학적인 가격에 팔려나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법칙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뉴욕만이 가진 엄격한 법칙이자 최고의 매력이다. 보와시 회랑의 뉴욕시- 런던, 파리까지 비행기로 5시간, 미 서부와 중남미 주요도시 역시 5시간, 아프리카, 중동이 대서양 바로 건너편이다. 북쪽으로 보스턴 인근의 학원도시들이 자동차로 5시간, 남쪽으로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워싱턴 DC가 역시 5시간 거리다. 유명 도시학자들에 따
르면 21세기 중반이 되기 전에 이 보스턴-워싱턴 지역은 뉴욕시를 중심으로 거대한 도시의 벨트를 형성하여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를 완성할 전망이라 한다.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심야에도 강한 빛의 띠가 미동부에 걸쳐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이 보와쉬(Bowash) 회랑(Aisle)이다. 뉴욕시는 바로 이 보스턴-워싱턴 회랑지대의 중심에 있고 앞으로 그 발달은 계속될 것이다.
이 지역의 사이에 있는 크고 작은 도시와 마을들은 차도와 각종 교통편으로 연결돼 초대(超大)도시로 성장하기 유리하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 뉴욕의 여러 특성과 사회, 도시, 경제적 기능은 더욱 복잡 다변화 될 것이다. ▲ 정보통신 산업의 초고속 성장에 따라 도시의 역할이 축소되기는커녕 더욱 정교해지고 확대될 것이다. ▲ 관광, 여행, 비즈니스, 문화교류와 교육을 위하여 뉴욕시는 해마다 4천만이 오가는 초대형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 뉴욕은 기존의 주요기능(금융, 디자인, 외교 등)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변화, 이노베이션, 창발(창조와 발전)하는 과정에 있다. 맨하탄은 뉴욕시의 핵심이며, 미국의 다른 여러 도시와 달리 불야성(不夜城)을 이루는 곳이
다.
한인 이민의 중심지 뉴욕 -한인이 뉴욕에 발을 디딘지는 백여 년이 넘었지만 본격적으로 살게 된 지는 반세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인의 근면성, 억척성과 강한 생활의지로 뉴욕시 경제에서 한인이 기여하는 폭이 나날이 커져 가면서 한인이 없는 뉴욕을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됐다.한인들이 뉴요커들의 ‘입고(의) 먹는(식) 일상사’의 중심에 서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세수확보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뉴욕시와 정치인, 인사들이 부정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이다. 삶의 질에 있어 현대인이 가장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자는(주) 일상사’를 위해 건축 개발사업에 뛰어든 한인들 수도 결코 적지 않다.
짧은 이민역사에서 비약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나 아직 문화적으로나 사회정치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하루하루 삶에 급급해 한인교민들의 문화적 욕구나 그 표현은 기형적이리만치 억압되고 무시 당해왔다. 이제 거시적인 시야로 우리 자신을 돌아볼 때가 됐다. 세계 역사에서 짧게 불타오르다 사라진 문명들이 독자적인 생명력을 잃어왔듯이, 스스로의 문화를 즐기고 발전시킬 에너지가 없다면 우리는 단세포에 불과할 것이다. 장기적 안목과 투자가치에 대한 분석기준들을 두고 볼 때, 문화와 디자인은 민족의 잠재능력을 놀라우리만치 진보적으로 살려내고, 보다 세련된 고부가 가치의 창출을 가능케 하며, 그 민족의
부(富)의 척도와도 직결된다.
우리에겐 맨하탄 32가 코리아타운을 조망할 새로운 접근법이 절실하다. 세계도시 뉴욕의 한 가운데, 미드타운의 요지를 꿰찬 코리아타운을 각별한 애정 없이 우후죽순으로 망쳐버릴 수 없다. 글로벌 비전의 견지에서 코리아타운은 중장기 매스터 플랜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단계별 프로그램과 세부기획, 그리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공동의 이해가 필요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디자인 기획과 투자가치에 대한 분석 등을 선결해야 한다.
그러자면 코리아타운을 기점으로 성업 중인 직접 이해당사자들 간의 강한 동기의식이 우선 요구된다. 고객만족이라는 수동적인 서비스 개념에서 탈피해, 고객의 삶을 창조하는 능동적인 서비스로서의 뉴 코리아타운 전략이 수위에 오를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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