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이민정 부부는 올여름 단둘이 꼬박 두달간 자동차로 미국대륙횡단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남편 이주영(46·컴퓨터 강사)씨가 척추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몸이 정상인 사람들보다 더 재미있고 뜻 깊은 여행을 해냈기 때문이다. 아내 이민정(48·샘플메이커)씨의 헌신적인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두 사람의 여행기에는 구석구석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는 잔잔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60일간의 여행에 부부는 무려 3만달러를 썼다.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모든 숙박을 할러데이 인에서 하느라 호텔 비만 1만달러가 들었단다. 식사는 아침은 대개 호텔 브랙퍼스트로, 점심은 지나가면서 패스트푸드 같은 걸로 간단하게, 그러나 저녁은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제대로 챙겨 먹으며 다녔고 가는 곳곳마다 입장료, 기념품, 하여 모아둔 돈을 다 쓰고 돌아왔다. 주행거리만 1만3,000마일, 개스비는 2,500달러가 들었다. 올 연말까지 8회에 걸쳐 여행기를 소개한다.
<보스턴의 한 공원에서 아내 이민정씨와 함께 한 이주영씨.>
자연과 사랑… 그 아름다운 ‘껴안음’
척추장애지만 대륙횡단 꿈 꼭 이루고싶어
6개월간 사전준비… 총경비 30,000달러로
지난해 12월 하순 나파 밸리라는 곳에 휴가를 갔었다. 그 곳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다가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토마리스 베이(Tomares Bay) 그리고 포인트 레이(Point Ray)라는 곳을 드라이브하게 되었는데 뻥 뚫린 시골길에 곳곳이 한적해서 이렇게 평화로울 수도 있구나… 싶은 것이 유난히 나에게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한 그런 좋은 여행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한 끝에 평소에 생각만으로 그친 대륙횡단을 현실로 옮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내와 의논 끝에 두 달간의 미국 대륙횡단 여행을 준비하게 되었다. 나도 타이트한 수업 스케줄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내기가 만만치 않고, 아내 또한 직장생활을 하는 몸이라 두 달의 휴가가 무리였지만 그래도 한살이라도 젊을 때 우리가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야 되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많은 것을 감수하기로 했다.
<60일간 1만3,000마일을 달려준 렉서스 자동차. 이 여행을 위해 일부러 내비게이터가 달린 차를 구입했다.>
돈이야 노력해서 또 벌면 되지만 평소에 꿈꾸던 대륙횡단은 힘들고 벅찬 나이에는 도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자연을 머리와 가슴에 듬뿍 담아보자며 올해 1월부터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일단은 코스를 어떻게 잡느냐… 이것이 문제인데, 커다란 미국지도를 벽에 걸어두고 눈싸움을 하면서 인터넷과 책에서 주는 자료들을 참조한 끝에 방대한 횡단과 종단이 겹친 코스를 만들게 되었다. 휠체어를 탄 내가 이 많은 드라이브와 빠듯한 계획을 마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자연을 머리와 가슴에 듬뿍 담을 생각을 하면서 또 곁에 친구 같은 아내와의 동행길이 뭐가 두려우랴… 하는 마음이 더더욱 대륙횡단을 기쁨으로 기다리게 되었다. 60일 동안의 잠잘 곳의 예약과 각 지역에서의 볼 것들의 자료준비가 만만치 않았지만 그래도 모든 준비를 끝내고 7월1일 일요일 새벽 장도에 오를 수 있었다.
기나긴 나날들을 계획한 대로 잘 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강이 뒷받침돼야 하고 또 차와 내 휠체어가 별일이 안 생겨야 하니, 하루하루 무사히 진행되라고 주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아내와 단둘이 떠나는 60일간의 대륙횡단이 우리에게 무한한 경험을 주고 또 미국을 이해하는데 살아있는 도움으로 다가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횡단을 마치고 돌아온 8월31일 그날은 우리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이민 온 그날이 될 것이라고 다짐하며 떠난 여행이었다.
<코스를 선택하면서>
이번 여행코스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벽에 붙어있는 커다란 지도에 AAA 자동차클럽에서 회원이면 얻을 수 있는 각 주별 지도를 참조하고 또 인터넷과 미국 여행가가 서술한 책들을 참조해서 4년전에 가본 것들은 빼고 새로운 곳으로만 코스를 잡기로 했다.
1. 인디언 문화와 황토색빛깔의 건물과 땅이 빚은 아름답다는 도시 센타페를 즐겨보는 것.
2. 사우스다코타 주에 있는 러시모어 국립공원과 배드랜드 국립공원을 보는 것.
3. 미네소타 주의 트윈 시티라는 미니애폴리스와 폴 시티의 여러 면을 보는 것.
4. 낭만의 도시라는 시카고의 곳곳을 방문해 보는 것.
5. 미국에서 마지막 내셔널 팍이 되었다는 큐야호가 내셔널 팍을 보기위해서 아콘이라는 도시를 가보는 것.
6. 나이애가라 폭포를 보는 것.
7. 미국의 최북동쪽에 있는 메인 주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과 아케디아 국립공원에 가보는 것.
8. 미국문화의 발상지 보스턴을 탐방해보는 것과 케네디 대통령이 태어나고 청소년시절을 보냈다는 케이프 코드 베이와 하이니스라는 도시에 가보는 것.
9. 뉴욕 센트럴 팍에서 조깅해보는 것.
10. 워싱턴D.C.의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과 버지니아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셰난도 국립공원의 스카이라인을 드라이브해보는 것. 그리고 바다로만 13마일이나 되는 다리를 놓아서 메릴랜드 주까지 연결해 놓았다는 체사피크 브리지를 가보는 것.
11. 플로리다의 세인트 어거스틴이라는 도시와 마이애미 그리고 키 웨스트를 가보는 것. 플로리다의 서쪽 해안도시중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
12. 조지아 주의 애틀랜타 도시를 즐겨보는 것.
13. 테네시 주의 내시빌과 또 테네시 주의 시골분위기를 느껴보는 것.
14. 미주리 주의 세인트 루이스 도시를 즐겨보는 것.
15. 시골 분위기 아이오와 그리고 네브래스카의 황량한 벌판을 달려보는 것
16. 콜로라도의 로키 산맥의 비경을 다시한번 즐겨보는 것.
17. 아치스 국립공원과 모아브 일대를 즐기는 것.
이렇게 17가지의 커다란(?)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지도로 연결해 가면서 코스를 만들었다.
www.skyandbird.com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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